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야생화

버섯을 닮은 '나도수정초'

nami2 2021. 5. 28. 23:08

여름날도 아닌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요란한 천둥번개와 함께 세찬 소낙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당연히 비 예보는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세상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하니까 ,날씨마져 이상한 징후를 보이는 요즘이다.

생각치도 않았던 우르르쾅쾅의 괴성에 ,하늘이 갈라질 정도의 번쩍이는 번개는....

번개에 놀란 강아지 처럼, 방안에 웅크리고 앉아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채 한시간 정도 떨었다는 것이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왔지만, 어쩔수 없는 겁쟁이는 나이를 먹어도 변함이 없는듯 했다.

찬둥 번개, 소낙비 덕분에 오늘의 걷기운동은 휴무였다.

가끔은 걷기운동도 휴무를 해줘야, 주인 잘못 만난 다리와 발바닥이 편안해질 것이라는 내 생각이다.

 

통도사 산내암자 백련암으로 가는 길이다.

통도사는 매달 초하루에 꼭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인데 

통도사 산내암자 백련암(백련정사)은 15년전에 한번 가본 후  진짜 오랫만에  가보게 되었다.

19개의 통도사 산내암자들의 이정표를 보면

백련암은 통도사에서 꽤 깊숙한 곳에 있었기에, 발걸음이 닿지 않은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봤다.

길동무와 함께 아무도 가는 사람이 없는, 호젓한 암자로 가는 길은...

왜 진작 이곳을 찾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꽤 운치 있는 길이었다. 

 

우산쓰고 걷기에는 비가 부슬부슬 예쁘게 내려주어서 혹시 야생화가 있는가를

숲길을 기웃거릴수 있을 만큼 분위기 있게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문득 숲길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외눈박이 처럼 생겨진 , 버섯 같은 꽃....

언뜻 보면 이것은 꽃이 아니라 버섯이라고 할 것인데, 야생화라고 한다.

"나도수정초"였다.

이곳에서 만난 많은 꽃들 중에서 고개를 들어서 완전하게 예쁜꽃은 딱 1송이 였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길동무와 함께 낙엽이 쌓여진 숲속으로 들어갔다.

보물찾기를 하기위해서 였는데, 생각보다 비내리는 날의 숲길은 낙엽 때문에 미끄러웠다.

진짜 아무리봐도 이것은 꽃이 아니라 버섯이었다.

낙엽속을 헤집고 땅위로 나온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암자로 가고있다는 생각도 잊고, 가랑비에 옷젖는 줄도 모르고 본격적으로 꽃을 찾기로 했다.

 

비가 내려서 옷 젖는 줄도 모르고

우후죽순 처럼 낙엽위로 올라오는 '나도수정초'에 빠져든 두사람은 신기한듯 사진 찍기에 바빴다. 

 

제대로 예쁜 꽃을 발견했지만, 무엇이 그리 수줍은 것인지 고개를 숙인 모습이다.

외눈박이라는 것이  고개를 못들 정도는 아닌데....

귀하고 예쁘고 희귀한 꽃이기에 당당해도 되는데, 모두들 고개숙인 모습뿐이다.

 

나도수정초는 현화식물문> 목련강> 철쭉목> 수정난풀과>나도수정초속이라고 한다.

숲속의 토양이 비옥한 곳이 서식지이며, 중부이남에서 분포한다고 했다.

해외분포는 러시아(사할린) 일본, 중국,인도차이나, 희말라야

 

나도수정초는 숲속의 토양이 비옥한 곳에서 자라는 부생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한다.

줄기는 높이 10~30cm이고 기둥모양으로 곧추선다.

잎은 비늘 모양이며 빽빽하고 어긋난다.

꽃은 4~8월에 흰색으로 피며, 줄기 끝에 1개가 종 모양으로  밑을 향해 달리는데, 열매가 성숙할때는 곧추선다.

 

나도수정초는 '수정난풀'과 외형이 비슷하지만, 열매가 장과이고 씨방이 한칸이며

씨는 난형이므로 구분된다고 한다.

 

나도수정초의 꽃말은 '숲속의 요정'이라고 한다.

 

지난해에 통도사 산내암자 '비로암'으로 가는 길에서 처음 만났다.

통도사 산내암자 극락암을 지나서 비로암으로 가는 숲길에서

야생화 동호인들이 열심히 찾아헤매는 것을 보면서 함께 했는데

아무리봐도 꽃이 아니라 버섯으로 보였기에 신기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나도 수정초

 

                   나도수정초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것을 헤치며, 숨은듯이 피어나는 하얀꽃의 매력에  푹 빠졌다.

 

비를 흠뻑 맞은 모습이 꽤 추워보였지만, 혹시 빗물에 부서지지는 않을까 지켜주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숲길에서 길동무와 둘이서 만나게 된 꽃이었지만

둘이서 이 많은 꽃들을 보기에는 아까웠다. 

 

고개숙인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지만, 고개를 숙일수 밖에 없는 꽃의 운명이라면

그런대로 예쁘게 봐줘야겠지만, 고개를 든 모습도 많이 보고싶었다.

 

통도사 산내암자 백련암으로 알고 있었는데, 돌간판에는' 백련정사'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지난해 통도사 극락암을 지나서 비로암으로 가는 숲길에서 꽤 많이 만나게 된 '나도수정초'였는데 

올해는 비로암과 정반대 방향인  통도사 산내암자 백련암(백련정사) 숲길에서

나도수정초' 군락지를 새롭게 만났다는 것이 대박이었고, 산사람들의 외침인 '심봤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