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입춘 날, 집 주변에 핀 매화

nami2 2022. 2. 4. 21:27

설명절 전(음력 섣달)에는

겨울은 사라지고, 봄이 시작된 것은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로 계속해서 날씨가 포근 했었는데

음력으로 정월(2월)이 시작되면서 , 추위는 본격적인 엄동설한을 만들어 놓는 것 같았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면서, 따뜻한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의 날씨를 못마땅 하게 생각했음을 후회 할 만큼

며칠 동안의 날씨는 자꾸만 몸을 움츠려들게 했다.

 

서울 여동생 생일이 다가와서 택배를 부치러 갔다가  우체국 문앞에 붙은 안내문에 황당했던 하루

확진자로 인해 당분간 우체국을 폐쇄한다는...

싱싱한 해산물이 들어있는 아이스 박스를 들고, 길거리에서 이곳 저곳을 수소문 끝에

일광해수욕장 주변에 있는 낯선 우체국에 가서 택배를 부치고나니, 공연히 화가나고, 괜히 우울해져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버스도 타지 않은채, 차거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추운 길을  그냥 걸었다. 

집 주변 까지 1시간 동안 생각없이 걷다보니,  이곳 저곳 들판에 핀 매화가 예뻐 보였다.

차거운 바람이 옷속을 스며드는 정말 추운 날에  아파트 주변의 들판에서는 매향이 그윽하게 코 끝을 스치면서

황당했던 마음을 위로하는듯 했다.

 

아파트 주변  공원 길의 매화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많은 꽃봉오리가 화사한 모습이 되고 있었다.

 

공원길에 '만첩 백매화'의 아름다운 꽃송이도  셀 수 없이 많아졌지만

햇빛이 역광이 되어서 어둡게 사진이 찍히므로 겨우 두송이만 사진을 찍어 보았다.

 

들판의 매실농장에서도 

부풀었던 꽃망울이  팝콘 터지는 것 처럼, 하나 둘 꽃송이가 터져나왔다.

 

입춘날인 오늘도 낮기온은 4도였고, 밤 부터 아침 까지는 영하의 날씨였다.

그런데....

피어나는 꽃들은 추위가 비켜가는 것은 아닌가 할 만큼  멀쩡하게 예뻤다.

 

 

날씨가 추워서인지  꽃을 찾는 꿀벌은 나타나지 않았다.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 추운 겨울날의 매화는 더욱 고귀해 보였다.

 

날씨가 춥거나 말거나 , 엄동설한의 혹독한 추위가 되거나 말거나

이미 피기 시작하는 매화는 끝도없이 질주하는  봄날의 전령사 같았다.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고귀하게 꽃이 핀 매화가  정말 예뻐 보였다.

 

들판의 매실나무에서는 꽃망울의 크기가 하루가 다르게 예뻐져 가고 있었다.

좁쌀' 만큼 작았던 꽃망울이 '수수알' 만큼 부풀고 있었고

수수알갱이 같았던 꽃망울은 어느새 '팥알'처럼 커지더니, 어느새 팝콘처럼 탁탁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이 한달남짓....

추위와는 전혀 상관없는듯 시간이 지날수록, 입춘 쯤의 매화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살고 있는 아파트 울타리 너머에 아주 커다란 매실 농원이 있다.

이곳에 있는 매실나무에 꽃이 몽땅 피면

아파트 창문으로 타고 들어오는 매향 덕분에 호사스런 일상이라고 자랑해보는데

2월이 시작하면서,  하나 둘 자꾸만 꽃봉오리가 터져나오는 것이 기쁨이 되는 것 같았다.

 

하얀 꽃잎 사이로 노란색깔의 꽃술이 펼쳐지는 경이로움은....

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오묘함인 것 같았다.

 

아파트 옆 매실농원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추운줄도 모른채  열심히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재미 있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세상에서는 혼자 노는 것이 가장 속편한 일이라고 생각해본다.

 

 

날씨가 추워서 어쩌겠냐고 매화에게 걱정스러움을 전하고 싶었지만

매화는 오히려 추위에 움츠려드는 나에게  "감기 조심하라고" 위로를 하는듯 했다.

엄동설한의 눈 속에서도 꽃이 핀다는 매화는, 꽃이 없는 겨울날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서면, 콧속으로 스며드는 매향의 그윽함은

날씨가 엄청 추워도 사그러들지 않는 아름다운 꽃 향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