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일기

9월을 앞둔 여름 끝자락

nami2 2023. 8. 28. 22:25

한낮에는 여전히 불볕의 폭염이지만

한밤중에는 선풍기를 켜지 않아도 시원하게 잘 수 있다는 것은

가을이 머지않았음을 암시 하는 것 같았다.

 

요즘 들판의 텃밭에서는 가을을 앞두고, 가을채소 씨를 뿌리고

김장배추 모종을 심고, 빨간고추를 따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나....힘들게 준비하고 가꿔 놓은 농작물을 한 순간에 잃게 되는

가을 태풍이 또다시 바다 한 복판에서

어디로 갈 것인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지긋지긋한 가을 태풍!!
지난번 6호 여름 태풍 카눈이 스쳐 지나가면서 휩쓸었고

그 후 소리 소문없이 7호 태풍 란은 소멸되었다.

태풍 8호도 그럭저럭인데...
그렇지만 9호 부터 10, 11호 까지의 태풍은 가을 태풍으로서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게 하고 있다는데...

엊그제 해안가를 지나다보니 해안로 주변에 고깃배들이 올라와 있었다.
해마다 9월 초순 쯤에

들판이나 해안가를 초토화 시키는 것이 올해도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아시아 주변의 넓은 바다 이쪽 저쪽에서
발생되고 있는 태풍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중에서  11호 태풍 '하이쿠이'는
중국에서 말미잘이라는 뜻으로 이름 지었다고 하는데
중국 내륙에서 서해쪽으로 살짝 방향을 튼 예상 경로를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국적으로 내리는 비가 가을 장마 수준이 되어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줄런지, 또다시 마음을 비운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9월이 다가오면서 들판의 논에서 벼이삭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언제쯤 누렇게  될런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반갑지 않은 태풍 때문에 무사하게 잘 넘길지는 미지수이다.

우리 텃밭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호박꽃을 볼 수 있기 까지는
지난번 6호 태풍 카눈이 다녀가면서

후유증 때문에 긴 시간 동안 몸살을 앓았는데

이제서 겨우 꽃을 볼 정도로  회복이 되었건만
또다시 태풍...할말이 없어졌다.

태풍 후 2개의 애호박을 따먹었고
또다시 이렇게 예쁘게  애호박이 커가고 있는데  

가을 태풍이 또 어떤 짓을 할런지
답답하기만 했다.

오늘 텃밭의 수확물이다.
오이가 끝물이라서 못생겼지만 맛은 있었다.

저녁에 호박전을 부쳐서 캔맥주 1개로 식사대용 했더니

애호박 자체의 맛이 달착지근하게 먹을만 했다.

 

어느집 텃밭 주변에서

멋지게 늙어가는 호박을 보았다.

대롱대롱...예쁜 모습의 맷돌호박은
요즘 집집마다 한창 수확중이다.

여름 끝자락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는 천일홍은
이제 부터  늦가을 까지 예쁜 모습을 볼 수 있다.
천일홍의 꽃말은 '불변 ,매혹'이다.

어느 허름한 집의 지붕에는 어느새 감이 익어가고
배초향(방아꽃)꽃의 보라빛이

가을의 전령사가 되어서 아름다움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자연스런 시골풍경에서 옛 시절의 그리움이 스친다.

 

은행나무 옆을 지나는데
발 밑으로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주변을 살펴보니 노랗게 잘 익은 은행 열매가 떨어졌다.
색깔이 너무 예뻐서 집으로 가져왔는데....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손에서 냄새가 고약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가막힌 냄새는 손을 씻고 또 씻어도 지독했다.

껍질을 벗긴 후 깨끗히 씻어서 햇볕에 바짝 말리려고 했으나
악취로 인해서 집안이 오염될 것 같아서

또다시 은행나무 밑으로 원위치 시켰다.

 

도로가에서 판매하는 구운 은행 열매는 고소하고 맛있기만 한데

나무에서 떨어진 은행 열매는 어찌그리 냄새가 지독한 것인지?

통통하게 잘 익은 노란 은행 열매가 바람이 불 때마다  

하나씩 둘씩 떨어지는 것을 보니
진짜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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