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항암치료

nami2 2017. 9. 27. 01:20

            불과 2년 동안에 절친 두명을 암환자라는 올가미를 씌워서 하늘로 보냈었다.

            골골장수라는 말 처럼 어릴때 부터 병치레 하느라 늘 약봉지를 끼고 살고 있는 나는 멀쩡한데

            평소에 너무 건강하다고 큰소리 치던 사람들이 어느날인가 병원엘 다녀오더니 말기암이라고 했다.

            믿기지 않았지만, 한 친구는 시름시름 할때 부터, 하늘로 떠나는 날까지  옆에서 지켜보게 되어서 실감을 했다.

            그 친구는 무던히도 살아보려고  항암치료를 수십차례 받았지만, 결국은 2년만에 하늘로 떠나갔다.

            그로 부터 3개월 후, 또하나의 절친이 서울로 수술 받으러 올라 갔다가 항암치료 받느라 집에도 내려오지 못한채

            1년 5개월만에 병원에서 떠났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항암치료!!

            살기위해서 받는 치료가 사람을 빠른시일내에  주저앉게 만드는 맹독이라 것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런 증세를 느끼지 못하던 사람들이 어딘가 약간 이상하다고 느껴서 병원을 찾아갔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의사 소견이 나오게 되면, 그것은 십중팔구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병원 호흡기내과에 입원한 사람들이 거의 그런 케이스 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우리집 아저씨 때문에  호흡기 내과에 두번째 입원 했을때 같은 병동 사람들에게 들은 소리였다.

           

            다른 병원을 거쳐서 의사소견서를 들고 대학병원을 찾아가면 우선 검사가 시작된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사는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는 고통이고, 보호자에게는 긴장의 연속이다.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은채, 의심이 가기 때문에 정확한 판독이 필요하다는 이유....

            그리고  얼마후에 내려지는 선고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시한부 선고라는 것을  같은 병동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보호자들 끼리 쳐다보는 시선은 침울했지만 '그 마음 내가 잘알아요' 라는  위로의 눈인사

            그렇게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면서 보호자라는 이름으로  꿋꿋하게 버티기를 한다.

 

            환자와 충분한 면담도 하지않은채 막무가내식으로 항암치료를 하기 위해서 입원하라는 연락을 받고

            입원 가방을  챙겨서 병원에 갔다.

            항암주사는 1박2일이면 되니까 입원수속을 하고, 병실에 가서 항암주사 맞을 준비를 하라는 간호사의 설명이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면 연락을 해주겠다고 해서, 초조하게 일주일을 기다렸더니

            조직검사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잘모르겠다는 대답뿐이고, 우선 입원을 하라는 소리에  화가 났다. 

            대학병원이라는 거대병원의 갑질인가  생각했다.

            

     

            항암주사를 맞기위한 준비과정이라고,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면서 수액을 팔에 꽂고

            먹는 약을 먹이고, 이것 저것 주사를 놓더니, 채혈을 하고 ,엑스레이와 심전도 검사를 받고 오라고 했다.

            암 환자이니까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움직이라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병원측에서 볼때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암환자이니까,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다는 뜻인지? 

           

            보호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심정이었기에 항의를 했더니  이튿날 담당의사가 면담을 요청했다.

            조직검사와 펫트시티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진행상태는 말기암이었고....

            항암치료는 연명치료일뿐 다른 옵션은 없다고 하면서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 했다.

           

            완치율을 장담 못하는 항암치료를 환자의 동의없이 일사천리로 진행했다는 것에 말문이 막혔다.

            더구나 암세포를 죽이는 과정에서 정상세포도  손상이 가서, 면역이 약해지고, 환자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먹어서 몸에 좋다는 음식은 암세포 죽이는데 문제가 되니까 거의 금지식품이었다.

            녹즙, 홍삼, 버섯 다린물, 신선한 야채, 민간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가지 끓인물, 심지어 과일까지

            복숭아, 포도 따위를 먹고 싶으면 통조림을 사먹고, 김치도 끓여서 먹어야 한다니....

 

            결국 환자는 항암치료를 거부했다.

            항암주사외에는 다른 옵션이 없는데, 완치가 아닌 연명일뿐이라는 말기암 환자의 비통함은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집에서 편히 먹고 싶은 것 먹고, 맑은 공기 마시면서 살다가 떠나겠다는 뜻이었다.

            수액을 주렁주렁 꽂고 병원에서 먹지 못한채 처참한 최후를 보내기 싫다면서 완강하게 고집했다.

           

            아직은 세상과 인연을 끝내기에는 안타까운 나이인데, 방법이 없다는 소리는 참으로 절박했다.

            치료를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집 아저씨의 속마음은 알길이 없었지만

            결국 형제들과 전화 통화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두번이나 보게 되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내리는  서러움의  눈물이려니

            그냥 말문이 막힐뿐,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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