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태풍 그 후,텃밭 풍경

nami2 2023. 8. 15. 22:38

추석 쯤의 날씨 처럼 시원하다못해 춥다는 느낌의 바람은
전형적인 가을바람이 아니라 지구촌의 어딘가에
찾아든 태풍 때문이라고 입방아를 찧으면서도
이대로 가을이 온 것은 아닌가 자꾸만 착각을 하게 만든다.

24절기 중의 처서(處暑)는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처서(處暑)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산소의 풀을 깎아 벌초를 한다고 했다.

진짜 처서가 코앞이라서 그런지, 바람마져 스산한 바람이 되어가고  
초저녁 부터는 풀벌레소리도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서
이제 맘놓고 가을 마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텃밭에서 가을 마중은
가을채소 밭 만들고, 풀을 뽑아야 하고, 태풍에 망가진 것 복구하고...
그러다보니 마음도 피곤하고 몸도 피곤하다는 것이 요즘이다.

태풍 때문에 텃밭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망가졌다고 자포자기 했었는데

며칠이 지난후 하루에 몇시간씩 복구를 하다보니
이제는 제법 텃밭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음을 느끼게 해준 것은
텃밭 한켠에  피기 시작하는 '나도샤프란'이었다.

 

나도샤프란이 태풍에 몽땅 죽은줄 알았다.

무척 아끼던 식물이었기에 기가막혔었다.
그런데 하얀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것에
텃밭의 다른 식물들에게도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다. 

코스모스도 몽땅 쓰러져서 볼품이 없었기에
대충 일으켜 세운후
지지대로 더이상 쓰러지지 않게 해줬더니
어제 부터 예쁜 꽃을 피우고 있었다.
끈질긴 생명력이 고맙기만 했다.

나팔꽃도 땅에 뒹구는 넝쿨을 모두 걷어서
울타리에 감아줬더니 하루가 다르게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반가웠다.

태풍에 토마토가 모두 망가졌지만
딱 2포기는 점점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았다.
그 중의 한포기는 토마토 3개가 매달려 있어서 뽑아낼 수 없었다.
빨갛게 익을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끝까지 돌봐주고 싶었다.

또하나의 토마토는 1개가 매달려 있었지만
이녀석도 뽑아버리기에는 애처로워서
빨갛게 익을 때 까지 보살펴 주기로 했다.

어차피 망가진 밭을 복구하려면
완전하게 풀뽑기를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풀뽑기에 도전했다.

풀숲에 쓰러져서 볼품이 없었던 '분꽃과 봉숭아꽃'도
풀을 제거하니 너무 깔끔해보였으나
모두들 지지대 한개씩은 의지해야 했다.
태풍이 꽃나무들을 참으로 힘겹게 했기 때문이다.

엉망으로 자란  풀을 제거하니
이렇게 예쁜 채송화가 풀숲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태풍이  다녀간 후, 너무 기가막혀서 일손을 놓았더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것은 잡초뿐이었다.

잡초속의 채송화꽃이 오늘에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

 

모두들 풀숲에서 꽃을 피우고 있어서
이제서 세상 빛을 보는 것 처럼 보여져서 

조금은 미안함뿐이었다.

 

채송화의 꽃말은 '가련 ,순진'이다.

봉숭아꽃이 거의 끝물이니까
맨드라미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바톤 텃치가 잘되는 텃밭인 것 같다.

태풍에  쓰러져서 거의 볼품 없게 된
금화규도 오늘 아침  꽃을 피워주었다.
모두들 새롭게 피어나는 것 같은...

텃밭에 핀 꽃들이 그냥 대견하기만 했다.

우선 급한대로 가을 채소밭 만들기는
당근 뿌릴 곳이다.
8월 25일 쯤 당근 씨를 뿌려야 했기에

삽질을 해서 뒤집고, 밑거름을 뿌려놨다.

이런식으로 하루에 한 개의 밭을 만들어야 한다.

쪽파 심을 곳, 가을무우, 김장배추, 상추...등등

 

텃밭의 빈밭은 대충 이러했다.
풀뽑기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뿌리가 칡뿌리 처럼 굵은 것도 있기때문이다.

오늘의 텃밭 풀뽑기는 완벽했다.
오전 6시 부터 오전 9시30분 까지
햇볕은 있어서 따끈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풀뽑기를  도와줬다.
깔끔하게 정리된 밭을 바라보니
이제서 텃밭 가꾸기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8월 초에 씨를 뿌린 상추밭이다.
장마가  끝날 무렵에 청상추 씨를 뿌렸는데
그동안 날씨가 너무 무덥다보니
싹을 틔우지 않았다가
엊그제 태풍 때, 비바람 덕분에 싹을 틔우고
이만큼 자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오이와 호박 넝쿨은 완전히 망가졌고
고추는 쓰러져서 대충 복구를 한후

빨간고추를 따내고 있는데

토마토, 가지는 모두 쓰러진 후 회복불능이 되었다.

 

밭의 상추는 싹을 틔우고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것이 역시 신기하기만 했다.
자연이 전해주는 오묘함은 어디서 어디 까지를
경이롭게 봐줘야 하는 것인지, 해답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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