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나만의 사진첩

낙엽이 떨어진 가을숲에서

nami2 2021. 11. 22. 21:14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것을 바라볼때는 그냥  마음 까지 힐링되는 것 같아서 좋은데

낙엽이 떨어지는 만추의 쓸쓸한 풍경은, 바라보기만 해도 우울해지는 것은 나만의 겪는 일은 아닐진데

왜 그렇게 마음이 쓸쓸하고, 허전함을 느끼는 것인지? 

 

아주 가까운 친척이 올해 60세인데, 엊그제 호스피스 병동으로 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호스피스 병동이라는 소리를 듣기만해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마음이 시리고, 우울해지기만 했다.

이 쓸쓸한 늦가을에, 또다시 지나간 날들의 서글픔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다.

 

몇년전에 췌장암으로 떠난 친구의 마지막을 지키기위해  낙엽이 떨어지는 늦가을날에

열심히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다닌 것이 시간이 흘러도 이맘때만 되면 시름이 된듯 했고

우리집 아저씨가 말기암 선고를 받고, 절망감을 가진채  항암치료 때문에  병원 문턱을 넘나들던 때도

이맘때 늦가을이라는 것이 몸서리 쳐지게 가슴이 아프고 서럽기만  하는데.... 

 

또다시, 낙엽이 지는 이 쓸쓸한 계절에 들려온 소식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면 2~3개월은 생명이 연장 되지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건만

후두암 말기의 친척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보지도 못하고 , 오늘 하늘로 떠나갔다는 슬픈 소식이 있었다. 

코로나가 더욱 기승을 떠는 요즘인지라  빈소가 있는 서울에도 가보지 못하고

그냥 마음이 허전하고 서러워서 발길 닿는대로 간 것이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숲속이었다.

무언가 위로를 받기 위함이 아니었고, 그냥 보고싶었기 때문이었다.

 

숲속으로 가는 길이

정말 이렇게 많은 낙엽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형형색색의 단풍에 감탄하기도 전에

떨어진 낙엽으로인해서 늦가을의 쓸쓸함이 몸속 까지 스며드는듯 했다.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숲으로 가는 길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낙엽이 쌓여 있었다.

 

몇그루의 나무와 그리고 숲속....

그곳이 우리집 아저씨의 영원한 안식처였다.

그래서 누가 뭐라던 말던 내게는 한없이 그리운 곳이 되어 있었다.

 

우리집 아저씨가

자연으로 돌아간 그 숲속에 나뭇잎들은 또다시 만추를 아름답게 했다.

 

나뭇잎 하나, 떨어진 낙엽들 모두가 내게는 소중했다.

그곳에 뿌려진 우리집 아저씨의 삶의 흔적들은

내손을 거쳐서 한줌, 한줌 흩어졌기 때문이다.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낙엽 위에서 

그냥 아무생각 없이 서성거렸다.

빨간 덜꿩나무 열매들도 겨울 숲에서는 새들이 먹이가 되겠지만

아직은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집 아저씨가 남겨놓은 듯 했다.

 

 

 

어느새 3년, 또다시 만추의 계절을 맞이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속에 흐르는 눈물은 메말랐고, 늘어난 것은  그냥 멍때리기였다.

 

지난 여름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자주 다녀가지 못했었다.

그래서 여름에 피는 예쁜 작살나무꽃을 제대로 못보았는데

늦가을의 숲속을 장식해놓은 듯한,  작살나무 보라빛 열매가 큰 그리움으로 다가와주었다.

 

영롱하기 까지 한 보라빛 작살나무 열매!!

예쁘고, 소중했다.

 

그러나  분명 두사람이 있지만, 대화는 되지않음에 또다시 혼자 멍~~

이것 저것 아무리 중얼거려도 들려오는 대답이 없는 쓸쓸한 숲속이었다.

그쪽에서는 나를 볼 것인가 의문이고, 내쪽에서는 분명 보이지 않는 "영혼과 육신의 갈림길"

그냥 한참동안을  숲속을 서성거리기만 했다.

 

 

천년을 지내온 유서 깊은 암자로 오르는 길 옆이라서  혼자 서있기도 쓸쓸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가끔씩  암자를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산길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곳이었기에

3년전의 어느날은 슬픔뿐이었는데, 지금은 아름다운 숲이라는 것이 위로가 되어주었다.

 

많은 산새들의 친구가 되어준 우리집 아저씨!

그 친구들과 나눠 먹으라고, 언제 부터인가 새들의 먹이를 들고 가서 숲속에 뿌려주고 있다.

낙엽이 너무 쌓여서 먹이를 찾을 수 있을까  걱정도 해보지만

그들만의 먹이 찾는 법은 그들만이 알것이라고... 생각해봤다.

 

 

낙엽이 쌓인 이쪽 길에서 한눈에 바라보이는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숲속은...

봉분이 있는 묘소 보다는 이런 풍경이 더욱 멋지다는 생각을 해봤다.

 

숲속의 나무 밑에서 꽃을 찾아냈다.

지난해에도 늦가을에 홀로 피어 있던 꽃인데, 올해도 역시 나를 기다려준듯 했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우리집 아저씨가 나를 위해 늦게 까지 피워놓은 꽃이 아닌가 

그냥 반가웠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까지 꽃이 피는 '큰나비나물꽃'인데, 이 계절 까지 나를 위해 기다린 것 같아서 

진짜 눈물나게 고마웠다.

 

이곳저곳에 단풍이 눈에 띄었지만, 올해는 여름 부터 10월 까지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그다지 예쁜 단풍은 찾아볼수 없었다는 것이 유감스러움으로 남겨졌다.

그래도 우리집 아저씨가 계신 숲에는  이렇게나마 예쁜 단풍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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