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첫번째 항암치료

nami2 2017. 11. 18. 02:21

             긴장과 답답함과 그리고 숨막힘의 시간들을 무사히 견뎌내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할일이 너무 많았다.

             그다지 춥지 않았던 10월의 어느날에 병원으로 들어가서 11월을 훌쩍 넘긴 시간들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일년 정도 집을 비운 것 처럼, 집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양파와 감자에서는 싹이 돋아나서 풀밭을 만들었고, 화분의 식물들은 사는 것 조차 버겁다는 모습이었으며

             발을 디딜 수없이 차거운 방바닥과 보일러를 오랫동안 가동해도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집안 구석 구석에서는  

             급하게 병원으로 갔던 흔적들이 참으로 서글프게 했다.

            

             방사선 치료을 10번을 받기로 했었는데

             방사선 치료 2번째  부터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음식을 먹지 못했던  환자는 6번째 부터는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입원을 원했지만, 입원실 부족으로 방사선 치료 10번을 끝내고 입원 하는 것으로 예약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살기위한 방사선 치료가 ,부작용으로 인해 조금 더 빨리 이땅을 떠나는 것은 아닌지?

             불길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10번째 방사선 치료 받는 날에, 급하게 입원이 가능했다.

             입 속의 구내염이 심각해서 영양실조를 만들었고, 영양실조로 인해 백혈구 수치는 떨어지고....

             항암치료는 하루 빨리 받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환자의 몸은 응급조치가 필요할 만큼 엉망이 되어 있었다.

             입원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찔한  순간 순간들이었다.

             그래도 병원이라는 곳이  영양실조에서 구출해냈고, 회복을 시켜서 첫번째 항암치료를 무사히 끝냈다는 것에는

             무조건 감사함뿐이다.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한숟갈이라도 밥을 먹이기 위해, 해서는 안될 소리도 입 밖으로 내뱉은 것이

             환자에게는 스트레스가 되어 암세포가 증식 되는 것 같다는  원망의소리를 듣고

             보호자와 간병인을 포기 한채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암센타의 암병동에서는 하루에도 몇차례씩 임종실이라는 곳으로 환자의 침대가 가는 것을 보았기에

             두렵다는 생각과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생각 속에서 많은 갈등을 느끼게 했다.

             임종실이라는 곳으로 절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은  같은 병실의 보호자들끼리 나누는 마음으로의 대화였다.

 

             왜 그렇게 4기의 암환자들이 많은 것인지?

             5인실 병실의 환자들은 모두 4기 환자들이었다.

             하루에 한두번씩 저쪽 세상으로 떠나는 것을 볼때,나이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그렇게 힘들게 받았던 방사선치료와는 달리  영양실조에서 벗어나서  첫번째 항암치료를 받은 우리집 아저씨에게

             항암주사는 부작용이 없는 생명수 같은 존재가 되었다.

             방사선 치료 부작용으로  7키로가 빠진 몸무게 때문에  형편 없는 몰골이 되었는데

             지금은 뭐든지 먹을 수 있는  왕성한 식욕을 하사 받은 것 같은....

             항암 치료후 3일째 되는 날 부터  병원 밖 음식을 찾기 시작하기에  신기해서 피곤 한 줄 모르고

             먼 곳 까지 가서 원하는 음식을 포장해다가 먹였더니,며칠만에 2키로가 불어났다.

             퇴원하는 날 까지 일주일을 꼬박 병원 밖의 음식을 사다가  먹였다.

             살고져 하는 환자의 의지가 보기 좋다는  여러사람들의 격려가  어느새 큰 힘이 되고 있음이 기쁨이 되었다.

             

             가을이 훌쩍 지나서 겨울 초입에 들어선 추운 계절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어째튼 암환자는 뭐든지 잘먹어야 좋다는 소리가  이제는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으니

             무조건  이세상 모든 것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