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기다리던 비가 제법 내리고 있는 밤이다.
다른 지방에서는 제법 비가 내렸다고들 하지만
정작 텃밭을 하고 있는 집 주변은 뽀송뽀송한 먼지만 날릴뿐이었는데, 비 예보 소식을 듣고
이번에도 일기예보가 엉터리일 것이라고 했더니, 제법 비가 내리는 소리가 창문을 통해서 들려온다.
텃밭에 물 퍼다 주는 일이 줄어들어서 한시름 놓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 속 한켠에는 비에 대한 불평불만은 사라지고, 마음 편안해졌다는 간사함에 그냥 웃어보았다.
엊그제 초파일을 앞두고
장안사에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우리집 아저씨의 하얀 영가등을 접수하고 나오면서
괜한 울적함에 발바닥이 아프거나 말거나 하루동안에 여러 곳으로 발품을 팔았던 암자에서
가는 곳마다 하얀불두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하얀꽃들이 곱게 피어 있어서 사진들을 모아 보았다.
부처님 오신날이 점점 가까워져 오면서 사찰마다 하얗게 피는 불두화가 새삼 예뻐 보였다.
장안사 산내암자 '백련암' 뜰 앞에 핀 불두화
범어사 약사전 앞 담장에 핀 불두화
범어사 요사채 담장 옆에 핀 하얀 불두화
범어사 산내암자 '대성암' 뜰 앞에 핀 불두화
범어사 종무소 담장가에 핀 불두화
범어사 산내암자 '계명암'의 해수관음상 옆의 하얀 불두화
백련암의 뜰앞에 핀
하얀색깔의 모란꽃은 암자였기에, 아직도 꽃송이가 탐스러웠다.
백련암 뜰 앞의 노란 색깔의 '모란'꽃이 참으로 우아해보였으나 웬지 쓸쓸해보였다.
인적드문, 고즈넉한 암자에서 피었기에 더욱 쓸쓸하게 보였는지 모른다.
범어사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요사채 대문 곁에 하얗게 꽃이 핀 '공조팝'이 멋스러워 보였다.
암자에서
산골마을로 접어드는 도로가에 탐스럽고 하얗게 핀 '공조팝'꽃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아까시꽃이라고 하면 모든 것이 삭막하게 어울리지 않고....
아카시아 꽃이라고 하면, 과수원길 노래도 생각나고, 아카시아 껌도 생각나며
달콤한 향기가 너무 좋다는 느낌을 주기에
누가 뭐라고 해도 나만큼은 예전 처럼 '아카시아'꽃이라고 적어보고 싶다.
꽃 향기가 바람결에 먼 곳 까지 따라오는 아카시아꽃 길을 걸으니
쓸쓸한 산길도 걸을만 했고, 달콤한 향기가 섞여 있는 바람도 좋았다.
송화가루 날리는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범어사 산내암자 금강암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산길을 내려와서 범어사 대성암을 거쳐
금정산 계명봉 산 중턱에 있는 계명암에 또 오르다보니
꽃가루 알레르기에 콧물이 흐르고, 눈물도 흐르고, 목이 따갑고, 골이 지끈지끈 해지더니 정신 까지 몽롱해졌다.
소나무에 피는 꽃 '송화'가 노란가루를 만들어 바람에 날리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암자를 찾아 다니는 나를 기절 시키려 했다.
그래도 생수병에 의지해서 자꾸만 물을 마셔줬더니, 병원을 가지 않아도 하루정도 아프고 일어났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코로나로 의심 받을뻔 했을 위기가 그냥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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