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운날에 김장 마무리 하기

nami2 2023. 12. 19. 22:38

한번 추락하기 시작한 기온은 올라갈줄 모른채 진짜 겨울인듯...

엄청 춥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동해남부 해안가의 겨울은 해풍 덕택에

그다지 추운날은 없을 것이라고 자만 했던 것에 발등을 찍혔다.

해마다 이맘때는 밭에서 배추를 뽑아서 김장하느라 바빴는데
올해는 겨울비가 너무 요란스럽게 내려서
일주일 전에 뽑아다 놓은 배추가
자꾸만 신경쓰였기에 날씨가 춥거나말거나  일단 일을 벌리기로 했다.

그동안  왜그렇게 바쁜일이 많았는지
배추를 뽑아다 놓고도 김장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어쩜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저런일을 하다보니 몸살로 며칠 앓고 그리고 주말 알바 이틀...
겨울 한복판으로 가고 있는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면서
어느덧 12월 중순이라는 것이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그래서 이일 저일 모두 제쳐놓고, 베란다에서 처분만 바라는 배추에 칼을 댔다.

날씨가 은근히 추웠다.
추위에 적응 못하는 것은 식물도 그랬고
이곳 사람들 역시 몸을 움츠리는 모습들이었다.

 

영상 20도에서 영하 5도
다른 지방에서는 영하 5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겠지만
이곳은 영하 5도만 되어도 재래 시장은
한산 할 정도로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추위에 동백꽃도 냉해를 입은듯...
꽃이 핀채 얼었다 녹은 흔적이 엿보였다.

베란다에 쌓아놓은 배추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쁘기만 했던 시간들을 일단 제쳐놓고
무조건 배추를 절반으로 쪼갰다.
이렇게 해야만 올해의 김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베란다 가득 무우와 배추가 쌓여 있었고

게으름도 한계가 있는듯...

그런데 엄두가 나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뤘더니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배추를 소금에 절여놓고
황태머리와 다시마로 육수를 준비했다.
몇년 전 부터 김장을 할 때는  
늘 황태머리로 해보니까  김치맛이 시원하고 먹을만 했다.

김장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배추 쪼개기였다.
손목에 힘이 없어서

배추 쪼개기는 늘 우리집 아저씨 몫인데
지금은  우리집 아저씨가 부재중이라서
어쩔수 없이 젓먹던 힘까지 끄집어내서
배추 22포기를 쪼갰다.

올해 배추농사는 100점 만점에
보너스와 덤 까지 포함해서 120점이 된 것 같았다.
너무 단단하고, 속이 꽉찼고
벌레 먹은 것도 없고, 진딧물도 없었으며
달팽이 똥도 보이지 않았다.

손목이 아파서 몇개 쪼개면서  쉬기도 하고
쪼개 놓은 것을 소금에 절이기도 하면서

손목에 여유를 주니까 무리가 되지 않는듯 했다.
한꺼번에 배추를 쪼개면

손목이 항의를 할 것 같아서 눈치가 보였다.

배추 22포기 소금에 절여놨다.

하루종일  소금에 절여 놨었는데

덜 절여진 것 같아서 저녁에 배추를 씻지 못했다.
이튿날 까지 그냥 놔뒀다가는
배추가 너무 짠맛이 날까봐
밤12시 쯤에 배추를 씻었다.

배추 포기가 컸기 때문에
22포기도 제법 많아보였다.
농사 잘 지은 것도 단점이 되는 것 같았다.

양념준비도 꽤 바빴다.
믹서에 갈아야  할 것들이 제법 많았다.
특히 농사 지었던 빨간 땡초
그리고 마늘, 양파, 배, 무우 ,생강...
찹쌀풀과 황태머리 육수는 미리 준비해놨다.

2시간 정도 꼼지락거려서
김치 양념을 해놨다.

김치 양념 치대기는
오후  2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6시30분에  마무리 되었는데
양념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고 했더니

날씨가 너무 추워서인지 머리가 띵하고 뒷골이 땡겼다.
몸살기가 몸속에서 발광을 하는 것 같았다.

하얀 박스는 서울로 갈 것이고
김치통은 우리집 것인데
김치통 한통은 또 조카집으로 갈 예정이다.

2주 전에는 알타리 김치 담갔고
지난 주에는 동치미를 담갔으며
이번 주에는 배추김치...
이렇게 해서 올해의 김장을  무사히 마무리 했다는 것이

진짜 홀가분 했다.

12월을 보내면서 마지막 남은 일은
절에 가서 팥죽을 먹어야 하는데, 늘 집에서 팥죽을 끓이다보니

12월22일 동지에 팥죽을 끓이는 것이다.
올해 2023년에 꼭 해야 할 일은 팥죽과 함께

모두 끝이난다는 것을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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