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몹쓸병 때문에 알게된 약초

nami2 2017. 10. 19. 01:48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앞으로 일어나는 일은  신이 아닌 이상 절대로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책상앞에 놓인  카레다를 무심코 바라보니까 '10월22일(일요일)에  경주 주사암 갈것'이라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10월 22일이면 이번 주 일요일인데, 절대로 갈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지나간 7월에 경주 여행을 하면서  단풍이 드는 가을에 '경주 주사암'을 가면 괜찮을 것 같아서 해놓은 메모였는데

           늘 함께 동행을 했던 우리집 아저씨는 지금 현재 진행형인 몹쓸병과  사투중이다.

           한치 앞을 모른다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고 하지만, 3개월 전에 메모를 해놓은 것이

           이렇게 무용지물이 된다는게 참으로 어이없게 되었으니 요즘말로 어이상실이 틀림없다.

           짚고 다니는 목발을 병원에 반납하고, 병원에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말기암환자의 말문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살고자 하는 의지도 없는 것 같고,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욕망도 없는 것 같아서

           환자를 상대로 한바탕 심한 말을 퍼부었더니 마음이 이상해진다. 

          

           암센터의 방사선종양내과는 온통 암환자들이었다.

           병기가 다양했지만, 언뜻 귀가에 들려오는 소리는, 보통 3~4기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살려달라는  환자도 있었고, 살고 싶다는 환자도 있었으며, 어린아이를 맡길곳이 없어서  아이를 데리고 왔다가

           급하게 달려온 지인에게 아이를 맡기고 방사선 치료를 하러 들어가는 젊은 엄마도 보았다.

           누구하나 잡담하는 사람도 없이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방사선종양내과 대기실에 앉은 사람들의

           보호자와 환자의 얼굴에서는 착잡한 심정이 드리워진 근심덩어리들이 뭉쳐있는듯 했다.

 

           가을 여행, 가을산행의 표시가 된 탁상용 달력의 메모는  무용지물이 되고,

           이제 더이상의 설레이는 여행이나 산행 메모는 없을 것 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어둡게 했다.

           이곳 저곳 친척과 지인들이 보내주는 약초는 쌓여만 가고, 나의 하루 일과는 환자를 위한 시간들로 꽉 차있었다. 

           여름이 가고, 들판에 곡식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단풍이 들며, 낙엽이 진다해도 아무런 감성이 없이...

           살고자하는 의지도 아주 빈약한 환자를 위한 ,간병의 시간들로 세월을 보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다른 효능도 다양하게 있지만, 우선 항암효과가 크다는 '양파껍질'이다.

                        몇년전 부터 직접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확실한 무농약 재배라는 것에 양파껍질차로 마시고 있다.

                     환자의 누님께서 직접 농사를  지은, 마늘껍질을 깨끗하게 씻어서 건조한 후 가지고 오셨다.

                     최근에 마늘껍질에 대한 항암효과가 크다는 소식이 이곳 저곳에서 바람타고 들려왔다.

    

                     마늘껍질은 폐암, 위암, 유방암, 대장암 등의  암세포 억제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밖의 다른 효능도 있지만, 다른 효능은  관심밖에 있어서  항암에 좋다는 것만 메모해본다.  

                   동생이 와송을  두 박스 보내왔다.

                   꽃대 올라온 와송의 효능이 더 좋다고 하는데....

                   5~10월이 제철인 와송은  기와지붕과 바위틈에서 자란다고 해서 바위솔, 기와솔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와송의 대표적인 효능은  항암효과이다.

                   대장암 ,간암, 폐암 , 위암, 자궁경부암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하며

                   암세포를 파괴하고, 번식을 막아 암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임상실험을 통해 종양의 71%를 억제 시키고, 소화기 계통의 암인 경우에는 77%가 호전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친척이 보내주신  '마른와송'은 차로 우려먹거나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높은 산에서 채취를해서 가져왔다고 하는 스님의 정성도 감사했다.

                                                    잘 건조된 '부처손'

                                                        개똥쑥

 

                         항암효과 면역력 강화, 위장 강화, 해열작용...등등

                 집안에는  온통 '개똥쑥'향기가 있었다.

                 물을 끓여서 차를 우려내듯이, 우려낸 물을 환자가 물마시고 싶을때 늘 먹게 했으며

                 두번째 우린 연한 물은 밥물과 국을 끓일때 사용했더니

                 밥, 국, 물, 심지어 집안 구석 구석  모두가 개똥쑥 향기로 가득했다.

                 

                 불과 2개월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약초들의 우려낸물과 잡곡밥, 생즙  등이 환자에게는 괴로운 먹거리 였다.

                 살고자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먹어야한다고 강조를 하고, 으름장도 내보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다보니

                 거의 군기반장, 뺑덕어미, 못된 악처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그리 좋은 것만 아니지만 

                 자꾸 삶을 포기하려는 나약한 환자에게는 현모양처 보다는 악처가 낫다고 하니까 어쩔수 없이

                 군기반장이 되어보려고 한다.

 

 

                

              

'간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길에서 만난 가을 풍경  (0) 2017.10.26
빠르게 진행되는 몹쓸병  (0) 2017.10.23
방사선 치료를 하루 앞두고....  (0) 2017.10.17
환자 대신 아플수만 있다면  (0) 2017.09.30
항암치료  (0) 201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