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쪽파 심던 날의 텃밭 풍경

nami2 2023. 8. 22. 22:40

오늘은 음력 7월7일 칠석이며, 내일은 은근히 기다려봤던 처서이다.
얼마나 더위에 지쳤으면 '처서'를 기다렸을까?

그냥 막연한 기다림에 웃음도 나왔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 하여 '처서'라고 불렀다고 한다는데
처서(處暑)를 하루 앞둔 오늘의 한낮 기온은 33도였다.
늦여름 막바지 더위라서 그리 기승을 떠는 것인지는 몰라도
이른 아침, 해 뜨기 전의 아침기온도 만만치 않은 28도였음에
언제쯤 더위가 한풀 꺾이려는가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에 자꾸만 귀기우리게 된다.

한낮에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도
초저녁 부터는 조용해지는 이유는
그들만의 법칙인듯...
서늘한 바람과 함께 들려오는 풀벌레소리가 가을의 전령사였기에
매미도 꼬랑지를 내리고 조용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한낮의 불볕은 폭염주의보 까지 내려져서
집 콕...이라는 문자가 자꾸만 날아들지만
그래도 한밤중의 서늘함이 단잠을 잘 수 있게 한다는 것은
가을이 코 앞에 와있기 때문이라고 애써 변명을 하고 싶어졌다.

지나간 태풍에 거의 초죽음이 되었던 가지가
기운을 차리고 꽃을 피워주었다.
이제는 살았음을 통보하는 것 처럼 보여서 반갑기만 했다.

 

또다시 찾아드는 가을 태풍에 무사하다면

가지는 서리 내릴때 까지는 잘 계실 것 같지만
해안가에 찾아드는 태풍은 또 어떤 변덕을 가져올지, 머리가 아프다.

 

어린 가지가 싱싱하게 매달렸다.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맺기 시작했으니까
조금은  안심이다.

고라니를 피해서  그물망을 씌워놨던
쌈채소들이 보기좋게 자라고 있다.

 

가끔 고라니 발자국이 확인된다는 것은
호시탐탐  먹을 기회를 노리는 것처럼 보여졌다.
고라니와 인간의 싸움에서는 당연 인간이 이기는데
고라니는 여전히 밭 주위를 맴돈다.

청상추 씨를 뿌려 놓은지 25일째
무더위 속에서도 아주  예쁘게 자라고 있다.

오늘 가을상추(양상추 종류) 씨를 또 뿌렸다.
한달 남짓 상추 맛을 못보았더니
이곳 저곳에 자꾸  상추씨를 뿌리게 되는 이유는....

이른 아침은 바람 한점없이  더웠다.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 쪽파를 심었다.
가을의 어느 날에 파전을 만들어 먹으면서
아마도 끔찍하게 더웠던 여름날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오이밭의 넝쿨이 다시 살아나서  
하늘이 맞닿을 만큼 자라고 있었다.
그 옆은 고추밭...
정겹기만한 나의 텃밭이지만
끝자락의 여름은 고통스러울 만큼 덥기만 했다.

금화규 꽃도 텃밭을 늘 화사하게 했다.

그러나 아침형 꽃이었기에

오후쯤 되면 꽃은 사라져버린다.

금화규 꽃이 머무는 시간은 보통 5~6시간

그래도 나팔꽃보다는 길다.

나팔꽃의 머무는 시간은 아마도 3시간  정도였다.

 

봄에 씨를  뿌려놓았던 '과꽃'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나간 여름 장마에 모두 사라졌는줄 알았건만
과꽃을 피었다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땅에 씨를 뿌려서 꽃을 피운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하찮은 것에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는
그냥 즐거움 그것 뿐이다.
과꽃의 꽃말은 '변화, 추억'이다.

점점 채송화가 여름날을 아름답게 했다.
꽃송이가 자꾸 늘어난다는 것...
이것도 무더운 여름날의 아침을 즐겁게 해줬다.

씨를 뿌려서 처음에는 딱 한송이 꽃을 피웠을 때도 즐거웠는데
이른 아침 텃밭에 갔었을때
꽃송이가 두개 ,세개, 네개...
이런식으로 늘어날 때마다 기쁨을 선물받는 느낌이었다.

이곳 저곳에 지난해 떨어진 씨가 발아되어
꽃을 피우는 맨드라미가
가을 마중 하는 것 처럼 보여졌다.

흠뻑 내린 아침이슬에

더욱 싱싱해진 맨드라미가 예쁘기만 했다.
맨드라미의 꽃말은 '뜨거운사랑'이다.

금화규 잎사귀 위에 나비가 날아들었다.
꽃도 없는데
왜 자꾸 나비가 찾아드는 것인지?

텃밭 한켠에서
5년째 자리를  잡고 있는 나도샤프란은
해가 뜨기 전에는 이렇게 오무리고 있었다.

오전 7시쯤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면서
서서히 꽃잎을 펼치며 예쁜 모습이 되었다.

8시쯤 ,활짝 핀 나도샤프란꽃이 정말 예뻐보였다.
오랫동안 텃밭의 터주가 된 꽃이었지만
기뭄 ,장마, 태풍에 의해 늘 위기였으나
올해도 변함없이...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워주는 것에 그저 감사할뿐이다.

 

나도샤프란은 원산지가 외국이지만

늘 예전 부터 봐왔던 꽃 처럼 친숙하며, 내가 엄청 좋아 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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