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고 핑계대고 텃밭에 나가는 것을 게을리 한다면
진짜 기가막힌 꼴을 본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린다고, 절에 간다고, 피곤하다고...
이렇게 저렇게 텃밭에 나가는 것을 몇번 빼먹었더니
나물밭이나 부추밭 주변은 아예 밀림이 되어가고 있었고
꽃밭은 제멋대로 꽃이 피고 있었으며
열매를 맺는 채소들은 감당을 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이 매달려 있어서 수확을 해놓고나니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먹는 입은 한개인데, 그 많은 것을 어쩔 것인가?
또다시 서울 동생집으로 가는 택배 박스를 꾸려놓고도 남는 것은
이집 저집의 알고 지내는 지인들에게 무농약... 운운 하면서
선심을 쓰고나니 그래도 마음은 뿌듯했다.
그러나 밀림이 되어가고 있는 밭에서 풀을 제거 하기에는
달려드는 모기떼들의 공격도 만만치는 않다는 것이 장마철의 복병!
내가 왜 텃밭을 취미생활이라고 했었는가,골머리가 지끈지끈 했다.
장마철이 지나고나면 곧바로 태풍이 텃밭을 아작 낼 것인데
해마다 여름만 되면 수없이 후회 하면서도 어느새 텃밭지기 10년
이렇게 여름날의 풀과 모기와의 전쟁을 하면서 또 스트레스를 받고있다.
그래도 이렇게 예쁘게 피고 있는 꽃을 보면
마음속은 어느새 웃고 있었다.
애플수박 꽃이 귀엽기만 했다.
애플수박은 이것 까지 모두 8개가 달렸다.
수확일이 수정 후 35일이라니까
지금 수정되어서 자라는 수박을
옳게 따먹으려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열매가 달렸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방울토마토가 익어가고 있다.
그런데 빗 속에서도
예쁘게 익어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웃에게 도라지 뿌리를 한개 얻어서
순전히 꽃을 보려고 텃밭에 심었더니
보라 색깔의 도라지가 아닌 백도라지였다.
가급적이면 보라색 도라지꽃이길 바랬지만...
세상사가 내 뜻대로 된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그래도 얻어다 심은
도라지가 꽃을 피웠다는 것이 중요했다.
옥수수가 수염을 보이고, 꽃도 피웠다.
다른 곳에서는 옥수수 수확을 하건만
우리 옥수수는 7월 중순쯤에
수확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서울 여동생 부부가 옥수수 귀신들이다.
그래서 텃밭의 짜투리는
거의 옥수수밭이 되었다.
우리 텃밭에 올해 첫 나팔꽃이 피었다.
씨가 떨어져서 지멋대로 발아 시킨후
꽃을 피웠다는 것이 신기했다.
작년에 채송화 꽃이 있던 자리에서
씨가 떨어져서 발아되어
스스로 알아서 꽃을 피웠다.
새삼 자연의 힘이 대단함을 알았다.
예전에 스피어민트 껌을 즐겨 씹었다.
그 향기가 좋았기 때문인데..
이웃이 허브를 심어 보라고 해서 심었더니
그것이 허브가 아닌 스피어민트였다.
심어놓고 가끔씩 식물을 툭~건드리면
온통 스피어민트 껌 냄새가 났다.
그러면서 5년 동안 텃밭 한켠에서
이맘때면 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약용식물이라고 했던
방풍나물인데
요즘은 나물과 뿌리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건강 식재료가 되었다.
방풍나물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잡초라고 자꾸만 뽑아냈더니
어느새 텃밭 곳곳에서 꽃을 피우는 기생초!
기생초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며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인데
꽃이 피고 난 후, 떨어진 씨가
흔적을 남겨서 이듬해는 꼭 꽃을 피운다.
기생초의 꽃말은
다정다감한 그대의 마음'이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텃밭 곳곳을
봉숭화 밭으로 만들고 있는 이녀석들은
지멋대로 씨를 터트려서
여름 한 철을 자기들의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 텃밭은 지금 봉숭화 세상이 되었다.
더덕 역시 꽃을 보려고
뿌리 3개를 얻어다가 심어놨더니
그 넝쿨이 어디 까지 번져 갈 것인지?
이렇게 예쁜 꽃으로
여름날을 기쁘게 해주고 있었다.
길에서 누군가 내다버린 이름도 모르는
식물의 뿌리를 주워다 심었더니
여름이 되면서 꽃이 피고 있었는데
그 식물이 참나리라는 것에 박수를 보냈다.
평소에 키우고 싶었던 꽃이기 때문이다.
빗물에 코스모스가 몽땅 쓰러져서
끈으로 안전하게 해줬더니
그 속에서 참나리꽃이 빛을 보게 되었다.
코스모스 속에서
어렵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이 미안했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하루가 다르게
예뻐지고 있는 '애기범부채꽃'이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파프리카 농사인데
빨강 노랑 주홍색으로 심었으나
아직은 파란색 파프리카로
엄청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고추 보다는 크기가 큰 파프리카여서인지
열매가 커갈수록 나무가 휘청거렸다.
꼭 한번 키워보고 싶은 열매였으나
언제쯤 예쁜 색깔을 볼 수 있을런지?
빨강색, 노란색, 주홍색의 파프리카가 되려면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는 8월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봄날에 엄청 뜯어 먹던 나물밭이
장마철의 빗물 덕분에 밀림이 되고 있었다.
쑥부쟁이 참나물 취나물...등이
이렇게 커다란 나무가 될 줄이야 생각도 못했다.
가위로 잘라내니까 손에 물집이 생겼다.
그래도 손질을 해야한다는 것이
장마철의 비극이 아닌가 생각해봤다.
그냥 놔두면 커다란 나무가 될 것 같은 나물밭이 두렵기도 했다.
무성한 밀림 속에서 뭔가 무서운 것이 들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이 부르트더라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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