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갑진년 새해 첫날에

nami2 2024. 1. 1. 22:24

집 주변은 동해남부 해안선을 따라서 좌 우로 온통 일출 명소였기에
20년 가까이 해마다 새해 첫날에는  

집 주변 해안가에서 해맞이를 했었지만 올해는 날씨탓에

일출을 볼 수 없었음에 이상할 만큼 하루종일 허전하게 만들었다.

국보급 겁쟁이가 오전 6시30분에 깜깜한 새벽길을 혼자 나간다는 것이
약간은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니기에
일출을 보러간다고 집을 나서면서 혹시 헛탕치지 않을 까... 하는 마음으로
일기예보를 봤더니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면서 기분마져 꿀꿀하게 했다.

주말 이틀동안 알바를 하면서  바라본 바다의 수평선  부근은
해무가 가득해서 혹시 새해 일출이 힘들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는데....
일기예보는 해무가 아닌 흐림이었고
날씨가 흐려서 일출 관측이 어렵다는 문구가 뜬채 기분을 망쳐놨었다.
해마다 새해 첫날 해맞이를 꼬박 꼬박 했었으나
올해는 본의아니게 못하게 되니까 그 허전함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오후에 바다에 나가서 새해 첫날의 석양이라도 볼 것이라고 생각한 후
걷기 운동겸 해안가로 나가려고 했더니
생각치도 않았던 문자 메세지가 또 발목을 잡았다.

*일본 혼슈 인근 해역에 규모 7.4 지진으로
18시 28분 이후  동해안가 해수면 변동이 예상되오니
해안가 출입을 자제 하라는 안전 문자 메세지가 연거퍼 날아들었다.**

18시 이후라고 하지만  분명 바다는 뒤집어졌을 것이고
해안가로 산책 나간다는 것은 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새해 첫날에는 하루종일 우중충한 날씨에
쓰나미와 해일 그리고 만조시간...등등 골치 아픈 단어들로 술렁거림이
웬지 심란스럽고 불안하기만 했다.

그래도 걷기운동은 해야겠고, 갈곳은 마땅치 않았지만
돌아다녀야만 마음이  쓸쓸하지 않을 것 같기에 겸사 겸사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면서 그래도 오늘의 운동량을 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해 첫날의 날씨는 우중충했고
그리고 바람도 약간 불어서 마음까지 추운듯 했다.
그럴때는 무언가를 찾아서

헤매고 다니는 나의 엉뚱한 짓은 겨울에도 여전했다.

꽃이라고는 전혀 없는 추운 겨울날에
꽃을 찾으러 다니는 내가 우습기도 했지만
어디선가 보물 처럼 숨어 있지 않을까
오늘의 걷기운동 목표는 꽃을 찾는 것이었다.

시골동네 어느집 울타리 밑에서 노란 국화꽃을 만났다.
시들지 않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다른 집의 담 모퉁이에서
약간은 초췌해진 국화꽃도 만났으나
귀한 꽃이 되고보니 예뻐보였다.

지난번 강추위에 모두 얼어서 사라져버린 동백꽃도 찾아봤다.
아주 흔하게 피었던 애기동백꽃도 추위에 사라졌으나
얼었다가 다시 피고 있는 겹동백꽃을 찾아냈다.
얼었던 꽃은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그냥 나무에 매달리고 있음이 신기했다.

기온이 열흘째 영상이니까
동백꽃  봉우리가 다닥다닥으로
또다시 새롭게 꽃 피는 것도 만났다.

즐비하게 늘어선 동백나무 숲에서
겨우 활짝 핀 겹동백 한송이를 만났다.

시간은 자꾸 겨울 한복판으로 가고 있는데
언제 또다시 꽃이 얼어 버릴지는 모르나
그래도 새롭게 피고 있으니 반갑기만 했다.

애기동백꽃도 만났다.
어렵게 피고 있지만
날씨가 언제 또 영하로 갈런지 불안했다.

빨간 애기동백꽃 위에
하얀 눈이 내렸으면 하는 것이
새해의 아주 작은 바램이지만
그것도 이곳에서는 이룰수 없음이 씁쓸하다.

수변공원을 지나면서
어린 오리들의 한가로움을 볼 수 있었다.

지난 해의 새해 첫날 일출 풍경이다.
올해는 며칠 전 부터 바다 수평선 쯤에 해무도 가득했고
늘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결국 갑진년 새해 첫날의 일출은 꽝 되었다.

 

또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하는 새해 일출...
찬란한 해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 바다 수평선 위로 뜨겠지만 

새해 첫날의 의미가 아닌 것에 그냥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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