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군 부림면 묵방리, 미타산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유학사는 1300년된 신라시대의 고찰이라고
이정표에 적혀 있었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가끔씩 의령에 갔었지만, 유학사라는 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꼭 한번은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유학사를 찾아 가는 길에 의령의 이곳 저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유학사 입구에 들어서면서 '잘왔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유학사는 참으로 아름다운 사찰이었다.
무더운 여름은 아니지만 유학사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는 마음속 까지 시원하게 했다.
유학사로 들어가는 돌계단 옆으로 노랗게 모감주나무 꽃이 피었다.
모감주 나무는 무환자나무과의 낙엽소교목이다.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꽃말은 자유로운마음,기다림이다.
요즘 노랗게 꽃이 피는 커다란 나무들이 무리지어 있는 것을 보면
황금빛 그물이 걸려 있는 것 처럼 아름답고 멋스러운 '모감주나무'꽃이다.
멋진 잎과 꽃이 지면 풍선처럼 생긴 열매가 달리는데
예전에는 절집의 큰스님들이 모감주나무 열매로 염주를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유학사 칠성각 앞에서 바라본 시원스런 풍경
시들어가고 있는 치자꽃이지만, 달콤한 향기는 푸르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요즘 어디를 가더라도 약방의 감초 처럼 빠지지 않는 하얀 개망초 꽃이
유학사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다.
문득 박규리님의 '치자꽃 설화'라는 시가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 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혼자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 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 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만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핀 유학사 칠성각 앞
돌담 위에 기대선 석류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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