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텃밭의 여름상추 지키기

nami2 2024. 7. 23. 22:47

장마가 끝이 난 것인지 아니면 잠시 멈춤한 것인지?
그 소강 상태의 후유증은 말로 표현이 안될 만큼의 불볕이었다.
습도는 높고 기온은 31도가 넘나들며, 폭염주의보 안전문자 메세지는
계속해서 사람의 마음을 긴장하게 했다.

장마가 끝나기도 전에 바다에서 올라오는 태풍 영향으로
한반도는 불볕과 폭우가 동반한다는데 이곳 동해남부 해안가쪽은
폭염과 불볕 그리고 열대야가 계속 되었다.

긴 장마 끝이었지만 텃밭은 그런대로 아무런 변화가 없이
모든 농작물들이 편안한 상태였는데...
상추 만큼은 호시탐탐 노리는 상추 도둑에게 자꾸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그 상추 도둑은 다름아닌 고라니였다.

장마 기간 동안에 들판이나 숲속의 풀들이 엄청 억세져서인지
입에 맞는 먹이가 없다보니 밭으로 내려와서 도둑질을 하고 있음에...
인간과 짐승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여름이 끝나가도록 계속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여름 상추 지키기였다.

물론 들판에 있는 텃밭에서 고라니가 먹을 수 있는 채소는
콩잎과 고구마잎도 있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주말농장에는
고라니가 너무 미워서 고구마와 콩은 아무도 재배하지 않고
모두들 쌈채소만 재배하기 때문인지, 고라니가 상추 도둑이 되었다.

텃밭에서는 여전히 수확 하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
새벽 이슬을 밟고 다니는 고라니만 없다면
텃밭 농사는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이지만...

텃밭농사 10년만에 처음으로 파프리카 농사를 지어봤더니
첫수확으로 아주 예쁜 파프리카 한개를 땄는데
어찌나 예뻤던지
당분간은 먹지 못하고 쳐다만 볼 것 같다.

장마 때문에 호박이 크지 못하고, 자꾸 떨어지더니
오늘 풀숲에 꼭꼭 숨어서 크고 있는
예쁜 호박을 발견했다.

오늘 아침 텃밭의 수확물이다.
오이 옥수수 토마토...

이른 아침 6시에  들판에서 만난
메꽃 4형제가 참 반가웠고 예뻐보였다.

특히 메꽃의 색깔의 진짜 매력적이다.

 

요즘 햇볕이 너무 강하다보니
오전 8시만 되면 메꽃은 시든 상태가 된다.

나팔꽃 메꽃 달맞이꽃의 싱그러움을 보려면
이른 아침 산책길이 가장 적당한 것 같았다.

텃밭의 나팔꽃도 행동이 늦으면
볼 수 없는 꽃이 된다는 것이 요즘이다.
이른 아침에 꽃이 피었다가
오전 8시가 되기 전에 꽃이 져버린다.

텃밭 옆 도랑가에  돌미나리꽃이
점점 시간이 갈수록 활짝 피고 있다.

장마와 불볕과 폭염 때문에
여름 상추는 재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장마에 녹아내리고
불볕에 상추가 자라지 않고...
그러다보니 여름상추는 금추가 된다.
그런 사실을 고라니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 상추인 청상추 심어서 잘 키워놨더니
첫 개시는 고라니가 시식을 했다.
그래서 또다시 그물망을 해놨다.

들판의 그 많은 밭들 중에서 우리 밭의 청상추가

뜯어먹기 좋게 자랐다는 것을 어찌 알았는지?
잘 키워놓고나서 이제는 뜯어 먹어도 되겠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그 이튿날 새벽에 와서  고라니가 뜯어먹으니

 

인간 보다 늘 한 걸음이 빠르다는 생각의 고라니가

어찌 밉지 않겠는가, 화가 나도 참아야 한다는 것은

고라니는 짐승이고, 더구나 야행성이니까

방법이 없다는 것이 늘 미칠 노릇인 것이다.

 

여름 상추였기에  뜨거운 햇볕을 피해서
오이 넝쿨 밑에 상추를 심어놨다.

그물망 보다는 오이넝쿨 밑이

그늘도 되고, 고라니 피해도 없을줄 알았는데...
고라니는 지지대 틈새로 얼굴을 디밀고
상추를 뜯어먹고 갔다.

 

진짜 귀신이 아니라면 이럴수 있나?
어찌 지지대 틈새로 얼굴이 들어갔나?
기가 막혔다.

그래서 이른 아침 부터 땀을 흘려가며
끈으로 상추 지키기에 나섰다.

이곳은 상추를 몽땅 흔적 없이 먹었기에
그물망 속의 상추를 옮겨 심었다.
아무래도 그물망 보다는 그늘이 되는
오이넝쿨 밑이 나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또다시 끈으로 울타리를 만들었다.
고라니와의 싸움이 치사했지만
불볕 여름의 상추는 키우기도 어려웠기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텃밭농사가 재미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관상용으로 심어놓은 텃밭 옆의 수수가
제법 알갱이가 나온 것 같았다.
파란 하늘도 예뻤지만 너무 폭염이다.
어제 아침의 하늘은 이렇게 예뻤지만...

오늘 아침의 하늘은 이렇게 우중충이다.
같은 수수밭이었으나 날씨에 따라서 사진도 바뀌는 것 같았다.
지금은 예쁜 수수밭이 되겠지만...

과연 새들이 수수알갱이를 그냥 놔둘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특히 까치의 피해는 옥수수도 마찬가지였으나
수수 알갱이는 진짜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는...
어의 없는 표정으로 우선 사진 부터 찍어보면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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