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무더운 여름날, 바닷가에서

nami2 2022. 8. 9. 21:33

여전히 물난리 소식은  마음  졸일 만큼 긴장을 하게 만드는데, 이곳은 변함없는  폭염속이다.

언제쯤 여름 끝이 되어서  해안가 주변의 정상적인 기온이 될런지는 모르겠으나

아주 가끔씩  산너머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좋아서,  바람 따라  걷다보니 해안가에 도착했다.

그래도 쨍쨍 내리쬐는 햇빛이  수평선 주변의 해무에 갇혀서  시원한 바람을 만들고 있었기에  살 것 같았다.

효자 바람, 시원한 바닷가 바람...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로 피서를 오는 것이 아닌가 중얼거려본다.

 

해안가에 군락을 이룬 구기자나무에서  예쁜 색깔의 구기자꽃이  제법 예쁜짓을 하고 있었다.

늘 그냥 바라보았던 예쁜 구기자꽃인데, 그 꽃이 무더운 한여름에 피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관심 갖게 되었다.

 

 색깔도 예쁘고, 꽃도 예쁘고...

별로 이렇다할 꽃이 없는 무더운 여름날, 해안가에서 '구기자꽃'을 만났다는 것이 행운 같았다. 

늦가을에  꽃보다 더 예쁜  빨간 열매를  다닥다닥.... 행운의 열매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해안가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안개속 처럼 희뿌연 해무가  수평선을  사라지게 했다.

어디가 수평선인지,   수평선  주변의 모든 물체들을 해무가 잡아먹은듯 했다.

물론 늘  그 자리에 있었던  파란 등대도  해무속에 갇혔다.

이런 풍경은 일년에 한두번 볼까말까 였기에  등대가 보여질 때 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20분 쯤 지나니까  해무속에서 갇힌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또다시 사라졌다가  보였다가, 인내심 테스트 당하는 느낌이었다.

 

30분쯤, 등대가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어찌보면 유령처럼 들쑥날쑥 하는 모습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서 발길을 돌리려고 했더니

 

해무에 갇혔던 등대가 1시간 정도  지나니까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해무 덕분에 날아갈 것 같은 시원한 바람 덕을 톡톡히 보았다.

바닷가 풍경은 해무속에 갇혔지만

바람을 몰고오는  해무였다면,  여름내내  수평선 주변에 해무가 잔뜩 끼어있길 바래본다.

 

해안가 주변 언덕에 배롱나무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배롱나무꽃이라는 것은 어느 곳에  피어 있더라도 분위기 조성이 잘되는듯 했다.

 

하늘은 온통 회색빛, 그래도 분위기 잘 연출 되는  배롱나무꽃이다.

 

해안가로 가면서 어느집 텃밭 주변에 피어있는 '배초향꽃'이 시원함을  마음으로 느끼게 했다.

날씨는 더웠지만  웬지 시원스럽게 보이는  배초향(방아)꽃이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 그리고 처서....

배초향꽃은  여름 시간들을 아주 잘아는듯, 곳곳에서  예쁘게 꽃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바닷가  갯바위 주변을  눈여겨 보면서 사진을 찍어봤다.

전체적인 풍경은 봐줄만 했다.

그런데 그곳에....

 

망부석 같은 고독한 새 한마리가 발길을 멈추게 했고, 이녀석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  

위의  갯바위 사진을 찍어놓고 비교를 해봤다.

녀석의 모습이 너무  작게 보여서 줌인을  했더니, 주변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위의  갯바위 사진  맨꼭대기 소나무 주변에  왜가리 한녀석이  1시간 동안 망부석이 되어 있었다. 

그 녀석이 떠난 후에 다시 찾아가서  갯바위   전체적인 사진을 찍어봤다. 

 

토종  홑동백나무 열매가 윤기가 자르르  먹음직스런 열매라고 착각을 하게 만든다.

 

꽃이라고는  무궁화꽃 밖에 보이지 않는 폭염의 여름....

참 멋지고 예쁘게, 그리고 우아하기 까지 하다고 생각되어서  아는체를 해봤다.

 

여름꽃으로는 넘치지도 않을 만큼의 소박한 무궁화꽃이

어촌마을의  허름한 집의 울타리를  우아하게 만들어놨다.

울창한 무궁화나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슬라브로 지어진 오래된 집이 꽃동산에 파묻혀 있는듯 참 보기좋았다.

그런데 그 오래된 집 마당에는

일년 내내  여러 종류의 꽃이 끊이지 않고, 피고 있다는 것이  늘 호기심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