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인기척 없는 적막한 겨울숲

nami2 2024. 1. 5. 22:39

오늘의 아침 기온은 영상 4도였고 한낮의 기온은 영상 8도였지만
아무리 포근한 기온이라고 해도 찬바람이 부는 겨울은 은근히 추웠다.

새해가 밝았는가 했더니 어느새 5일째...
5일 동안 무엇을 했었나 뒤돌아보니 걷기운동을 하느라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닌 것 외에는 한 것이 없었다.
덧없는 시간은  왜그렇게 빨리  흐르는 것인지?

새해 첫날에 다녀왔어야 하는 절집에

이런저런 일로 바쁜척 하면서 미루다가 오늘 다녀왔다.
재적사찰이었기에 종무소에 볼 일도 있었고 또 겸사겸사 다른 볼 일도 있었다.

절집이 있는 산골마을은 한적하다 못해 그냥 적막 그 자체라서인지
도심을 떠나서 시골길로 40분 동안 달려 가는 마을버스는

절집으로 갈때나 돌아올때나 텅텅 비어 있었다.

그런 곳을 혼자 간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꽤 쓸쓸했으나
그래도 꼭 가봐야 하는 길이라는 것이기에
아무도  가지 않는 산길을 혼자서 가더라도 씩씩해지기로 했다.

왜냐하면 늘 다니는 절집에 볼 일도 있었고 그리고 기왕 간김에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속의

겨울 산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숲에는 겨울 새들이 먹을 수 있는 아무런 열매도 눈에 띄지 않았다.
가을 부터 초겨울 까지  몇번을 눈여겨 봤었지만

뚜렷하게 보여지는 열매들이 없어서
그곳 숲에 갈 때마다 일부러 새들의 먹거리를 가지고 갔었다.

 

다람쥐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겨울숲을 혼자 가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다른 곳은 어쩔 도리가 없겠으나

우리집 아저씨가 머무는 숲속의 새들만이라도
먹거리를 나눠 주고 싶어서 다녀왔음을 메모 해본다.

절 입구에 들어서니 커다란 은행나무에
까치들이 들락날락 하는 것이 눈에 띄였다.
아마도 까치 집을 지어놓고
옹기종기  모여서 이웃하며 지내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다.

11월 중순쯤에는 까치집이  겨우 한 곳이 있었는데
어느새  까치집이

세 곳이나 생겼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추운 겨울이라서 그런지
경내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늘 그랬듯이  절집에 들렸다가
혼자 걸어가야 하는 숲길은 무서울 만큼 아무도 없었다.

이런 길을 25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데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저 길을 가야 하는 것인가 잠시 갈등을  느꼈다.

아주 먼 곳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있었다.
어느 만큼 왔다가 뒤돌아 가는듯...
그만큼 숲길의 날씨는 눈물이 나올만큼 추웠다.

긴장과 두려움과 쓸쓸함이 뒤섞인 발걸음이었지만
어느새 암자 주변에서 들려오는

불경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배낭속에 들어있는 새들의 먹거리를
우리집 아저씨 머무는 숲의 산새들에게 뿌려주고 내려오면서
암자 앞의 평상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혼자만의 여유를 부려봤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숲길이 오늘 만큼은 약간 무섭기도 했다.
다른 때에는

산꼭대기 암자로 올라가는 자동차가 있어서 긴장은 하지 않았는데
날씨가 추운 1월의 겨울숲이라서인지
사람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꽤나 두려움이 되는듯 했다.

인기척 없는 적막한 숲길을 25분 정도 걸어 내려오니까
절집 주변이라서인지 자동차가 제법 보였고

계곡의 물소리도 긴장을 풀어주었다.

나무 데크 길을 계속해서 25분을 또 걸어 내려가면
마을버스 타는 곳의 산골마을이 나온다.
혼자 걷는 길은 멀었으나
그래도 이 정도의 길이라면
1시간을 더 걸어도 좋다는 생각을 해봤다.

봄날에는 벚꽃과 아카시아꽃으로
분위기 있는 산길이었고
초여름날에는 뻐꾸기가 구슬프게
울면서 따라다니는 길이었으며
가을날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예뻤고

바스락거리며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길가에 무수하게 도토리가 떨어져 뒹구는 그런 길인데

겨울 산길은 너무 쓸쓸하고 적막하다는 것이

어제 오늘도 아니건만
왜 그렇게  오늘 만큼은 많이 긴장했었는가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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