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빠르게 진행되는 몹쓸병

nami2 2017. 10. 23. 01:56

             초저녁에  정신줄을 놓은 것 처럼 잠이 쏟아져서 잠을 자다가 깼더니 야심한 밤에 올빼미가 된것은 아닌지?

             환자 앞에서는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만을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피곤함으로 포장이 되었는 것 같았다. 

             방사선 치료 때문인지, 먹는 것 조차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려니까

             그것도 내게는 심한 스트레스가 되는 것인가

             걷기 운동을 핑계 삼아  바깥으로 나가면,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듯한 것이 환자에게 또 죄스러움으로 남는다.

             

             진행속도가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대학병원 주치의 말에 애써 부정을 했지만

             항암을 거부했던 그날 부터  지금 까지 한달정도 되었는데, 점점 중환자의 모습이 되어 가는 것에 

             정말 아무 방법이 없이 이대로 떠나 보내야 하는가를 생각하니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 앉은 것 처럼 무겁다.

             목발이라도 없었다면, 걷는 것이 덜 힘들었을까

             힘겹게 목발을 짚고 병원으로 가는 초췌한 모습이 애처로워서, 휠체어라도 권하면  불편하다는 대답뿐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고민하다가  한밤중에 이곳에서 글을 남기며 마음을 달래본다.

            

             주변의 가까운 친척들은 노력해보지도 않고, 병원 의사의 말에 왜 그렇게 긍정적인 모범생이 되어 가는 것인지

             욕설을 퍼부으면서 부정을 해보지만, 정말 낙엽지는 늦가을이 두렵게 느껴진다. 

             자꾸만 꺼져가는듯한 환자의 체력 앞에서 어떤 도움으로 체력을 복구시킬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노력과 정성  그리고  부처님께 간절한 기도

             간병인으로서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보지만, 아직은 간병인의 자질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머리속은 온통 근심걱정뿐이다.

    

              

             방사선 치료의 후유증으로 인한  속메스꺼움이 그나마 조금씩 먹었던 식사 마져도 저녁에는 거부를 했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폐암말기 환자의 모습은 거의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었지만

             우리집 환자는 호흡하는 것에는  아직 문제가 없는듯 했다.

             내일은 혈액종양내과에 가서 선생님과 면담이 있다.

             한달전에  항암치료를 거부 했던 환자가  나의 설득을 받아드려서  항암치료를 받기로 했다.

             완치 목적이 아니고, 연명 목적이라는 것에 반발을 일으켜, 항암을 거부하는 것에 동의 했었지만

             단 하루라도 더 내 곁에 붙들어 두고 싶은 마음에 연명 목적의 항암 치료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환자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픔을 호소하는 신음소리뿐이지만

             그래도 그 신음소리라도 들으면서  사는 것이, 아무도 없는 빈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붙들 수만 있다면 어떠한 방법이라도 동원해서 꼭 붙들고 싶다.

             아무리 몹쓸병이지만, 병원에서 선고 받은지  2~3개월만에 보낸다는 것은  인정 할 수가 없다.

             마음은  이미 내려 놓았지만, 두사람의 연결고리의 끈은 놓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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