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또다른 태풍이 이곳 해안가에 올 것인지는 몰라도
9호 태풍 종다리가 스치듯 지나간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은 높은 습도와 뜨거운 열기 때문에
바람이 없는 세상이 되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쉴새없이 날아드는 '폭염경보'의 문자 메세지는
공연한 위화감만 만들어서
주눅이 드는 것은 물론, 우선은 밖에 나가기 싫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나 요즘은 예측 못하는 날씨가 사람을 참 우습게 했다.
일기예보는 비 소식이 전혀 없다고 해놓고서 비가 쏟아지는 오후는...
덕분에 오늘의 걷기운동은 우산을 쓰고 공원길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했다.
지난밤에는 열대야가 너무 심해서 새벽 4시 까지 한숨도 못잤더니
아침 9시 까지 덥거나말거나 그냥 늦잠이었다
10호 태풍 '산산'이라는 이름이 검색창에 올라왔다.
9호 태풍 '종다리'보다 더 강한 비바람이 부산을 거쳐 갈수도 있다고 하니까
그 무시무시함이 두렵기는 했으나 어째튼 무법자 같은 뜨거운 열기를
서늘하게 잠재워 주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더위로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니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서
냉장고 야채박스 정리를 하면서 몇가지 먹을만한 것을 만들어봤다.
마음 내킬 때 해놔야지
아무때고 밑반찬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픽 웃어봤다.
하얀 박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그런데 텃밭에 심어 놓은 박 넝쿨에서는
오직 박 1개만 수확을 하게 했다.
그렇기에 여름 내내, 박 1개가 더 열리기를
기다려봤지만 그냥 끝이었다.
그나마 하얀 박꽃이라도 예쁘게 피니까 좋았다.
농사라고 지어놓은 식용박은
유일하게 딱 1개 수확을 했다.
귀한 것이니까 콩 한쪽도 나눠먹자고...
박 1/2개는 서울 여동생 집으로 보내는
택배 박스속으로 들어갔다.
식용박 1/2개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이열치열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무더운 날이니까,
따끈따끈한 국에 밥을 말아 먹는 맛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국을 끓이기로 했다.
우선 박 속을 파냈다.
처음 끓여보는 박국이지만
박 속은 못먹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껍질은 칼로 깎아내기에 너무 불편해서
감자 깎는 것으로 하니까 편안했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추석 명절 차례상에
박으로 탕을 끓인다고 했었다.
그래서 소고기 무국 끓이듯이
소고기 박국을 끓여보기로 했다.
재료는 박, 소고기, 다진마늘, 대파, 국간장..
그리고 무우와 다시마'를 준비했다.
무우와 다시마는
시원한 맛이 우러나오라고 했는데
무우는 그냥 함께 끓였고
다시마는 5분만 끓이고 건져냈다.
껍질을 벗긴 박을 먹기좋게 썰어놨다.
우선 무우와 소고기를
약간의 소금으로 밑간해서
참기름을 넣고 볶았다.
그리고 물을 붓고
썰어놓은 박, 다시마를 넣고 끓이다가
다시마는 5분 후에 건져냈다.
10분 정도 끓인 후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끓이면서
국간장으로 간을 본 후 불을 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덥거나 말거나 금방 지은 따끈한 밥을
뜨거운 국에 말아 먹는 맛도 괜찮았다.
텃밭에서 처음으로 참외 농사를 지어봤는데
공교롭게도 딱 2개를 수확했다.
내년 부터는 절대로 참외농사는 짓지 않겠다고
다짐 까지 했다.
그런데 참외 맛이 너무 궁금했지만
실망이 클까봐 그냥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오늘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맛을 봤는데...
농사 지었던 참외 맛이 기가 막혔다.
그냥 맹물 맛....웃음이 나왔다.
5월 부터 애쓰게 정성들여 가꾼 참외였기에
그냥 쓰레기통에 넣기는 아까웠다.
끝물인 오이 따다 놓은 것과 참외를 곁들여서
밑반찬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참외 속을 파내고 예쁘게 썰어서
오이와 함께
식초 설탕 소금으로 20분 쯤 절여놨다가
베 보자기에 넣고 물기를 꼭 짰다.
오이향과 참외향이 괜찮았다.
잘 절여진 오이와 참외의 물기를 꼭 짜서
초고추장, 고추가루, 마늘, 참기름, 통깨
매실 엑기스, 대파 곱게 썰은 것을 넣고 무쳤더니
오이의 아삭아삭함과 참외의 꼬들꼬들한 맛이
진짜 먹을만 했다.
소면을 삶아서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고 싶었으나
뜨끈 뜨끈한 소고기 박국이 있어서 비빔국수는
내일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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