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생일날에

nami2 2017. 9. 25. 01:08

            해마다  추석 전 후로 생일을 맞이하는데, 올해는 윤달이 끼어서 그런지 생일과 추석의 날짜 간격이 제법 있었다.

            집안에 환자가 있어서  추석 차례상도 간소하게 하느냐 마느냐, 아니면 생략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내 생일이라고  들먹거린다는 것도  어색해서 모른척 했더니, 환자 자신이 먼저 아는체를 했다.

            두사람이 한집에 살면서  가장 챙기는 날이 일년에 두번, 서로의 생일날이다.

            모른척 그냥 넘어가면 약간은 서운하다고 생각될망정, 아무튼 지금은 생일을 거론할 때가 아닌데

            점심이라도 괜찮은 곳에 가서  한끼 해결하자는 환자의 제안이었다. 

           

            다리에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인공관절을 심어서 목발을 짚고 걸어야 하는 우리집 아저씨는

            수술을 한지 아직 1개월도 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나  하루 스물네시간 중에서  거의 절반 정도는 

            통증이 심해서 고통스러워 하는데,  생일밥을 먹기위해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 정말 난감했다.

            그래도 집안에 있는 것 보다는 바깥 바람 쐬는 것이 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 집밥 보다는 외식이

            환자의 입맛에도 괜찮을 것 같아서

            한우 암소고기로 유명한 곳으로 알려진  철마 한우 암소고기 판매하는 단지로  가보기로 했다.

           

            예약을 하는 것도 중요 했지만,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찾는 것도 문제였다.

            왼쪽 골반 밑에 종양제거 수술을 하느라고 , 골반에서 부터 아래로 25cm 절개를 했기에 실밥을 뺐어도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통증이 있었고 , 인공관절을 심은 곳도 통증이 심해서 걷기도 불편한 사람이 갈만한 곳은

            분위기 좋은 곳도 아니고, 뛰어나게  맛깔스런 고급 음식점도 아닌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곳이면 가능했다.

               

            이틀 전 부터 인터넷으로 테이블 있는 집을 찾기 시작 했다.

            

            한정식 부터 시작해서 일식집, 그리고 한우 암소고기 단지에 있는 많은 음식점들을  찾았지만

            요즘의 음식점들은  거의 90%가 온돌방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형태였다.

            그냥 슬그머니 넘어가도 되는  생일날의 한끼 식사인데, 꼭 나가서 먹자는 제안을 묵살 할 수 없어서

            겨우 두군데 찾아내서  점심을 먹으러 나갔는데, 

            오랫만에 직접 운전을 하고 나가는 20분  정도의 거리도 몹씨 힘들어 했다.

            운전해도 좋다는 주치의 말이 있었기에 가까운 거리는 운전을 해보라고 권유를 해보았다.

            비록 목발이지만, 내 부축이 없으면 전혀 거동을 할 수 없는 환자를, 억지로 생일밥 먹는 것을  핑계대고

            오랫만에 바깥풍경을  볼 수 있게 해준 것은 어찌보면  잘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거의 한달만에 운전대를 잡은 환자의 모습은  완전 중환자 모습이어서  애처롭다는 생각뿐이었다.

            

            언제 까지  환자로 살아야 할지는 미지수, 사는 동안 만큼이라도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종양제거에  다리 수술, 그리고 조만간에 시작되는 항암치료 까지....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 밤잠 못이루고 ,낮에도 거의 진통제로 버텨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행체제가 많은 현실 처럼, 아픈 것도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당장 바톤 텃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과연 내년에는 생일밥상에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도 있지만

            신이 계시다면 나의 간절함을 헤아려서, 내년에는 꼭 고통스럽지 않은 생일밥상에 마주 앉게 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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