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보라빛이 아름다운 맥문동꽃

nami2 2022. 9. 7. 22:02

강력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 처럼  폐허 그 자체였다.
때가 때인지라
추석 명절을 며칠 앞둔 시기라서  바쁜 일정과 맞물려서인지
복구 하는 것에 그다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보였다.

도와주지는 못해도  엉망이 된 곳을 바라보면 ,짠한 마음뿐이었기에
해일로  수해를 입은  해안가를 다시한번 돌아보니
미쳐서 날뛰던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호수 처럼 잔잔해진 바다는 어제와는  완전 대조적이었다.

 

막무가내로  훼방을 놓는 자연재해라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자연이라는 존재는 정말 기가막힌 존재라는 것에 할말을 잊게 하는 것은
피해를 입어서  망연자실한  해안가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민망 할 정도로
하늘과 수평선이  파랗게  맞닿은  바다는  예쁜 바다의 전형적인 모습이 되어 있었다.

태풍이 찾아오기 며칠 전에  

맥문동꽃을 보려고 길을 나섰다가  경주를 갔었고, 경주를 간김에  계림숲을  갔었다.
보랏빛 향연이 펼쳐지는  멋진 숲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이었다.

계림숲(사적 제19호)은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가  태어난  곳이라는 전설을 가진  천년 숲이다.

그 숲에 이렇게 멋진 보라빛 융단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이곳 계림숲은 신라를  건국 할 때 부터  있던 숲으로
원래는   '시림(始林'이라고 하던 것을 알지가 태어난 뒤 부터는  '계림(鷄林)'이라고 하였다.

탈해왕 4년(60년)에 시림 숲 사이에서 닭우는 소리가 들리고

온통 환한 빛으로 가득하다고 하여 그곳에 가보니 금으로 된 조그만 궤짝이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고 한다.

그 속에는  총명하게 생긴 사내아이가 있었고, 왕은  그 아이에게

아기라는  뜻의 '알지'라는 이름을 주고, 금궤에서 나왔으므로 성은 김씨라고 하였다.

이곳에는  조선 순조 3년(1803)에 세운  김알지 탄생에 대한  비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나무는

경주 계림 숲 정문에 위치하고 있는  회화나무이다.
둘레 직경은 2m로 추정되고 수령은 1300년 정도로 추정한다고 했다. 

 

                             회화나무꽃

 

회화나무가 사람이 사는 집에 많이 심는 것은 잡귀를 물리치는 나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궁궐의 마당이나 출입구 부근에  많이 심었다고 하는데

또 서원이나 향교 등 학생들이 공부 하는 학당에도

회화나무를 심어서 악귀를 물리치는 염원을 했다고 전해진다.

 

계림숲의  나이를 알 수 없는  거목들을 바라보니 마음까지 숙연해졌다.

작은  실개천이 흐르는 소리가 참으로 시원스럽게 들려왔지만

그다지 맑아보이는 물은 아니었음이 약간 그랬다.

 

계림숲의 연 보라빛 맥문동꽃이 참 예뻐보였다.

짙은 보라빛 색깔 보다는

어쩜 연보라빛이  더 예뻐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인 것 같지만

그래도 은은한 연보라빛이  있어서 더욱 멋진 숲이라고 생각해본다.

 

경주 계림숲의  연보라빛 맥문동꽃

 

맥문동꽃은 백합과에 속하는  상록 다년생 식물로 아시아가 원산지인데

주로 그늘진 곳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맥문동의 꽃말은 '겸손, 인내'이다.

 

경주 황성공원의  멋진 소나무 숲을 걸어보면서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멋드러진 모습을 만들어 낸

노송(老松) 들에게  감탄의 박수를 보냈다.

 

황성공원의  맥문동꽃은  계림숲 보다는 못했지만
난생 처음 찾아간 곳이었기에
맥문동꽃이 아니더라도  멋진곳이었음을 인정해본다.

경주시 북쪽에 있는 황성공원은 

신라시대에 화랑들의   훈련장으로 쓰였던 곳이라고 하며
공원 주변에는 온통 숲으로 덮여 있으며

2년마다  10월 초순이면 이곳에서  신라문화재가 열린다고 한다.

 

맥문동꽃은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잎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고 해서

맥문동(麥門冬) '겨우살이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맥문동꽃

황성공원의 숲길을 걸으면서  

제멋대로 생긴  소나무들의 유구한 세월들을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천년의 세월을  거쳐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늦여름 부터 초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히는 맥문동꽃이 있어서 더욱 멋졌다는 것과  

경주 계림 숲 또한 천년의 세월을 지켜오면서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음에

멋진 숲을 산책했다는 것이  참으로 오래도록  기억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