봄날에 자라나는 새싹 처럼, 가을에도 새롭게 싹이 나온다는 것을 텃밭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 텃밭에는 냉이, 쑥, 돌나물, 민들레 등등 각종 나물들이 이른 봄날 처럼 예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더웠던 날씨, 그리고 가뭄과 초가을에 내렸던 잦은비에 텃밭이 망가지는 것은 아닌가 노심초사 했더니
요즘에는 이른 아침에 텃밭에 나가면, 이슬을 흠뻑 맞은,참으로 예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간밤에 가랑비가 내린 것은 아닌가 살펴보면, 맑고 차거운 이슬이 흠뻑 내려 앉아 있었다.
간접적인 태풍의 영향 때문에 ,며칠 동안 몹시 바람이 불었을때는 이슬이 내리지 않아서 삭막한 모습들이었는데
태풍의 흔적이 사라진 지금은.....
맑은 이슬방울이 내린 아침 풍경은,청량음료를 마신듯 마음속 깊숙한 곳 까지 상쾌함을 느끼게 했다.
바라만 보아도 먹음직스러운 '적오크'가 참으로 예뻤다.
밭가에 새롭게 선을 보이는 돌나물도 머지않아 뜯을 수 있을 것 같다.
9월초에 내렸던 잦은비에 자꾸만 녹아 내리던 상추가 먹음직스럽게 자라고 있다.
상추 틈새로 냉이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삭 상추, 청로메인, 적청경채, 청상추, 치커리....
아차 하면 고라니에게 뺏길까봐 끈으로 울타리를 만들어서 보호하고 있다.
9월초에 아욱을 심었더니 제법 잘 크고 있었다.
가을 아욱은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와서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뜯어서 국을 끓였더니, 입맛 없는 환자도 아욱국에 밥을 말아서 먹였더니 잘 먹어 주었다.
여름철, 심한 가뭄에 참나물이 모두 사라졌는데, 꽃씨가 떨어져서 싹을 틔운 모습이 신기했다.
자연이 전해주는 신비스러움은 텃밭하면서 더 많이 겪게 되었다.
병원 다니느라 시기를 놓친 땅에 누가 '돌산갓' 씨를 주길래 심었더니 예쁘게 싹이 올라왔다.
마음이 콩밭에 가있어서 ,약을 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더니 총알 파편 맞은 듯 했다.
이슬과 빗물외에 준 것이 없어서 솎아다가 겉절이 했더니 맛이 있었다.
벌레와 같이 나눠먹는 것도 괜찮았다.
케일 위에 올라앉은 요녀석!
우리집 환자, 녹즙용 케일인데, 건강한 녀석들이 잡아도 잡아도 매일 생겨났다.
배추 벌레도 만만치 않았다.
매일 아침마다 잡아주어야 하는데, 밤새 환자 때문에 잠을 못자서 밭에 나가는 것이 힘들다.
배추 한포기에서 송충이 같은 벌레 세마리가 새까만 똥을 얼마나 싸놨는지
배추 속이 엉망이 되었다.
아무 탈없이 잘 크고 있는 무우
무청을 솎아서 김치 한번 담그고, 또 솎아서 시래기 국거리 만들어 놨다.
삶아서 된장에 버무려 시래기국 한번 끓일 만큼의 분량을 10개 정도 만들어놨다.
시금치씨를 뿌리기 위해 고추를 뽑아냈다.
이곳은 서리가 내리지 않는 곳이라서 11월 한달 동안 더 밭에 머물러 있어도 되는데
손바닥만한 밭에 다음 순번이 기다리고 있어서 아까웠지만 뽑아냈다.
시금치, 유채, 양파, 완두콩....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채소들이다.
고추 뽑아낸 자리에 시금치 심었고, 여주 넝쿨 걷어내고 유채씨를 뿌렸다.
고구마와 가지, 꽈리고추 ,깻잎 뽑아낸 자리에는 양파를 심을 것이고
배추 뽑은 자리에는 완두콩이 대기를 하고 있는, 아주 작은 텃밭은 쉴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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