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에도 12월 10일 전 후로 김장을 하기 시작 했다.
예전의 남부지방에는 크리스마스 쯤에 김장을 시작했지만, 요즘은 김치냉장고 덕분에
집집마다 김장을 일찍 한다고 하는데, 아직 텃밭에서 배추를 뽑아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체적으로 올해는 배추 농사가 잘못되어서 배추 가격이 비싼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가을 부터 열심히 벌레도 직접 손으로 잡아주면서 애써 가꿨던 우리집 배추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직 한달 정도 더 있으면 좋겠지만, 날씨는 급행열차를 탄 것 처럼 빠른 속도로 겨울로 가고 있었다.
산이나 숲에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아서 자꾸 들판으로 내려오는 고라니 때문에 텃밭의 모든 야채들은
이렇게 그물 같은 망을 덮어놔야 했다.
겨울에도 잘 자라고 있는 유채
.
여름 부터, 가을 까지 모진 비바람과 태풍 때문에 힘이 없이 쓰러져 있던 대파가
겨울이 되면서 싱싱하게 잘자라고 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겨울을 보내고 나면, 맛이 있는 대파가 된다고 한다.
11월15일쯤에 심었더니, 올해는 비 피해 없이 잘 자라고 있는 시금치도
한겨울에 뜯어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침마다 내리는 된서리 때문에 맥을 못추는 '케일'은 일찍 부터 비닐로 덮어 놓았다.
얼갈이 배추라고 심어놨는데, 배추 속이 아직도 파랗다.
싱싱하게 잘자라고 있는 당근 잎이 고라니의 식사가 되었다
고라니가 입을 댄다는 것이 싫어서 그믈망으로 접근 금지 시켜 놓았다.
올해도 역시 당근은 인삼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늘씬한 당근의 모습은 .....
우리집 텃밭에서는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씨를 뿌린 후,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려서 제대로 자라지 못한 '청갓' 꼬라지가 어설프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한 정성이 아까워서 뽑아버리지 못하고 있다.
배추 속이 텅비었다.
김장은 해야 하는데, 어쩔까.... 망설여진다.
지금이 11월 초 였다면, 기대를 해볼만 한데
이미 12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그냥 속이 차지 않은 배추로 김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갈등이 될줄이야
11월 15일쯤 양파를 심었다.
배추농사는 엉망이 되었지만, 무우는 그런대로 괜찮게 자랐기에
김치를 담그려고 뽑았다.
무우를 뽑아보니 크기가 각각이라서 세종류의 김치를 담갔다.
동치미, 깍두기, 무청김치
시래기를 하기 위해 엮어서 밭에 매달아 두었다.
무농약 재배가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 입에 들어가는 채소를
이만큼 키워서 김치를 담가 놓았다는 것에 마음은 흡족했다.
파랗고 징그러운 벌레를 손으로 잡아가면서 정말 깨끗하게 키운 결실에 감사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