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방에서는 여전히 폭염에 고생들을 하고 있다는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 주변에는 하루종일 서늘한 바람이 불어줘서
선풍기 없이도 전혀 부담없이 살아봤던 시원한 하루였다.
낮 최고 기온은 29도, 어젯밤 기온은 24도
이런 정도의 기온이라면, 살맛나는 전형적인 가을의 문턱인데...
가을이 오고 있다고 하기에는 아직은 어설픈 계절임은 틀림이 없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일본에 상륙하고 있는 태풍 영향이기 때문이다.
일본에 상륙한 태풍이 소멸되고 나면, 이곳에도 폭염은 계속될듯...
그리쉽게 가을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에
9월 까지는 한낮의 폭염도 그러려니 할 것 같다.
시원한 날씨탓에 오늘 아침에는 텃밭에서 더위와 상관없이 일을 했었다.
비가 내리지 않아서 뽀송뽀송한 밭을 바라보기는 조금 민망했으나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를 보면서 고추 밭속에 얼굴을 디밀고
고추 따는 기분은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며칠동안 알바와 집안 일 때문에 4일만에 밭에 갔더니
여름 끝자락이라서 크게 수확할 것은 없었지만
예쁘게 익어가는 파프리카와
빨간고추가 일 하는 즐거움의 활력소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날씨가 덥거나 말거나, 땀을 흘리거나 말거나 수확의 기쁨은 늘 즐거운 것이었다.
이틀에 한번, 어떤 때는 3일에 한번 정도는
빨간 고추를 따내야 했다.
큰 농사는 아니지만
텃밭에서 땡초 20포기는 나의 큰 농사였다.
빨간고추를 따다가 냉동실에 저장해놓고
각종 김치 담글때, 매운 고추를 갈아 넣는 것은
나만의 김치 담그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에 빨간 고추를 엄청 땄었는데
4일만에 밭에 갔더니
고추밭은 거의 빨간색이었다.
일반고추는 농사짓지 않았고
땡초 20포기와
꽈리고추와 아삭이 고추를 심어놨는데...
땡초 만큼은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고 있었다.
밭에서 따온 고추는 일단 깨끗하게 씻어서
고추 꼭지를 따고 물기를 빼낸다.
이런식으로 차곡차곡 비닐에 담아서
냉동실에 보관하는데
올해 벌써 이렇게 만들어 놓은 고추 봉지가 7개가 되었다.
김장때 거의 사용될 고추들이다.
고추가 익어가니까 파프리카도 익어갔다.
올해 처음으로 파프리카를 심었기 때문인지
수확을 할 때마다 신기하고 예뻤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파프리카는
매운 맛이 없고 단맛이 약간 있으면서
비타민C 가 풍부하다고 하여서
텃밭 재배를 시도해봤더니
생각보다 훨씬 농사가 잘되었다.
파프리카의 색깔별 효능은
*빨간색은 면역력 강화, 항암, 피부미백
*주황색은 눈 건강 개선, 면역력강화, 피부미백
*노란색은 혈관건강 개선 혈압조절,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했다.
텃밭 곳곳에 심어놓은 맨드라미가
하나 둘 꽃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면
늦가을 서리 내릴 때 까지 꽃이 핀다.
이른 아침에 텃밭에 나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꽃은 나팔꽃이다.
하나 둘 피기 시작하던 나팔꽃인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꽃송이가 늘어났다.
나팔꽃의 꽃말은 '풋사랑, 덧없는 사랑'이다.
텃밭 한켠에 작두콩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보면 여름 끝자락이 맞는 것 같다.
작두콩이 익어가면 가을이 깊어지기 때문...
텃밭에 재미로 심어놨던 대추가
제법 튼실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추석에 햇대추를 차롓상에 올리려고 심어놓은 대추나무인데
올해는 제법 대추 열매가 눈에 띄었다.
해마다 9월에 찾아드는 태풍이 대추를 모두 아작 냈었기에
올해도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추석 차롓상에 올릴
햇대추 한접시 딸 수 있기만 바랠뿐이다.
그런데 이제 부터 시작되는 태풍의 계절인데
언제쯤 텃밭을 아작 낼 것인지, 그것은 아직 미지수 이지만
지난해도 작두콩을 비롯하여, 대추 역시 단 한개도 남기지 않은채
태풍이 휩쓸었기에 올해도 그냥 태풍 눈치만 봐야 하지 않을까
해안가의 찾아드는 태풍은 가을 훼방꾼...쉽게 다녀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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