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아직은 겨울이었기에 많이 차거웠으나
낮기온은 여전히 영상 10도~13도를 넘나들었다.
열흘이 넘도록 기온은 떨어질줄 모르고 따뜻한 날씨만 계속되는데
이러다가 그냥 은근 슬쩍 봄으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양지바른 산비탈 주변에 홍매화가 피지 않을까 해서 길을 나섰더니
어느새 바다가 멀리 바라보이는 포구 주변 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요즘은 겨울이라서 이렇다하게 텃밭에 나가서 일 할 것도 별로 없었고
설명절 차례 준비로 장을 보는 것도 아직은 쬐끔 빠르다고 생각하니
하루 해가 왜그렇게 지루한 시간들이 되고 있는 것인지?
보름 전에 영하12도의 기온이 동장군을 몰고와서
예쁘게 피던 애기동백꽃들을 몽땅 얼어붙게 했었는데....
그후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어도 한번 얼었던 애기동백꽃들은
비몽사몽인듯, 시간이 지나도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았다.
봄 기운의 훈풍에 빠른 속도로 애기동백꽃들이 피기 시작해야만
매화가 피기 시작할 것인데...
아직은 봄을 마중하는 바람은 절대로 아니었는가 생각되기도 했다.
해마다 설명절이 다가오면 매화 꽃망울이 부풀어서 매화소식을 전하건만
옷속으로 파고드는 은근한 추위는 여전히 겨울 한복판인가 생각되었다.
11월에서 12월 말 까지
예쁘게 피고 있었던 애기동백꽃은
1월이 되면서 영하의 날씨가 되니
바라보기에도 꽤나 서글픈 모습이 되어 있었다.
그 후 영상의 기온이 10도 이상 넘나들어도
한번 망가진 꽃송이는
회생이 되지 않는듯...애처로워 보였다.
집을 나오면서 걷기운동은 또 어디로 갈것인가
마음속에서는 갈등을 많이 했었는데
발걸음은 어느새 바다를 향해 걷고 있었다.
20분 정도 걷고나서
어느새 산 모퉁이를 돌다보니
멀리 방파제 앞의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들판을 바라보면서 걷다보니
빈 논과 논 한가운데 웅덩이가 보였다.
그리고 마을로 들어가는 작은 신작로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집들은
어린시절의 고향집 주변처럼 정겨워 보였다.
꿋꿋하고 강인한 생명력의 국화꽃이
춥기만한 1월 중순 까지 잘 버티고 있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게 되는 포구 주변
한 무리의 철새들이 쉬고 있었다.
이런 저런 많은 새들이 있었으나
내 눈에 보여지는 새들은 청둥오리뿐이었다.
청둥오리 암컷과 수컷들의 모임속에는
검은 물닭들은 없었다.
등대 앞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또 한 무리들은 검은 물닭들이었다.
자기들만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이
신기하고 우습기만 했다.
따뜻한 동해남부 포구였기에
철새들의 먹거리가 많았나보다.
각종 철새들이 많이 날아드는 포구에는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온 찍사들이
새들을 향해
순간 포착을 기다리는 모습도 볼만했다.
이곳은 부산 기장읍 죽성리 두호마을이다.
두호마을은 신라시대에는
연해 방비를 위한 요새로 토성을 쌓아
두모포항 만호영의 석축성이었다.
두모포 포구의 고기잡이 배들
이곳은 1618년에 고산 윤선도가
함경도 경원에서 이곳 기장 죽성 두호마을로
이배(移配)되어와서
6년 동안 유배생활을 했던 마을인데
6년간 유배생활을 하면서
시, 서, 제문 등 29수를 남긴 곳으로 전해진다.
오후 5시54분 수평선 모습이다.
5시 55분 죽성리 월전항구 풍경
5시 11분 두호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날이면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풍경을 보기위해서
찾아드는 덕분에
사람의 발길도 없었던, 한적하기만한 작은 어촌마을이
요즘은 외국인을 실은 관광버스들도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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