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폭염이 너무 심했던 해안가

nami2 2024. 9. 20. 22:37

참으로 오랫만에 내리는 가을비는...
내리는 순간 부터 시원한 바람을 동반하면서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을 환장하게 했던 열기는 어디로 사라져갔는지?
그저 비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골백번 더 해본다.
이 비가 그치면 과연 기온은 어떻게 될까?
여전히 의심스럽기는 했으나

그래도 지금은 9월 중순이므로 하늘의 처분만 바랄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기우제 지내듯, 더이상 자연의 횡포는 없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다

엊그제 추석 명절날의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는 그냥 불지옥이었다.
습도와 열기가 합세한 하루종일의 기온은 말로 표현이 안될 만큼 끔찍했다.
추석 다음날에는 늘 그랬듯이 알바를 갔었는데...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알바하는 곳 까지 10분 정도 걸으면서
이곳이 뜨거운 아프리카 사막이 아닌가 할 정도로 숨막힐 만큼 뜨거웠다.

10 여년을 한결같이 다녔던 해안길인데...

해안길을 걸으면서 그렇게 더웠던 것이 몇번 있었나 생각해봤으나
올해 9월 같은 그런 지독한 더위는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었다.
해풍이 시원하게 부는 해안가는 어디로 가버렸고
한증막에서 품어대는 열기 처럼 36도라는 최고의 기록을 만들었다.
36~37도의 기록이  추석날과 그 다음 날의 기온이었음이
얼마나 끔찍했었나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꼭 메모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더운 열기속에서도 해안가에는
끊임없이 하얀 꽃이 넝쿨지어 피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에도 지칠줄 모르는 하얀꽃은
참으아리꽃이었다.

너무 더워서 사진 찍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인지 사진을 찍어봤다.
참으아리꽃의 꽃말은 '깨끗한 마음'이다.

언뜻 보면 참으아리꽃이라고 하겠지만
이꽃은 사위질빵꽃이다.

하얀꽃이 예쁘게 보이는 것 같아도
들판이나 숲길에서 나무를 무자비로 휘감고
번져가는 모습을 보면

사진도 찍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위질빵꽃의 꽃말은 '비웃음'이다.

날씨가 너무 무더우니까
백일홍꽃도 그다지 예뻐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폭염의 햇볕 아래서
견뎌낸다는 것도 대단하게 보여졌다.

새파란 바닷물이 시원하게 보일 때도 있었다.
아주 가끔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줄 때도 있었으나
그것은 하루 일과 중 어쩌다 잠깐이었다.
그래도 그런 바람이 살맛나게 했다.

해안가의 뜨거운 열기와는 상관없이
사데풀꽃도 제법 피고 있었으나
꽃이 피어 있는 시간은 그다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알바하는 집 뜰앞에 몇개의 꽃무릇이 있었으나
올 가을에는 꽃무릇이 더위 때문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꽃대가 나오지 않는다.

여름 내내 보았던 분꽃은

이제는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씨는 너무 무덥기만 했다.

알바하는 집 입구에
섬쑥부쟁이 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지만
분명 가을꽃인데...
폭염속에 피는 꽃이라서인지 

그냥 본척만척 하다보니 쬐끔은 미안했다.

 

폭염의 바다는 해가 질 무렵에도
마냥 후덥지근 했고 바람도 없다.

해가 질 무렵이라서

수평선 저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올것도 같지만
끝내 바람 한점 없는 야속한 저녁이었다.

추석 다음날이기에
혹시 달이 뜨지 않을까 했더니
수평선은 붉은 빛이었으나 달은 떠오르지 않은채
마을 버스 시간이 다되어서 그냥 집으로 갔다.

엊그제 추석날 밤에
손님들을 배웅하고 돌아서는데
아파트 주차장에 둥근 달이 훤하게 떠있었다.

 

그런데 커다랗게 달무리가 보여졌다.
반가운 것인지, 괜한 생각이 근심이 되었다.
달무리로 인해서 기온이 36도에서
40도로 더 올라가는 것은 아닌가 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달무리가 있으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달무리가 나타나는 날은
비가 올 확률이 60~70%높은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 이튿날 부터
비 소식은 계속 있었지만 헛탕 또 헛탕...
결국에는 달무리가 있던 날 부터 3일째의 오늘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마음속으로 중얼 거리는 것은 만세 만세 만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