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태풍의 위력은 상상도 못할 만큼 강했다.
해운대에서 동쪽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해안가인데, 그래도 해운대에 비하면 피해가 없는듯 하지만
들판은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았다.
해일 까지 겹쳐서 전쟁터 같았던 해운대에 비하면, 하늘에게 감사를 해야 되는 것인지
뉴스에서 본 울산은 최악이었는데, 태풍이 지나가는 울산과 해운대 사이에 있는 기장은 하늘이 도운 것 같다.
해안가에 있지만 얕으막한 산이 바다를 막고 있어서 강풍은 심했지만, 해일을 피할 수 있다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텃밭쯤은 엉망이 되면, 또 씨를 뿌리면 된다'라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된 이유는
태풍으로 인해서 삶의 터전이 휘청거리는 사람들에대한 안타까움 때문인 것 같다.
텃밭에는 예쁘게 피던 돼지감자꽃이 엉망으로 뒹굴고 있었다.
물폭탄에 구멍이 숭숭 뚫린 김장무우 잎,그래도 뿌리는 무사했다.
엊그제만해도 아주 예쁘게 크고 있던 '청갓'이다.
거의 실신을 한듯.....
이번 태풍에 대파는 몽땅 밭에 누워버렸다.
8월 부터 텃밭에서는 상추의 수난시대가 왔다.
예쁘게 자라는가 했더니....
여주 넝쿨이 엉망으로 쓰러져 있었다.
지지대는 엿가락 처럼 휘어서 내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돼지감자 나무는 흉물스럽게 쓰러졌다.
.
하루 전만해도 이렇게 예쁘게 꽃을 피웠는데, 꽃이 모두 사라졌다.
폭염에 가지나무가 지쳐서 열매를 맺지 못하다가
가을이 되어서 생기를 되찾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는데, 또다시 수난을 당한 것 같다.
그래도 배추는 멀쩡했다.
고라니가 입을 댄 배추 두포기도 성장이 멈추지 않고 잘 크고 있다.
쪽파 꼬라지가 아무래도 시원찮다.
강풍에 모두 쓰러진 고추는 일으켜 세웠더니 원래의 모습 그대로 였다.
텃밭에서 멀쩡한 것이 있다면 '부지깽이 나물'꽃이였다.
태풍이 왔는지, 갔는지 변함없는 모습이다.
9월에도 시도때도없이 내린 비였는데, 10월에는 물폭탄 까지 맞은 텃밭의 채소들이다.
언제쯤이면 텃밭에도 평화가 찾아올런지
질척거리는 텃밭은 뽀송뽀송하게 흙이 마를새가 없다.
내일 모레는 또 한차례의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이다.
올해는 그만 텃밭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