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환자 대신 아플수만 있다면

nami2 2017. 9. 30. 01:09

           침대에서 하루 종일 고통스럽게 누워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환자를 설득했다.

           짧은 거리는 운전을 해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3일에 한번 정도는 바깥 세상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

           평소에 좋아 했던 짜장면을 먹게 해주고 싶었고, 몸에 보양식이 되는 장어도 먹게 해주고 싶었고

           갈 곳은 많은데 똥고집의 환자는  말을 듣지 않는다.

           운전을 못하니까, 어째튼 운전대를 잡은 환자의 마음이 우선이었다.

           어렵사리 설득해서 시골풍경이 괜찮은 곳에 있는 짜장면 집으로 가기로 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그 음식점은  중국집이 아니라  짜장면과 우동만 만드는 집이었다.

           그런데, 힘들게 설득해서 찾아간 집은 돌계단이 얼기설기 짜맞춰 놓은 ,목발을 짚고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었다.

           목발을 짚고 돌계단을 올라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을 부축 하려다가 발을 헛디뎌서 내가 다리를 다쳤다.

           아프다는 소리도 못하고 절뚝거리면서 추어탕집으로 가자는 제안을  했었다.

           그나마 진통제 힘으로 그곳 까지 갔었는데, 마법이 풀리듯 진통제 효과가 떨어지니까  통증을 호소했다.

           모처럼의 바깥나드리는  통증 때문에 또다시  지옥을 넘나들게 되었다.   

           

           골반 주변의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 대학병원의 정형외과 주치의는  골반에 종양이 전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펫트시티를 확인 한 결과 인공관절 심는 부위만 종양을 제거 하고, 나머지는 호흡기내과로 미뤄놓은 것이다.

           폐에서 전이된 골반의 종양이니까 '호흡기내과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미루기 였던 것으로 보였다.

           결국 골탕 먹은 것은 환자 당사자이다.

           수많은 검사를 했던 호흡기내과 주치의는, 골반에서 환자를 죽기살기로 괴롭히는  종양덩어리에는 관심이 없는척

           항암주사를 전체적으로 하면 된다는  이론적 설명뿐이다.

           골반의 종양만이라도 우선 방사선치료라도 해달라는 환자의 호소는 귀담아 듣지 않은채....

           환자가 항암을 거부하니까  마음가는대로 하시라는 무책임적인 말뿐이었다.

           환자와의 면담도, 환자를 설득하지도 않은 대학병원의 주치의라는 사람들은

           그냥 환자가 돈이 되는지, 돈이 되지 않는 지 상품 흥정을 하는 사람들 처럼 보였다.

           말기암 환자가 살면 얼마나 살것인지, 다리의 종양 정도는  정형외과도  호흡기내과도  무책임한 행동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24시간 동안 통증을 호소했고, 무던히도 참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서울 큰병원으로 다시 가보자는 나의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환자의 똥고집이 답답했다.

            항암도 거부하고, 서울 큰병원 가는 것도 거부하면서 죽을 만큼의 큰 통증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었다.

            

            제아무리 부산에서 큰 병원이라고 해봤자  서울에서 볼때는  그냥 지방병원일뿐인데

            환자에게 처방한 약은 종류별로 성분이 틀린 진통제와 진통제를 먹었을때  나타나는 후유증에 대비한

            변비약과 위장약외에는  별다른 치료약이 들어 있지 않은 암환자의 처방전이다.

            의학드라마에서 처럼 한사람의 환자를 살려보겠다는 신념은 전혀 보이지 않는....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밀려드는 수많은 환자를 상품으로 보는 것 같은 대학병원의 실태가 화가났다.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침대 모서리에 앉아서 낮과밤을 보내는 환자를 바라볼때는  안타까움 보다는

            환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둘이서 함께, 이 세상 바깥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환자 대신 아플수도 없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은  생지옥을 느끼는 것 같았다.

 

            며칠전 밖에 나가서 목발을 짚고 서있는 사람을 피해서 움직이다가  돌층계에 무릎을 다쳤지만

            절뚝거리고 다니면서도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 못했다.

            종양 세포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는 우리 아저씨 만큼 하겠나 싶어 억지로 참았더니  견딜만했다.

            그러나 하루종일 통증호소 하는 아픈다리 때문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참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종양제거 수술을 엉터리로 했나 싶어서 대학병원 상대로 싸우고 싶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무모한 행동에  오히려 환자가 더 상처 입을까봐  침묵만 지키고 있다.  

 

             늦은밤에 나도 모르게 부처님을 향해 백팔배를 하기 시작했다.

             통증을 호소하며 눕지 못하고 침대 모서리에 앉아서 밤을 새우는 사람을 바라보다가 순간적으로

             부처님께 간절함을 백팔배로 대신 하는데, 절뚝 거렸던 다친 내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채  오직 하나만 생각하며 백팔배를 했던 나의 절박함을

             부처님은 어디까지 내맘을 읽으실런지

             차라리 내가 그 고통을 몽땅 받아서  대신 아파주고 싶은데, 그것도 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이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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