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보호자라는 것 때문에

nami2 2017. 9. 20. 00:10

             하루를 꼬박 앓아 누웠다가 일어나니,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몸은  천근만근의 무게로 머리속을 짓누른다.

             이곳 저곳 친구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에는 아픈사람의 안부도 중요하지만, 내 건강을 더 챙기는듯 했다.

             중환자를  간병하려면 보호자의 몸도 중요하니까 뭐든지 챙겨먹고 푹 쉬라는....

             그러나 갑자기 의사에 의해서 중환자가 된 우리집 아저씨를 바라보니 안쓰러워서 억장이 무너지면서도

             정말, 아픈 사람 놔두고 내가 먼저 쓰러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냥 몸살기가 있어서 죽을만큼 아파도, 병원에서 선고를 내린 사람보다 더 아프겠냐만은

             옆에서 그러한 사람을 지켜보는 것도 편안하지 않으니까, 예고 없는 간병인이 되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조직검사 결과를 보러가는 전날 밤에는 밤을 하얗게 새웠다.

            

             결과가 좋지 않아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두려워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고

             의사에게서 무서운 소리를 들을까봐  겁이나서

             몸도 불편한 사람을 혼자서 병원으로 보낸다는 것도 말도 안된다는 생각도 해봤고

             그냥 이것 저것 생각해보니  선고를 받은 환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누구에게 부탁을 해서 환자와 함께 다녀오게 하면 안될까도 생각해봤지만....

             결국 보호자라는 이름 때문에  병원에 가봐야한다는 것에는  어쩔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병원에서도 두군데를 가봐야 했다.

             다리에 종양제거를 하고  인공관절을 심은 정형외과

             그리고 종양을 전이되게 만든 원인을 찾기위해 조직검사를  해놓았던 호흡기내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모두 아픈 것 처럼, 아침 부터 대학병원은 북적거리는 시장통 같았다.

             무슨  아픈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정형외과로 가는 길에, 피검사를 하기위한 채혈실을 들여다보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대기중이었고

             오전 9시에 정형외과 앞, 대기실에도 사람들은  넘쳐날 정도로 많이 있었다.

             1시간을 기다려서 의사 얼굴 2분 정도 대면하고, 엑스레이 찍고와서 또다시 2분 면담

             그러나 2분 정도의 면담속에서도 사람을 주저앉게 만드는 내용이 있었다.

            

             종양 제거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골반으로 종양이 전이 되었다는 말과 함께, 방사선 시술 이야기가 나왔다.

             외과적인 수술은 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전이라는  말에 환자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보호자라는 것을, 정말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었다.

             같이 놀랬으면서도  태연한척 환자를 위로해야 되지만, 말문이 막혔다.

                 

             

              1시간 간격으로 예약된 호흡기 내과로 가니까, 누가 환절기 아니랄까봐  환자들은 그곳에 몽땅 집합한 것 같았다.

              거의 두시간을 기다려서  담당의사 3분동안의 면담은 결국 환자와 보호자를 맥빠지게 만들었다.

              폐암 전문의 방앞에서 대기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들어갈때 표정과 나올때 표정이 모두 달랐다.

              웬 폐암 환자들이 그리 많은 것인지

              담배도 원인이지만, 미세먼지와 온갖 공해에 찌들린 세상에서 늘어나는 환자는 모두 폐암환자라고 하더니....

              결국 환자와 보호자로서  의사 면담을 하고 나오는 ,우리집 아저씨와 내 모습을 

              대기실에서 지켜보던 누군가는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식했을 것이다. 

 

              의사와의 면담은  우리가 기대 했던 희망을 무너뜨렸다.

              항암치료를 약으로 하느냐, 주사로 하느냐, 그후 방사선.....

              고관절에 생긴 종양의 원발점은  폐였고, 결국 믿기지 않았지만 폐암이었으며, 진행은 4기였다. 

              인터넷에서의 검색에서에서는  생존률이 얼마라는 것도 나온 이상 

              우리집 아저씨의 속마음이 어떨것인가는  물어보지 않아도 머리속은 하얗게 되었을 것이 상상되었다.

              그럴때 보호자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보호자를 하지 않은채 어디론가 도망가서 꼭꼭 숨어버리고 싶었다.

              

              환자의 겉과 속을 모두 위로해야 하고  

              그리고 자신의 표정은 하나도 흩으러지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

              보호자는 울지도 못하고, 힘들어 하지도 말고, 꿋꿋해야 한다는 것이

              병원을 다녀온후 심한 몸살로 앓고 누웠지만, 그것마져도 맘놓고 앓아눕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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