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고마운 단비가 내려주었다.
몇시간 동안 내린 빗물을 받아보았다면
야쿠르트병으로 겨우 1병 정도 내린 것 같았지만
그것도 너무 감지덕지 하다는 사람들의 소박한 뒷담화에 웃어봤다.
텃밭에 배추모종을 심어놓고 가뭄과 폭염에 바짝 타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할짓이 아니었는데
아주 쬐끔 내려준 빗물도 진짜 감사한 것만 사실이었다.
그런데...
한여름 장마철에도 그렇게 더워본 적이 없을 정도로
습도가 엄청 높은 비내리는 날의 느낌은
정말 환장하겠다"라는 표현이 딱 맞을 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추석 대목장을 보기 위해 재래시장으로 마트로 돌아다니면서 느껴지는
못견딜 정도의 더위는 지금이 9월인가 할 정도로 정말 끔찍했었다.
추석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할일도 많건만
언제 까지 이렇게 더울 것인가는 하늘만 알뿐..그냥 말문이 막혔다.
마트로 장을 보러가면서
그냥 너무 덥다라는 표현도 하기 싫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오후였다면
당연히 서늘해야 하건만...
고온다습한 열대지방의 느낌이 지겹까지 했다.
그런데 어느집 울타리를 지나가는데
눈에 띄는 열매가 반가웠다.
턍자나무 열매였다.
탱자는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으나
날씨는 "왜이래" 진짜 죽을맛이었다.
탱자는 감기예방에 좋으며
익지 않은 것은 약으로 사용하고
노랗게 익은 것은 방향제로도 쓴다고 한다.
탱자는 시고 떫은 맛이 강하여
식용으로 사용할 때는 설탕에 재워서
탱자청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집 주변에서 마트 까지는
걸어서 25분 정도 소요되었다.
비가 내리다가 멈췄다면 서늘해야 하건만
얼마나 더운지?
오늘 만큼은 걷는 것도 지겨운데....
그래도 걸어가면서 만나는 것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마음은 약간 누그러진듯 했다.
어느집 농장 옆을 지나가는데,울타리 주변에는
수세미, 작두콩, 여주 열매들이 주렁주렁이었다.
그 중에서 아주 예쁜 열매는 늘씬한 여주였다.
여주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여주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인도가 원산지로 추정된다고 한다.
면역력 강화, 눈 건강, 혈당 내리는데 좋은
여주 열매의 식용법은
물론 차를 끓여 먹는 것이 대중적이지만
볶음 요리, 샐러드, 커리요리, 피클 등으로도 이용한다고 했다.
꽃범의 꼬리 꽃이 예뻐지는 초가을인데
날씨는 완전 한여름이다.
꽃범의 꼬리의 꽃말은 '젊은 날의 회상' 이다.
우리 텃밭에 피고 있는 채송화도
폭염과 가뭄 때문에 지쳐서인지
거의 기력을 잃어가는 것 같더니
빗방울 한모금 마시면서
꽃을 피울 기력이 생긴 것 같다.
길을 가다가 진짜 강인한 식물을 만났다.
맨드라미가 살아가고 있는 곳은
콘크리트 옹벽이었다.
어찌 이런 곳에서 저렇게 꽃을 피우는 것인지
요즘 너무 덥다고 투정하고 산다는 것이
맨드라미 앞에서 민망하기 까지 했다.
천사나팔꽃을 오랫만에 만났다.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좋아한다는데
그래서 요즘 처럼 무더운 날에도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는가보다.
천사나팔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다.
이른 아침 아니면 볼 수 없는 꽃은 나팔꽃이다.
행동이 늦으면 절대 볼 수 없는 꽃인데...
흐린 날이라서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나팔꽃은 꽃 색깔별로 꽃말이 있다고 한다.
보라색 꽃말은 냉정, 평정
파란색 꽃말은 끈끈한 정, 덧없는 사랑
자주색 나팔꽃은 '안락하고 흡족한 기분'이다.
나팔꽃은 우리나라가 원산지가 아니며
오래전에 이 땅에 귀화된 식물이라고 한다.
나팔꽃은 아침에 해가 뜨면서
꽃이 피었다가 오전 8시가 되기 전에
꽃이 시들기 시작한다.
이 꽃을 사진 찍고 싶어서 오전 7시30분에 가봤더니
이미 꽃은 시들고 있었다.
배롱나무꽃은 여전히 예쁘기만 했으나
가을이 아직이라서인지
꽃이 사라질줄 모르는 것이 지루했다.
어느 정도 꽃이 피었으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은
가을을 몹시 기다리기 때문인듯...
배롱나무 푸른 잎사귀가 빨리 단풍들기를 바라는 것은
무덥기만한 여름이 빨리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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