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항암치료 긴장과 답답함과 그리고 숨막힘의 시간들을 무사히 견뎌내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할일이 너무 많았다. 그다지 춥지 않았던 10월의 어느날에 병원으로 들어가서 11월을 훌쩍 넘긴 시간들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일년 정도 집을 비운 것 처럼, 집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 엉망이 되어 가.. 간병일기 2017.11.18
숲길에서 만난 가을 풍경 하루가 다르게 들판은 텅비어 가고 있었다. 엊그제 사진을 찍어 놓고, 들판에 나가보니 누렇게 보기 좋았던 풍경들이 사라져서 하룻만에 풍경들이 흘러간 과거가 되어버렸다. 시간을 붙잡을 수 있다면, 석달 열흘 쯤 붙들어 놓고 싶지만.... 바람 앞에 촛불 처럼 꺼져만 가는 시한부 생명.. 간병일기 2017.10.26
빠르게 진행되는 몹쓸병 초저녁에 정신줄을 놓은 것 처럼 잠이 쏟아져서 잠을 자다가 깼더니 야심한 밤에 올빼미가 된것은 아닌지? 환자 앞에서는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만을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피곤함으로 포장이 되었는 것 같았다. 방사선 치료 때문인지, 먹는 것 조차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안타까움으로.. 간병일기 2017.10.23
몹쓸병 때문에 알게된 약초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앞으로 일어나는 일은 신이 아닌 이상 절대로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책상앞에 놓인 카레다를 무심코 바라보니까 '10월22일(일요일)에 경주 주사암 갈것'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10월 22일이면 이번 주 일요일인데, 절대로 갈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씁쓸한 웃음이 나.. 간병일기 2017.10.19
방사선 치료를 하루 앞두고.... 무덥던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겨우 2개월이 지났을뿐인데..... 몇개월이 흘러간듯, 참으로 악몽같은 시간들의 연속은 어느덧 10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암세포가 뼈에 전이되면 얼마나 심한 통증이 찾아오는 것인가를 하루 하루를 지켜보면서 똑같은 암 환자라도 아직은 몸의 어.. 간병일기 2017.10.17
환자 대신 아플수만 있다면 침대에서 하루 종일 고통스럽게 누워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환자를 설득했다. 짧은 거리는 운전을 해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3일에 한번 정도는 바깥 세상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 평소에 좋아 했던 짜장면을 먹게 해주고 싶었고, 몸에 보양식이 되.. 간병일기 2017.09.30
항암치료 불과 2년 동안에 절친 두명을 암환자라는 올가미를 씌워서 하늘로 보냈었다. 골골장수라는 말 처럼 어릴때 부터 병치레 하느라 늘 약봉지를 끼고 살고 있는 나는 멀쩡한데 평소에 너무 건강하다고 큰소리 치던 사람들이 어느날인가 병원엘 다녀오더니 말기암이라고 했다. 믿기지 않았지.. 간병일기 2017.09.27
생일날에 해마다 추석 전 후로 생일을 맞이하는데, 올해는 윤달이 끼어서 그런지 생일과 추석의 날짜 간격이 제법 있었다. 집안에 환자가 있어서 추석 차례상도 간소하게 하느냐 마느냐, 아니면 생략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내 생일이라고 들먹거린다는 것도 어색해서 모른척 했더니, 환자 .. 간병일기 2017.09.25
보호자라는 것 때문에 하루를 꼬박 앓아 누웠다가 일어나니,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몸은 천근만근의 무게로 머리속을 짓누른다. 이곳 저곳 친구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에는 아픈사람의 안부도 중요하지만, 내 건강을 더 챙기는듯 했다. 중환자를 간병하려면 보호자의 몸도 중요하니까 뭐든지 챙겨먹고 푹 쉬.. 간병일기 2017.09.20
간병일기를 시작하며.... 병원에서의 시한부 환자라는 것에 그냥 멍때리기를 하고 있을수는 없지만, 그래도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였다. 이곳 저곳의 지인들과 친척들에게서 병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여러가지를 추천해주어서 닥치는대로 무엇이든지 먹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당사자인 .. 간병일기 2017.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