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입맛없는 여름날, 호박잎 쌈

nami2 2024. 7. 25. 22:37

날씨는 완전 폭염과 불볕..견딜수 없을 만큼의 무더위였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늘 해야 하는 것이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도
습관이라는 것 때문에 이른 새벽에 눈은 반드시 떠졌으나

그대로 뒹굴거리며 밍기적거리고 싶었지만

하루 해가 긴 여름 날씨는 오전 5시30분쯤에 해가 보이기 때문에

절대로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게 한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선선할 때 밭에가서 풀 한포기라도 뽑는 것이
이득이 된다는 것을 잘알기 때문이다.

햇볕에 나갔을 때는 완전 죽을맛이지만 나무 그늘 밑에 있을 때는
그래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순전히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 때문이 아닌가 할 만큼

요즘은 시원한 바람이 고맙다는 생각 까지도 하게된다.
그래도 30도를 넘나드는 오늘도 9,000보를 걸었다는 것에
스스로 나에게 칭찬을 해봤던 진짜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이른 새벽 텃밭으로 나가는 들판은
온통 이슬이 내려 앉아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스러웠지만
생각보다 새벽 날씨는 시원하지는 않았다.

텃밭 입구에 곱게 핀 봉숭화꽃이
이슬방울 때문인지 진짜 예뻐보였다.

 

무더워서 견딜 수 없는 여름날이지만
텃밭은 점점 더 예뻐지는 봉숭화꽃 때문에
그다지 삭막해 보이지 않았다.

분꽃도 피었던 흔적이 있었지만
분꽃의 퇴근 시간은 아침이라는 것이
늘 아쉽기만 했다.

늦은 오후에 꽃이 피었다가
이른 아침에  꽃이 지는 분꽃은
좀처럼 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슬방울  촉촉하게 맺힌 나팔꽃이
아침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이른 아침에  텃밭에 나갔을 때
반겨주는 꽃들이 있다는 것이 고맙기만 했다.

호박 넝쿨 위에 환하게 핀 호박꽃
그리고 넝쿨 속의 호박이
아침 기분을 즐겁게 해줬다.

넝쿨지어 가고 있는 호박은 순전히
호박 잎을 따먹기 위해 심어놓은 호박이다.

 

매일 아침마다 10장씩 따다가
호박잎 쌈을 먹는데, 그 맛이 꽤 괜찮았다.

오늘 아침의 텃밭 수확물은
거의 붉은 고추와 파푸리카, 토마토였다.
그리고 가지,오이, 호박잎이다.

텃밭에서 수확해온 오이와 아삭이 고추를
오이지와 고추 장아찌를 담그기로 했다.

요즘은  그냥저냥 식사를 대충 때웠다.
먹기싫어도 억지로 먹는밥은
피와 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배가 고플 때, 대충 때우게 된다.

그래서 호박잎을 따다가 쪄서 밥을 먹으니
그런대로 밥이 잘 넘어갔기에
오늘도 역시 호박잎을 쪄봤다.

엊그제 호박잎을 찔 때
불 위에 올려놓고 10분을 쪄내니
완전 호박잎 죽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물이 끓기 시작할 때
호박잎을 넣고 5분을 쪄내기로 했다.

물이 끓기 시작해서
호박잎을 넣고 5분 동안 찌니까 딱이었다.
적당하게  쪄진 호박잎이
보들보들...아주 맛있어 보였다.

어제는 호박잎을 쪄서
양념장으로 호박잎 쌈밥을 먹었더니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강된장을 끓이기로 했다.

*강된장에 들어갈 재료는
차돌박이 소고기, 국멸치, 양파, 마늘
대파, 동전육수1개
표고버섯 1개, 땡초, 큰새우 3마리를
모두 잘게 다지는듯 썰어 넣었다.*

 

일단 오래 끓여 할 재료들을 넣고 10분 쯤 끓이다가
마지막에 땡초와 대파를 넣기로 했다.

 

입맛없는 여름날에 강된장(빡빡장)은
밥을 비벼먹어도 맛있고
호박잎 쌈을 싸먹어도 맛이 있었다.

호박잎 쌈을 먹을때 강된장이 필수 였지만
귀찮아서 어제는 양념장으로
호박잎을 싸먹었더니 맛은 그저그랬다.

그래서 오늘은 큰 맘 먹고
강된장을 끓여뇠더니 호박잎이 없을 때는

밥을 비벼먹어도 맛있을 것 같았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호박잎을 넣고
딱 5분 쪄낸 후
먹기좋게 식혔더니 부드럽고 맛이 괜찮았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무더운 여름철의 호박잎과 강된장은
도망친 밥맛을 제 자리에 가져다놨다.

 

여름철의 별미...
한번정도는 누군가 끓여준 된장찌게가

먹고 싶을 때가 있기도 했지만
직접 쪄낸  호박잎과 강된장도 오랫만에 끓여보니
당분간은 호박잎 쌈밥 귀신이 될 것 같았다.

보리밥을 해서 강된장에 비벼먹어도 맛이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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