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나만의 사진첩

군자란이 화사한 3월

nami2 2021. 3. 18. 22:17

올해도 어김없이 군자란은 화사함으로 ,쓸쓸한 우리집 베란다를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함께 살아온지 20여년!

해마다 꽃이 지면, 분갈이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은 간절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은 것이 벌써 3년이다.

3년전에는 우리집 아저씨와 함께 분갈이를 했었기에, 걱정근심 없이 잘 자라기만 했던 우리집 반려식물인데..

우리집 아저씨가 먼곳으로 여행을 떠난후에는 제법 몸살도 앓았고, 나와 함께 우울증도 앓았던 것 같았다.

우리집 아저씨가 떠난지 1년후에는

4개의 화분 중에서 1개의 화분은 아저씨를 따라 완전히 가버렸다.

남아 있었던 3개의 화분중에서 1개의 화분에서만 꽃이 피었고, 2개의 화분은 여전히 우울증을 앓고 있음이 엿보였다.

그러던 녀석들이 2년째인, 지난해에는 그래도 2개의 화분에서 꽃을 보여 주었다.

 

올해는 고맙게도 3개의 화분에서 꽃대가 보였으며, 한달 보름 정도의 시간이 지난후 화사한 꽃을 보여주었다. 

1년 365일 내내, 물을 주고 바라봐주면서 중얼거리듯 하는 마음속의 말들을 알아들었는지는 모르나

나혼자 남겨두고, 더이상 우리집 아저씨 곁으로 떠나가는 녀석들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군자란의 삶의 의지를  볼수 있었음이, 어느날인가 부터는 화분마다 각각 새끼를 쳐서

올해 분갈이 할때는 6개의 화분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더이상의 식구가 늘어나는 것이 반갑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번식을 내가 막을수는 없다는것은...

새끼 까지 거느린 군자란을 더이상 모른체 할 수 없어서, 올해는 꼭 분갈이를 해주리라 마음 먹었다.

 

 세개의 화분에서 화사하게 꽃이 피어주는 것이 너무 고마웠고 예뻤다.

 

지난달 2월6일에 군자란 한개의 화분에서 꽃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분갈이를 해주지 않아서 올해는 절대로 꽃을 못볼것이라 체념했는데....

꽃을 피우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 처럼 반갑고,고맙고, 예뻤다.

 

2월10일쯤 또다른 군자란에서 꽃대를 보였다.

2년동안 분갈이를 못해줘서 미안한 생각뿐인데, 올라오는 꽃봉오리가 너무 반가웠다.

 

군자란 두개의 화분에서 꽃대를 올렸는데, 마지막 한개의 화분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우리집 아저씨가 떠나는 해에는, 일년 내내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던 녀석이었다.

잎이 거의 누런잎 뿐이었고, 잎의 갯수도 자꾸만 줄어들어서 포기를 했었는데

지난해에는 회생을 했지만 꽃은 피우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2월 19일에 꽃대를 보였다.

이녀석이 사람이었다면, 축하 케이크라도 먹여주고 싶을 만큼 고마워서, 하루에도 몇번씩 들여다보았다.

 

순서대로 꽃대를 보였던 녀석들이 하루가 다르게 예뻐져 가는 모습이 이렇게 달랐다.

 

색깔이 보이면서, 꽃이 피기 까지는 또다시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나의 꽃봉오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매일 아침마다 들여다 보는 것도  보람있는 일과가 되었다.

 

 꽃대가 보인 날 부터 시작해서 한달이 지난후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 했다.

 

점점 예쁜 색깔을 만들어 내는 모습에서 쓸쓸한 베란다는 점점 화사해져 갔다. 

 

꽃봉오리가 열린 날 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꽃모양이 예뻐져 갔다.

화사함...

덕분에 3월의 우리집 베란다는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화사해져 갔다.

 

완전하게 활짝 꽃이 핀 날!!

꽃대가 올린 날 부터 시작해서 ,한달 보름(45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군자란이 화사하게 꽃이 피는 시간은 약 45일 정도 였다.

 

세개의 화분에서 병치레를 하지않고,살아가고 있는 반려식물 군자란들에게 꽃을 피우게 해준

따스한 봄날에게도

어디선가 군자란에게 응원을 해주고 있는 우리집 아저씨께도

그리고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준 나의 넋두리 같은 중얼거림도

 

군자란의 세녀석들이 꽃을 피우고, 새끼를 친 것이 고맙고 감사하고 또 고마웠다.

 

우리집에서 '게발선인장'은 참 힘겹게 자리를 잡은 녀석들이다.

손가락 한마디 같은 것 10개가 꽃을 피우기 까지는 5년이 걸렸다.

지난해에는 딱 1개의 꽃이 피었는데, 올해 2개의 꽃이 피었다.

소리라고는 TV소리밖에 없는, 쓸쓸한 집에서 꽃들은 내게 보이지 않은 힘을 주는 것 같았다.

정성을 들인 만큼, 반드시 댓가는 있다라는....또 나혼자의 중얼거림이다.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이녀석은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예쁜 한송이의 게발 선인장이 꽃을 피웠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또 한송이 꽃을 피워주었다.

 

게발선인장을 키운지 5년만에 꽃을 피웠다.

첫번째 꽃이 피고, 머무르는 동안에 또 한송이의 꽃봉오리가 꽃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두번째 꽃송이가 활짝 피었다고 좋아했던 날 부터, 첫번째 꽃송이는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활짝 핀 꽃은 설레임이었고 기쁨인데, 시들어가는 꽃은 아쉬움이었고 허전함이었다.

군자란의 화사함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곧 꽃이 지면서 생겨지는 허전함에 가슴 시리지 않도록, 마음을 비워야함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