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태풍 전, 텃밭에 피고 있는 꽃

nami2 2023. 8. 7. 22:29

한낮의 무더위는 여전했고, 기온은 33도였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 바람의 세기는 선풍기 "강" 정도의 바람이었다.
6호 태풍 카눈은
며칠 후 이 땅위로 지나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했을뿐인데
벌써 부터 부는 바람은 날아갈 것 처럼 시원한 바람이었다.
폭염속에서 지친 사람들은 이 바람을 효자바람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후에는
이 바람이 악마의 바람이 될 것이라고 예측도 하고 있다.
바다에 정박된 작은 어선들은 벌써 부터 육지로 피신 했고
바다는 술렁 술렁 태풍 맞이를 하고 있지만
우선 시원한 바람앞에서는 앞날에 일어날 일들을 망각하는 것 같았다.

태풍 카눈이 다녀가면, 텃밭의 모든 것들이 겉잡을 수 없이 아작나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시원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태풍  카눈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우선 고맙다는 표현은
그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운 폭염속에서 지쳤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침 저녁으로는 시원했을지는 모르지만

하루종일의 뜨거운 열기속에서도 새롭게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맨드라미가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늦여름 꽃인 맨드라미가 꽃이 피면
가을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라는데
가을과 태풍의 연결고리는 그다지 반가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시간이 갈수록 텃밭에 심어놓은 채송화가 예뻐지고 있다.
그러나 태풍이  다녀가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조차 하기 싫어졌다.

어린시절의 여름날에 꽃밭을 지키던 채송화는
세월이 어느 만큼 지났어도  

변함없는  모습이  보기좋아서  텃밭에 심어놨더니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남을지 걱정스럽기만 했다.
채송화의 꽃말은 '가련, 순진'이라고 한다.

봉숭아꽃은  여름이 끝날때 까지 피고지고 할 것인데
역시 태풍이  

지나가고나면  어떤 모습으로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텃밭에 '분꽃'도 한몫을 했다.
혼자서 농사짓기에는 조금 큰 텃밭이기에
올해 부터는 꽃을 많이 심었더니
무더운 여름이라도 텃밭은 늘 평화스럽기만 했다.
이 평화로운 텃밭에 태풍은 어떤짓을 할런지?

분꽃은 오후 4시 부터 꽃을 피우는데
요즘은  너무 뜨겁기만한 기온탓에
오후 5시 부터 꽃을 피우고 있어서

분꽃을 보기위해서는 일부러 오후에 텃밭으로 나가본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꽃을 볼수 없는 오후의 분꽃이다.

 

분꽃의 꽃말은 '소심 ,수줍음'이라고 한다.

텃밭 한켠에 이질풀꽃이 예쁘게 피고 있었다.
아주 작은 꽃이지만 군락을 이루는 꽃이 참 예뻐보였다.

야생화였지만, 텃밭에서는 잡초...

그래도 꽃을 보기위해서는 잡초였음에도 귀한 대접을 해준다.
이질풀은 쌍떡잎식물의 쥐손이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이질풀을 달여 마시면  설사병인, 이질이 낫는다고 해서
이질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일본에서는 이질풀을 5대 민간 영약으로 여긴다는데
이질풀꽃의 꽃말은 '새색시'라고 한다.

늦여름으로 갈수록  점점 더 예뻐지는 메꽃

                       작두콩꽃

콩 꼬투리가 작두를 닮았다고 해서

작두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작두콩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고 한다.

점점 더 '콩꽃'이 풍성해져 가는 들판

텃밭의 애호박이 또 예쁘게 매달렸다.
태풍이  다녀가고나면
이런 예쁜 모습도 끝이날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냥 씁쓸하기만 하다.

금화규 꽃도 더욱 예쁘게 피고 있는 텃밭이다.

평화스럽게 꽃이 피고 지는 텃밭의  아름다움은
이른 아침 6시30분쯤의 풍경이다.

 

그러나 8월 9일~10일에 우리나라 남해안을 거쳐
부산으로 지나간다고 하니까
조만간에 이곳 텃밭에도 쑥대밭이  될 것이라는
예지몽 같은 암시는 미리 예견된 것이기에
해마다 겪는 연중행사로 마음을 비워보는데....

올해는 다른해 보다 조금 일찍 8월 초순에
텃밭을 아작낸다고 생각하니, 괜한 씁쓸함이 머릿속을 짓누른다
어떻게 정성들인 텃밭인데...
그래도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의 횡포앞에서
인간은 늘 꼬랑지를 내려야 하는 것이 서글프기만 하다.

'텃밭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풍 그 후,텃밭 풍경  (18) 2023.08.15
태풍이 스쳐 지나간 텃밭  (26) 2023.08.10
시원한 이른 새벽, 걷기운동  (24) 2023.08.03
불볕의 텃밭에서 피고 있는 꽃  (16) 2023.08.02
폭염의 옥수수 수확하던 날  (18) 2023.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