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그다지 추운줄은 모르겠는데
주변사람들의 추워질 것이라는 호들갑 때문에
얼떨결에 알타리무우를 뽑아다 놓고 은근히 고민을 했었다.
12월 초부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는 김장이 시작되는데
갑작스런 장염과 손가락 꿰맨 것이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장염은 차도가 있어줘서 편안한 상태였으나
꿰맨 손가락이 아파서 한 손으로
흙이 묻은 알타리무우를 씻는다는 것에 갈등이 생기면서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밭에서 뽑아다 놓은 것을 며칠동안 방치해 놓을 수는 없었다.
손가락을 다친지 오늘 6일차 였고, 마침 병원 가는 날이었다.
혹시 실밥을 뽑아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는 해봤으나
깨끗하게 아물고 있지만, 실밥은 일주일 후에 뽑아야 한다는 의사 소견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베란다를 쳐다보니 은근히 심란스러웠다.
손가락 꿰맨 곳에 큰 통증은 없으니까 김치를 담가보겠다고 용감한 척 해봤으나
그것은 용감한 것이 아니라 무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슨 일이 있겠냐 중얼거리면서 흙이 묻은 알타리무우를 그냥 물에 담가놓았다.
아침에 병원 다녀오는데
어느집 뜰앞의 노란 국화꽃이 유혹을 했다.
옹기 항아리는 설정인가?
그런대로 분위기스럽게 예뻐보였다.
아파트 화단가의 국화꽃은
색깔 자체가 또 유혹을 했다.
색깔 때문인지 참 예쁘다는 생각이었다.
밭에서 뽑았을 때 흙이 많이 붙어 있어서
흙을 털어내고 집으로 가져 왔는데도
무우에 붙은 흙을 한 손으로 씻으려니까
힘들기는 했었다.
오른손은 흙을 씻어야 하고
왼손은 그냥 잡아주는 보조역활이었다.
다친 손은 왼손이었지만, 평소에는
왼손으로 일을 많이 하는 왼손잡이라서
그것도 또 스트레스였다.
억지로 씻어서 소금에 절여놨다가
6시간 후에
김치를 담그려고 씻는 중이다.
물기를 빼내고 있으나 이제 부터 할 일은
먹기좋게 썰어야 하는 것인데
또 아픈 손가락 때문에 염려가 되었다.
무우를 씻어서 소금에 절여 놓은 후
양념 만드는 것도
한 손으로 하려니까 힘들기는 했었다.
왼손은 그냥 보조역활 뿐...
뭔가에 부딪히면 엄청 아프다는 것이
일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시장에서 사오는 알타리무우는
보기좋고 예쁘게 생긴 것들이지만
농사 지은 것은 제멋대로 생겨서
손질해가며 먹기 좋게 썰어야 하는 것도
크나큰 일거리였다.
한 손으로 김치를 담근다는 것이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픈 손이 보조 역활이라도 해주니까
비닐 장갑도 두개가 모두 필요했다.
아픈 손가락의 보조 역활...
그래도 수고 했다는 위로의 말을 해줬다.
오전 10시에 병원에 다녀와서 부터
시작된 김치 담그기는
오후 8시쯤에 끝이 났다.
한통은 서울 여동생집
또 한통은 조카네집
그리고 또 한통은 내몫의 김치
어렵게 김치 담그기를 끝내고 나니까
그래도 마음은 편안했다.
손가락 꿰맨 것은 보름 정도 있어야
실밥을 뽑는다고 했다.
오늘이 6일차이니까 다음주 금요일에
실밥을 뽑은 후
아마도 배추김치는 16일쯤 할 것 같다.
한 손으로 김치를 담가보니까
무모하게 할 짓은 진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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