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등대가 있는 어촌마을에서

nami2 2025. 2. 4. 22:12

입춘을 지나고 나면, 봄의 전령사가 찾아드는 느낌이 있어야 한건만
올해의 입춘은 저만큼 물러서 있던 동장군을 초청이라도 하듯...
전국적인 한파에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도 예외없이 동참 하는 것 같았다.
영하의 날씨는 하루종일 정신을 번쩍들게 했다.
그동안 겨울도 아니고 봄도 아닌 어정쩡한 계절이라고 투덜댔었는데
그 투덜거림이 쏙 들어갈 만큼 진짜 많이 추웠다.

하루종일 영하 5도에 머문다는 것이 올 겨울 들어서 몇번 되지않았으나

그래도 겨울답게 세찬 바람 까지 불면서 춥다는 것이 상쾌하게 느껴졌다.

바다 근처에는 알바 하러 갈 때 아니면 일부러 가지는 않았건만
청개구리도 띠도 아니면서

날씨가 엄청 추워지면 바다로 가고 있는 내자신이 우습기는 했으나

볼때기가 얼얼거릴 만큼 추운날에 바닷가를 걷는 기분은...
그것이 진짜 묘미인가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엄청 추운날을 즐기는 북극의 곰처럼 혼자만의 바닷가 걷기가

이제는 별스런 취미생활이 되는 것 같았다. 



부산 갈맷길 1코스 1구간의 일부분인 어촌마을의 해안길을 따라서
세끝~문동~문중~칠암~신평~동백마을

버스 노선에 적혀 있는 6개의 마을을 걸으면서 등대 사진을 찍어봤다.

기장군 칠암마을에 있는 멋진 등대는
바다쪽에서 볼 때
방파제 오른쪽에 설치된 빨간색 갈매기 등대와
왼쪽의 흰색 야구 등대는
두개의 등대 사이로 선박을 운항하라는
표시를 나타내는 항로표시라고 한다.

흰색 야구등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종목의
금메달을 기념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빨간색 갈매기 등대는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와

기장 앞바다의

해맞이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했다.

노란색 붕장어 등대는

이곳 칠암마을이 장어마을임을 나타냈다고 하는데
노란색의 표시는
"이쪽으로는 선박을 운항하지 말라"는 뜻이다.

해양수산부에서 만들어 놓은
등대 조형물의 포토존이다.

칠암마을을 상징하는 세곳의 등대는
위의 등대 조형물의 포토존과 같은 모양...

칠암마을에서 바라본 문동마을의 등대

문중마을 하얀등대 주변의 방파제

멀리서 봤을 때는 가까이 있는 것 같아도
다가가서 봤더니
문동마을과 문중마을에 등대가 하나씩 있었다.

날씨가 추울수록 해풍에 건조된 생선이
더욱 맛있다고 한다.
곳곳에 가자미 건조대가 많았다.

차거운 해풍에 잘 건조되는 붕장어

이곳은 오징어, 가자미, 조기, 미역...등등

생선을 사려면 똥파리가 없는...

겨울 해풍에 건조된 생선이 인기라고 한다.

 

겨울 바다의 쓸쓸함을

하얀 갈매기들이

아름답게 연출해주는 것 같았다. 

갈매기를 상징하는 갈매기 등대 앞에

진짜 갈매기들이 풍경을 만들었다.

 

멀리 신평마을의 빨간 등대

청둥오리도 바다에서

먹이를 찾으면서

헤엄쳐 다닌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왕 간김에 반건조 가자미를 사왔다.

생선을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 내게는

가자미는 비린내가 없어서

그냥 저냥 먹을만한 생선으로

가끔은 이곳 칠암마을에서 반건조 가자미를 사온다.

 

알이 통통하게 들어있는 포항가자미는
구워 먹기도 하고

무우를 깔고 조림을 해먹어도 맛있다.

 

예전에는 임금님께 진상 했다는 기장미역이다.

요즘 한창 미역 채취를 해서 말리기도 하는 계절인데..

이 미역은 해녀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서 채취한 자연산 미역이다. 

 

이곳 사람들은 미역을 끓는물에 데치지 않고

그냥 씻어서 나물도 해먹고, 미역쌈도 먹는다는데

생미역 알레르기가 있는 내 경우에는

생것으로는 먹지 못하고 끓는물에 데쳐서

미역에 밥을 싸먹었더니 부드럽고 진짜 맛이 있었다.

 

요즘 물미역이 가장 맛있는 계절이라고 하는데

양식 미역도 맛있지만,자연산 미역의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입맛을 돋구는 것 같아서 또 사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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