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자락의 날씨는 폭염과 가뭄의 연속이다.
이맘때면 텃밭에 김장무우를 심으려고, 제법 바쁘게 설쳐대는데, 가뭄이라는 것이 의욕을 상실하게 만든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주변의 텃밭 가꾸는 사람들도 폭염으로 인한 의욕 상실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김장무우 씨를 사다놓고 설명서를 읽어보니까, 남부지방은 8월 중순 부터 심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씨를 뿌린다고 해서 가뭄을 극복하고 새싹이 나올것인가를 생각하니 또다시 앞이 깜깜이다.
모든것이 쉽게 되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손바닥만한 텃밭농사에도 자연재해라는 것이 길을 막는 것 같다.
심한 가뭄에도 텃밭의 잡초는 꽃을 피운다.
요즘 들어서 만병통치 약초라는 '쇠비름'꽃이다.
물 한모금이 아쉬울텐데, 가뭄에도 호박이 커가고 있다.
고추가 붉게 익어가는 것이 신기해서 물통을 끌고가서 가뭄을 해소시키고 있다.
한달째 비가 내리지 않는 텃밭에서 수확을 한다는 것도 민망했다.
힘닿는대로 물통을 끌고가서 물을주지만, 거의 말라가고 있는 밭작물이다.
아마란스가 노랗게 말라가고 있다.
수확을 해야 하는 것인지, 가뭄에 말라가고 있는 것인지
여주의 수확도 끝물인 것 같다.
하늘에서의 비소식은 감감 무소식이다.
팔이 빠져나갈 만큼 열심히 물통을 끌고가서 오이 수명을 늘려가고 있다.
곧 김장무우를 심으려면 오이 넝쿨을 걷어내야 한다.
텃밭에서 가장 물을 많이 먹고, 살아가는 오이는 어쩔수 없이 넝쿨을 걷어내야 하는데
오이를 계속 따먹어야 하는 것인지
오이 밭에 무우를 심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갈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