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2월의 끝자락이다.
올해의 텃밭농사도 김장김치를 담그면서 마무리를 해야 했다.
요즘은 김치냉장고 덕분에 일찍 김장을 한다고 해도 ,남부지방은 12월 15일쯤에 밭에서 배추를 뽑는다.
다른 곳보다 20일 늦게 배추를 심으니까 김장을 담그는 것도 당연 늦게 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날씨가 춥다고 해도 이곳은 밭에 있는 채소들이 아직은 얼지 않은 것을 보면
이번 겨울은 유난히 포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어제도 겨울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가 내렸다.
밭에 있는 채소들이 겨울비에 모두 떠내려갈뻔 했다면 누가 믿을런지?
배추 30포기를 심었는데 김장을 하고보니 김치통으로 2통 정도 되었다.
배추 속이 꽉 차지 않아서 걱정을 하며, 반으로 쪼개보니 그런대로 김치는 담글만 했지만....
배추 농사는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서, 내 나름 점수를 준다면 40점 정도 였다.
폭우, 태풍,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내리는 가을비, 늘 우중한 날씨에 어찌 배추가 속이 찰 수 있었을까?
30포기 중에서 잘된 배추는 딱 1포기 였다.
29포기 배추를 소금에 절여서 씻어 놨더니......
그래도 배추는 달착지근하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채소들을 무농약으로 농사를 지었기에, 시래기도 아까워서 얼기설기 엮어 밭에 매달아 두었다.
당근은 필요 할 때마다 밭에서 뽑아 먹기로 하고 아직 뽑지 않았다.
배추 뽑은 빈 자리, 자꾸만 아쉬움이 남는다.
정성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올 해의 텃밭 농사는 참으로 많은 인내심이 필요 했었다.
하늘도 그렇지만, 고라니의 횡포 또한 만만치 않았음이......
배추 30포기 심어서 밭에 1포기는 남겨놨다.
이 배추는 내것이 아니라 고라니 것이다.
어린 배추가 예쁘게 자랄때, 고라니가 뜯어 먹었던 것이라서 집으로 가져가기가 찝찝했다.
아마도 추운 겨울 동안 고라니가 알아서 처분 할 것이라 생각된다.
12월 23일에 밭에서 뜯어온 싱싱한 야채이다.
이 겨울에 이렇게 싱싱한 야채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남부지방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