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나만의 사진첩

가을철, 군자란 화분갈이

nami2 2021. 10. 14. 21:50

오늘은, 진짜 오랫만에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고, 하늘이 우중충하지도 않았던 멋진 가을날이 되어 주었다.

늘 날씨탓을 하며 불평을 늘어 놓았던 것이 언제였던가, 지나간 날들은 모두 잊은채  공원길에 산책 나갔더니

먹음직스런 빨간 열매가 유혹을 했다.

깊어가고 있는 가을이란 것을 나무 열매의 빨간 색깔에서 쉽게 느낄수 있었다.

초가을이 아닌 깊은 가을!!

어영부영하면 무서리도 내리고, 된서리도 내릴수 있는  깊은 가을속에서 한가지의 밀린 숙제를 생각해냈다.

 

우리집 군자란의 화분갈이는 늦은 봄부터 생각해낸 엄청난 숙제였는데

어찌하다보니 어느새 가을까지 미뤄졌다.

매년 2월초 부터는 꽃봉오리가 올라오는가를 확인하면서,  꽃봉오리가 보이지 않으면 또 신경을 쓰면서....

왜 군자란의 화분갈이는 해줄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꽃이 피면 좋아하면서, 꽃이 지면 왜 방치를 해놓는지?

이기적인 생각속에서는  지나친 게으름이 들어 있음을 알면서도, 하루 이틀  미루다보니  3년동안 방치한 것이

늘 마음이 쓰여서,  더 추워지기 전에 밀린 숙제를 하기로 작정을 하고, 일거리를 만들어냈다.

 

화분에 물을 주다보니 뿌리가 흙밖으로 튀어나온 것이 엄청 잘못됨을 이제서 눈여겨보았다.

지저분하기도 했고

한 화분에서 두개의 군자란이 살아가고 있는 것도 더이상 봐줄 수가 없었다.

군자란이 새끼를 친지가 벌써 2년이 넘었거늘, 못본척...

군자란 새끼가 어미의 키 만큼 자라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못본척 했다는 것이 방치였음을  인정했다.

 

그런 것들이 한개도 아닌 두개의 화분이었고, 또하나의 화분에서는 뿌리가 바깥으로 뻗어나오기 까지 했다.

20년차, 거대한 군자란의 화분갈이를 혼자 한다는 것도 그렇고

함께 분갈이를 했던 우리집 아저씨가 부재중이었기에, 슬픈 생각하기 싫은 것도 있었고

그동안 군자란 분갈이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엄청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피하기만 했음을 미안하게 생각했다.

  

베란다 바닥에 커다란 비닐을 깔고, 가위, 꽃삽, 면장갑, 장화, 거름등을  준비하고, 작업 개시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면 화분을 깨트려서라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군자란 이녀석들은 어떻게 생겨먹은 식물이기에 이렇게 뿌리가 큰 것인지?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화분속의 뿌리를 밖으로 끌어냈지만,  체력이 엄청 소모되었다.

화분 속에서 나온 군자란 뿌리는 진짜 웬수 같았다.

이렇게 화분 세개를  분갈이 하려니까  커피 생각도 났고, 시원한 캔맥주 생각도 났다.

모두들 20년이 넘는  우리집 반려식물 군자란들이기에 ,소홀히 할 수도 없고....

 

일단 샴쌍둥이 처럼 어미와 새끼의 뿌리가 붙어 있었기에 분리를 해야 했다.

이런 화분이 또 한개가 대기 하고 있다는 것에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일을 벌려놓았으니 어찌 되었던 해보자는 마음뿐이었다.

  

뿌리로 엉킨 한개의 군자란을 두개로 분리하려니까 칼도 필요했고 가위도 필요했다.

수술!!

그냥 손목에 안간힘을 써서 분리에 성공했다.

그러잖아도 아픈 손목이고, 엄지손가락도 힘이 약해서 칼과 가위로 씨름을 해봤다.

 

이렇게 잘라낸 뿌리는 2년 정도면 또 엄청나게 자란다.

3년에 한번씩 분갈이 해줘야 한다는데, 게으름을 피워서 1년이 더 늘어났다.

분갈이 한지 4년이 되었으니, 할말 없음을 또 인정해본다.

 

이쪽 화분, 저쪽 화분에서 분리시킨 군자란 새끼들은 한 화분에 심어주고

어미들은 원래대로 집 한채(화분)에  심어주었다.

 

3개의 군자란 화분속에서 나온 뿌리는 커다란 비닐에 한가득이었다.

쓰레기로 나온 거대한 뿌리들로 화분속을 가득 메웠으니, 이제껏 죽지않고 살아 있다는것이 신기했다.

뿌리를 모두 잘라주고 ,홀가분하게 화분속으로 들어갔으니 얼마나 시원했을까?  

허리가 휘어질 만큼 뻐근하고, 팔이 아프고, 손가락이 아팠지만, 마음은 후련해졌다.

 

또하나의 화분 속에서 뿌리에 엉킨  어미와 새끼를 분리 하다가

새끼 쪽의 뿌리를 많이 잘라냈는데, 살 수 있을 것인지, 살 수 없을 것인지는 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작업을 시작한지 ,2시간만에 군자란 화분갈이는 끝이 났다.

원래는 화분이 5개가 되어야 하는데, 군자란 새끼들은 한 화분에 두개를 심어 놓았다.

한녀석이 작업 부주의로 살 수 없을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왕 화분갈이를 시작했기에

늘 화분이 좁아서 신경 쓰이던 녀석들의 집을 옮겨주었다.

산세베리아, 접란, 다육이들의 집을 늘려주었고, 그동안 눈에 가시였던 화분들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깨끗하게 정리된 화분들을 홀가분하게 바라볼수 있어서 좋았지만

아직도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뻐근해지는 고통이 며칠동안 파스 신세를 져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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