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된지 엊그제 였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중순으로 접어든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가면서 시끄러웠고 또 이른 추석이 바쁘게 지났으며
가을꽃들은 시간의 다툼 없이도 자꾸만 피어난다는 것이 계절은 속일수 없음이다.
경주에 다녀온 것이 8월28일쯤인데, 어찌 어찌 하다보니 시간은 흘러갔고
또다시 찍어놓았던 사진은 계절의 미아가 된듯하여, 서둘러 밀린 숙제를 해본다.
지금쯤은 경주 첨성대 주변, 동부사적지대(사적제161호)일대에는
여름꽃이 사라지고
가을을 상징하는 핑크뮬리가 한참일 것이라고 상상을 해보면서
밀린 숙제에 따른 여름꽃 '꽃범의 꼬리'가 한창이었던
동부사적지대 일대의 여름 끝자락의 풍경들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나무수국(목수국)이 한창이었던 여름 끝자락은 어중간한 계절이어서
여름꽃도 사라지고 있었고, 가을꽃은 아직이었기에 그나마 예쁜 꽃이라고는
나무수국이 최상의 꽃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해본다.
경주 동부사적지대(사적제161호)는
산라의 여러 사적이 모여 있는 곳을 보존하기 위하여, 하나의 단위로 정한 것이다.
동 서는 동궁과 월지 부터 교동 까지
남 북은 계림 북쪽에서 고분공원 앞 첨성로가 있는 곳 까지가 동부 사적지대에 해당된다.
월성, 동궁과월지, 첨성대, 계림 등이 각각 하나의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들 유적 사이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지하유적과 유물이 계속 출토되고 있다고 한다.
황하코스모스라고 하는
노란코스모스가 가을을 앞두고, 코스모스에 밀려서 사라지고 있는 듯 보여졌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이 아닌듯....
그러나 눈에 보여지는 풍경은 멋졌다.
첨성대를 중심으로
인근에 조성된 꽃밭을 한바퀴 하면서, 계림 숲 까지 이어지는 길은
여름 끝자락이라서 별다른 꽃은 없었어도, 그냥 걸어 볼만한 길이었다.
여름 끝 자락은 계절의 교차점이기 때문인지
난생 처음, 경주 동부사적지대라는 곳을 한바퀴 해보는데
이렇다할 꽃이 없었다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멀리 계림숲이 보였다.
노란칸나꽃도 거의 제 모습을 잃어가는듯, 어정쩡한 모습이다.
계림 숲의 맥문동 군락지
계림(사적19호)은 경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가 태어난 곳이라는 전설을 가진 숲이다.
이 숲은 신라를 건국할 때 부터 있던 숲으로 원래는 시림(始林)이라고 하던 것을
알지가 태어난 뒤로 계림(鷄林)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첨성대로 가는 길 옆의 이정표에 '문호사'라는 입간판이 있었다.
문호사는 조선 중기(1515~1599) 성리학자 관란 이승종 선생의 서원 유적지로
공의 충효정신을 받들기 위하여 제향 하는 곳이다.
문호사 건물 옆에
언뜻 스치듯 보면 ,작으마한 동산 같아 보이는데 신라왕실의 능이라고 했다.
동산 위의 소나무가 서있는 풍경이 아닌 것은
작은 팻말에 이곳은 왕릉이니까 함부로 올라가지 말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경덕왕 19년(760년)
궁궐 남쪽의 문천에 월정교와 춘양교 두개의 다리가 놓였다고 한다.
당시에 두개의 다리는 문천으로 단절 된, 월성의 북쪽과 남쪽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 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고 했다.
현재 국립 경주 박물관의 서쪽편에 춘양교가 있고
교촌 한옥마을 남쪽편에 월정교가 있는데
월정교는 다리 위로 기와지붕을 얹은 누교였음이 확인 되었다고 하며
2018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 되었다.
월정교 다리위로 기와지붕을 얹은 누교의 모습
월정교에서 바라본 경주 교촌 한옥마을이다.
경주 교촌 한옥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면서 '고샅길'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고샅길은 마을의 좁은 골목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없이 걸어도 참 마음을 푸근하게 할 것 같았다.
한옥마을의 골목길을 다녀보면
모퉁이 돌면 또 돌담길이 나오고, 한 모퉁이를 또 돌아보면
돌담길이 이어진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멋지다는 생각도 해봤다.
콘크리트 상자속의 아파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속에 절규하는 아우성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담장 위의 노란 수세미꽃이 한옥과 잘 어울렸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길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쪽은 시멘트로 만들어낸 담장이고
또 한쪽은 오랜 세월이 흘러가도 견고한 돌담장이었다.
골목길을 끝까지 걸어보니, 모퉁이 돌아서 또 긴 돌담길이 이어졌는데
하루종일 왔다 갔다 수없이 걸어봐도 발바닥이 아프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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