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끊임없이 비가 내리던 날에

nami2 2024. 7. 16. 22:48

마른 장마라고 투덜거렸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된 것 처럼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쉼없이 내리는 빗물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절대로 폭우는 아니라는 것이다.
바람없이 부슬부슬 내리는 빗줄기는 어쩜 그리도 쉬지않고 내리는 것인지?
장마라는 단어를 참으로 실감나게 하는 비내리는 날이었다.

하루종일 궂은 비가 내려서 오늘 만큼은 비 핑계로 걷기운동을 쉬려고 했는데
베란다 창문으로 내려다 보이는 소공원에서 
우산을 쓰고 걷기운동을 하는 이웃 친구가 눈에 띄었다.
하루라도 걷기운동을 쉬면, 좀이 쑤신다는 말이 우스개 처럼 들렸지만...
나 또한 걷기운동에 숙제 미루는 사람이 되기 싫어서 밖으로 나가봤다.

바람없이 비가 예쁘게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쓰고 걷는 것도 아주 적당했다.
이것저것 참견하듯...들판 길을 걸으며
비 때문에 후줄근해진 꽃 사진을 찍어가면서 걷는 재미도 진짜  그럴듯 했다.

그래서 비 내리는 날에 우산을 쓰고 걷기운동도 할겸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혹시 침수 되지 않았을까 텃밭도 둘러 보러 나갔다.

 

어느  농원집 울타리의 시계꽃은 여전히 신기하고 예뻤다.
텃밭으로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인지
날마다 바라보는 꽃인데도
오늘 따라 유난히 더 예쁜 이유는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시계꽃이 한꺼번에
피는 것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시계꽃인데...
어느 집 농원의 울타리에 심겨진 덕분에
텃밭으로 가면서 늘 내 눈이 호강하는 것 같았다.

하나 둘 피기 시작하던 '사위질빵'꽃도
이제는 본격적인 여름꽃이 되고 있었다.
사위질빵 꽃의 꽃말은 비웃음이다.

흠뻑 비를 맞고 서있는 참나리꽃도
비 내리는 날이라서인지
엄청 예뻐보여서 또 사진을 찍게 했다.
맺혀 있는 빗방울 덕분에 발길을 멈췄다.

어제 밤 부터 밤새도록
그리고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렸기에
텃밭이 궁금해서 가봤더니
어느새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쉼없이 내리는 빗물 때문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장마에 빨간 고추를 빨리 따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조바심이 생겼다.

노각오이도 딸 때가 지났지만
잠시 둘러보러 갔었기에
그냥 구경만 하고 돌아섰다.

애플수박 넝쿨 속에서도
애플수박이 제법 예쁘게 보였다.
아직은 수확할 때는 아니지만
장마철을 잘 견뎌줬으면 했다.

아직은 노랗게 익지는 않았으나
제법 익어가고 있는 참외가 신기했다.

 

텃밭농사 10년차인데
올해 처음으로 심어본 참외였기에
볼수록 재미있기만 했다.

텃밭에서 피고 있는 참나리꽃이
다른 곳에서 피고 있는 참나리꽃보다
훨씬 예쁜 이유는
완전한 '내것'이라는 것이었다.
내 손길로 보살펴서 꽃이 피고 있다는 것이
진짜 중요했고 예뻤다.

궂은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우리 텃밭의 화사함은
순전히 애기범부채 덕분인 것 같았다.
심어 놓기를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다.

밭고랑 사이에 봉숭화 씨가 떨어져서
싹을 틔우고 새싹이 자라고 있었는데
뽑아내기 싫어서 그냥 놔뒀더니

 

시간이 갈수록 우리 텃밭이 참 예뻐보였다.
비가 내려서인지 분홍 색깔도 괜찮았다.

텃밭 농작물에 민폐가 되지 않는한
꽃 피려고 싹이 돋아난 것은
어느 곳에서라도 절대로 뽑아내지 않았더니
이곳 저곳에서 봉숭화는 여전히 피고 있다.

텃밭의 더덕꽃도
비가 내리니까 더욱 예뻐보였다.
꽃을 보려고 심어놓은 것이었기에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찍어주고 싶었다.

텃밭의 나물 밭 옆 도랑가에
물이 가득 넘쳐 흐르고 있었다.

 

혹시 빗물이 넘쳐 흘러서
밭이 침수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했더니
그 정도는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텃밭옆 도랑가에

돌미나리가 많이 자라고 있었는데
어느새 돌미나리꽃이 피기 시작했다.
미나리꽃의 꽃말은 '성의, 고결'이었다.

텃밭가에 '며느리밑씻개풀' 꽃이 피었다.
장마가  지난 후 무더위에 피는 꽃인데
벌써 부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며느리밑씻개꽃의 꽃말은 '시기, 질투' 였다.

 

며느리밑씻개 라는 들풀은 예쁜 야생화이면서 잡초였다.

하트 모양의 잎도 예쁘고 앙증맞은 작은꽃도 예뻤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줄기에는 매서운 가시가 박혀있었다.
마디풀과에 속하며,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잎과 줄기는 식용및 약용으로 쓰인다고 했다.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은 치질예방에 쓰이면서 유래 되었는데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여, 부드러운 풀잎 대신
가시가 있는 이 풀로 큰 볼 일을 본 후, 뒤를 닦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유래 되었다는 소리도 있었다.

 

시어머니에게 호되게 당하기만 하면서 살아야 했던 착한 며느리...
고초당초 처럼 매운 시집살이에서도

온갖 고통과 고난을 겪으면서 살았던 옛 여인들의 슬픈 이야기가 

기가 막혔으며, 한편으로는
옛날 시어머니들의 심술이 어느 정도였을까 생각해보니 씁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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