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방사선 치료를 하루 앞두고....

nami2 2017. 10. 17. 00:41

          무덥던 여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겨우 2개월이 지났을뿐인데.....  

          몇개월이 흘러간듯, 참으로 악몽같은  시간들의 연속은  어느덧 10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암세포가 뼈에 전이되면 얼마나 심한 통증이 찾아오는 것인가를  하루 하루를 지켜보면서 

          똑같은 암 환자라도  아직은 몸의 어느 곳에 전이 되지않은 암환자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전이 된것과 전이되지 않은 것의 차이점은  시한부의 판가름에도 영향을 끼쳐서 환자는 물론  그 가족들 까지도

          힘든 싸움터에서 싸워보지도 못하고 주저앉게 만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환자를 살려보겠다는 생각은 간절하지만, 환자 본인이 따라와주지 않으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

          자꾸만 힘빠지게 했다.

          잘먹고, 잠도 잘자고, 운동 열심히 해서 항암치료도 받고, 방사선치료도 받아야 하는 환자가

          음식을 거부하고, 밖에 나가는 것도 싫어하고, 물마시는 것도 힘들어 했다.

          노력하면 살 수 있다는 것을  앵무새 처럼  하루종일 환자에게 중얼거리지만, 듣기 싫은 소음공해로 받아드린다면

          그또한 간병인에게는 한계에 부딪히게 하는  맥빠지는  일이되는 것 같았다.

          항암을 거부했던 환자가 통증이 너무 심해서 스스로 항암을 받기로 결심했는데,이번에는 주치의가 보이콧 시켰다. 

          몸이 너무 쇠약해져서 항암을 받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어느  것이든 뜻대로 되는 것은  없었고, 암세포는 인정사정없이 환자를 괴롭히고 있었다.

            

          항암치료를 우선시 하던 주치의가 항암을 뒤로 돌리고, 방사선치료 부터 받자는 제안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암센타로 병원을 옮겨서 방사선치료를 받는 것도 괜찮다고 하여  원자력병원으로 갔다.

          일반환자가 더 많았던 대학병원과는 달리, 예약제로 운영되는 암센타에서의 느낌은...

          참으로 암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성별과 상관없이, 따라온 보호자들의 일그러진 표정들에서 같은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왼쪽 골반 부위에 인공관절을 했던 우리집 아저씨는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목발을 짚어야 했다.

          마음 놓고 걸어다니면서 치료를 받는 암환자도 부러웠고, 몸속에 전이되지 않은 암환자도 부러웠다는 것은...

          목발을 짚고, 뼈에 붙은 암세포들의 장난질 때문에 통증 호소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애처로웠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피웠던 담배였다.

          담배값이 아무리 인상한다고 해도, 담배 피는 장소가 점점 사라진다고 해도 담배와의 인연은끊지 못하겠다고 하던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보았던것이 언제였는지

          24시간 통증 때문에   때로는 몸부림치고, 때로는 어린아이처럼  울어대는 모습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서글픔을 느꼈다.

 

          10회의 방사선 치료를  내일 부터 원자력병원에서 받기로 했다.

          부디 부작용없이 꿋꿋하게 잘받아서  통증이 완화되길 빌어보는 것 외에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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