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나만의 사진첩

비가 내려서 집콕하는 날에

nami2 2021. 6. 11. 21:55

진짜 야속할 만큼, 하루종일도 모자라서 밤까지 비가 내리고 있는, 황금 같은 금요일이 덧없이 지나갔다.

내게 있어서 금요일은 황금 만큼 소중한 날인데....

그냥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한나절은 뒹굴뒹굴이었고

오후 시간은 밑반찬 만들어 놓고, 멸치 다싯물 끓여서 잔치국수 만들어 먹고, 텃밭에서 키운 아욱국 끓여놓고

여름내내 먹을 비빔국수 양념장 만들어 놓고 했는데도 여전히 심심한 날이었다.

 

내게 있어서 황금 같은 금요일이란

토요일과 일요일은 알바를 가기 때문에 금요일에는 텃밭의 일을 엄청 해야 하는 날인데

머리속에는 온통 풀밭뿐인 텃밭에 비가 내리고 있으니까, 마음이 좌불안석이었다.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베란다 창문으로 바라보이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파트 뒷산이 물안개로 가득했다.

쉽게 그치지 않을것 처럼, 가랑비 같은 빗줄기는 마음만 심란스럽게 하는 것 같았다.

 

아파트 근처에 있는 들판의 주말농장들이 비를 맞아서 싱그러워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자주 내리는 비 때문에 모두 잡초투성이 였다.

비가 내리는 날이라서인지 근처 숲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도 멈춰버렸다.

뻐꾸기 녀석도 비오는 날에는 어디선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것은 아닌지?

 

한달에 한번씩 물을 줄때만 들여다 보았던, 베란다에 늘어놓은 화분들에게 시선이 갔다.

비가내리기 때문에 심심했던 탓일까, 오늘 따라 화분의 식물들이 예뻐 보였다.

키우기에는 그렇고, 내다버리기에는 아까운, 그래서 함께 해야할 녀석들이 꽤많았다.

 

지난 5월의 어느날, 수목원에 갔었을때

온실속에서 식물들을 정비하는 직원들의 수레속에서 버려진 것들을 몇개 주워다가 화분에 심었더니

이렇게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털달개비와 접란'인듯.......

베란다 식구를 늘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버려진 것이 아까워서 또다시 화분이 늘어났다.

 

접란종류들은 물만 잘주어도 일년에 한번씩 하얀꽃을 피워주었고

꽃이 피지 않았을때도 식물 자체가 예뻐서 그냥저냥 집안에서 함께 한다.

접란 줄기 끝에 또하나의 식물을 만들어졌기에, 떼어내서 수경재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긴 줄기가 뻗어나온 끝 부분에 또하나의 접란이 성장하고 있다.

마음이 내키면 잘라서 수경재배도 해본다.

 

우리집은 동남향이라서, 특히 여름에는 일조량이 부족해서 다육이들은 절대로 꽃을 피우지 않는다.

몽땅 내다버리려다가 마음이 약해서 그냥 놔뒀더니, 오밀조밀 예뻐보인다.

 

먹고나온 생수병에 물을 받아놨다가 물을 주기만 하면, 잘 자라는 '접란'들이

비내리는 날에 바라보니 그냥 예뻐 보였다.

 

게발선인장을 키울줄을 몰라서 자꾸만 실패를 했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게발선인장' 키우는 법도 터득을 해서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올해 6년차 게발선인장이다.

지인에게서 게발선인장 세개의 마디를 얻어다가 키웠더니, 6년동안 이렇게  훌륭해졌다.

올봄에 2개의 꽃송이를 보여주었다.

 

알로에도 키우기 싫어서  내다버리려다가, 화분 한개에 모두 심어놓고 스스로 돌아가시길 바랬는데

생명이라는 것은 함부로 해도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듯....

잘 크고 있었다.

 

올해 20년차 손가락선인장은 꽃도 피우지 않은채, 손가락 숫자만 늘어나는 것 같았다.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도 죽지않는.... 목숨이 질긴 선인장이다.

 

모두들 화분이 아까워서 키우는 녀석들이다.

선인장 보다는 버려질 것 같은 화분들이 아깝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우리집아저씨가 모두 사들인 화분이었기에....

내가 구입하는 화분은 가격이 아주 저렴한 플라스틱 화분인데 비해

우리집 아저씨가 구입하는 화분들은 모두 가격이 높고 예쁜 화분들이었다. 

비싸게 사왔다는 소리를 들을때마다  늘상 투덜투덜 잔소리 했었는데

지금은 우리집 아저씨가 사다놓은 예쁜 화분들이 소중해보였기에, 텅빈 화분으로 놓아두기 싫어서 

억지로 이녀석들을 키우고 있다.

 

집안의 식물들은 관심을 두지않는데도 참 잘도 자란다.

그러나 꽃을 피워주지 않으니까 재미없다.

이녀석들도 순전히 화분이 아까워서 키우는 녀석들이다.

 

텃밭의 대파가 까만 씨를 만들어냈다.

그냥 놔두면 까만 대파씨가 아무곳이나 흩어질 것 같아서, 모두 잘라다가 베란다에서 말리고 있다.

지난해 까지는 대파 꽃을 모두 잘라내서 버렸는데

씨를 받아두었다가 대파를 심어보니 재미있었다.

어느새 농사꾼이 되어가고 있음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아파트 후문으로 나가는 놀이터 주변에 하얀 산딸나무꽃이 제법 예쁘게 피었다.

비가 내렸기에  창문으로 사진찍는 것이 가능했다.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빗물을 보니, 비가 그쳐도 텃밭에 나가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채, 창문으로 내다본 풍경은 꽤 분위기 있어 보였다.

밭으로 가면서 후문으로 나갈때는 산딸나무꽃이 하얗게 피어 있음을 몰랐는데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얀꽃들은 비가 내려서인지 더욱 예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