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는 제법 추워졌다.
삼한사온이라는 것도 이제는 옛말인듯...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도
한번 춥기 시작한 날씨는 풀릴 생각 없이 계속해서 춥기만 했다.
다친 손가락의 실밥을 뽑자마자
더이상 미룰수가 없어서 춥거나말거나 배추를 뽑아왔다.
날씨는 몹시 추운 날이었으나 마음이 급하다보니
배추 뽑아서 집으로 운반하느라
10분 거리를 몇번씩이나 왔다 갔다 하니까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집 주변의 지인들은 진작 김장을 끝냈기 때문인지
그동안 만나는 이웃들마다 김장을 했느냐는 질문에
붕대 감은 손가락을 보여줬을뿐, 더이상의 할말은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보니 손가락 꿰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몸은 고달프지 않았으나 자꾸만 추워지는 날씨에 마음은 스트레스였다.
날씨는 자꾸만 영하로 떨어지면서 텃밭의 채소들이 얼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때문에 붕대 감은 손가락의 통증을 무시한채
능률도 오르지 않는 한손으로 알타리무우를 뽑아서 김치를 담갔고
갓을 뽑아서 갓김치를 담그는 동안에
손가락 꿰맨지 15일이 지나서 실밥을 뽑게 되었다.
12월 초순에 다친 손가락의 실밥을 뽑는 시간은 에누리 없는 15일...
실밥을 뽑은 손가락은 여전히 통증이 있었고 어설펐으나
엄살 피울새 없이 춥거나말거나 바쁜 마음으로 배추를 뽑고
소금에 절이고, 씻고, 양념 만들고..
배추를 뽑은지 3일만에
올해의 김장을 완전히 끝을 내니, 앓던 이 빠진듯 속은 시원했다.
이제는 상추를 뜯어내는 것도
잠시 멈춤 할 때가 된듯했다.
추위에 더이상 자라지 않고 잎이 많이 말랐다.
올해 마지막으로 상추를 뜯어봤는데...
아마도 2월 까지는 그대로 멈춤이다.
김장을 하려고 쪽파를 뽑았더니
추위 속에서도 쪽파는 계속 자라고 있는듯
제법 맛있는 쪽파가 되고 있었다.
자색 갓도 더이상 밭에서 머물 수는 없었다.
본격적인 추위에 견디지 못할 것이지만
그래서 김장에 넣으려고 갓을 뜯어왔다.
손가락을 꿰맨 손으로 무우를 뽑아와서
동치미를 소금에 절여놨었다.
소금에 절여 놓은지 5일만에
양념물을 만들어서 동치미를 담궜다.
*끓인 물을 식혔다가
사과 배 양파 생강 마늘을 믹서에 갈아서
삼베 자루에 걸러서 동치미 물을 만들었다.
그렇게 하면 맛있게 익었을 때
톡 쏘는듯한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된다.
한 겨울에 한그릇 국물을 마시면
사이다 보다 더 맛좋은 동치미가 된다.*
갓을 뽑아다가 소금에 절여놨다.
갓김치 담글 때도
역시 손가락은 붕대로 감아놨었다.
왼 손은 그냥 보조 였을뿐...
한 손으로 담근 갓김치도 어설펐지만
맛은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갓김치는 2통 담가서
한통은 이미 서울로 택배 가버렸다.
알타리무우로 담근 김치는
맛있게 익어서 벌써 먹고 있는 중이다.
손가락 실밥을 뽑지 않았으면
배추는 절대로 뽑지 못했을 것이다
배추 한포기의 무게는 엄청났다.
배추 2포기를 한꺼번에 들지 못할 만큼
배추 농사는 제법 잘한 것 같았다.
한겨울에 배추 쌈을 먹으려고
5포기를 밭에 남겨두었는데...
고라니도 피하고, 추위도 피하기 위해
비닐로 꽁꽁 묶어놨다.
배추 뽑아 오는 날 저녁에
소금에 절여놨더니
이튿날 아침 되니까 너무 잘 절여졌다.
그런데 배추가 너무 커서
배추 쪼개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지금까지도 손목과 어깨가 아프다.
좁은 베란다에서 소금에 절이고
씻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데...
무사히 힘든 과정을 끝내니까
김치를 완전 끝낸 기분이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혼자서 사부작 거리며
김치를 담근시간은 5시간 소요되었다.
배추 20포기에 5시간...만족이었다.
이제 부터
해마다 배추 20포기를 담그기로 했다.
스티로폼 박스 2개는 서울 동생집으로
그리고 3통은 내몫이다.
김장하는 날은 당연히 수육을 삶아야 하는데
수육은 혼자 먹기에는 일이 많아서 삼겹살을 구웠다.
김장을 하고 나서 굴을 넣은 겉절이와 삼겹살은
이때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별미의 맛이었기에
혼자서라도 맛있게 먹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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