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통도사 취운암 산신각

nami2 2021. 2. 22. 22:48

이제는 완연한 봄이 되었는가 해서 ,오늘 처음으로 텃밭에 나가서 거의 하루종일 일을 했었다.

설명절에 떡국 한그릇을 먹고난 후 부터는

웬지 텃밭에 나가는 것이 게을러져서인지 진작에 나가서 봄맞이를 해야 하건만 괜히 나이탓을 해봤다.

나이를 한살 먹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 나이라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말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변명일뿐, 지난해보다는 365일을 늙었다는 것이 

텃밭일이 하기 싫은 이유가 될까 생각하게 되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밭에서 일하기에 딱 좋은 영상 20도였는데

쑥부쟁이라든가 부지깽이 산나물과 부추, 유채.. 등이 제법 파릇파릇 봄이 왔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았다.

이제는 봄이 왔으니까, 꼼짝없이 텃밭으로 나가야겠다는 것이 큰 과제가 되는듯 했다.

 

몇군데 암자를 거쳐서 취운암 입구를 지나가다가 문득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취운암이라기보다는 취운선원과 영축총림 율원이 있는 곳이라서 늘 뜰앞에만 왔다갔다 했었는데

산신각 3일 기도라는 것에, 발걸음이 경내로 들어서게 되었다.

취운선원에 웬 산신각...

생각치도 않은 현수막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율원(律院)은 보통 총림을 두고 있는 큰 사찰에 설치하는데,

 비구승 중 특별히 계율의 연구에 뜻을 지닌자들이 입학하게 되는 곳이라고 한다.

 

통도사 산내암자 '취운암'은

효종1년(1650)에 우운대사가 창건한후, 정조19년(1795년)에 낙운대사가 중건하였고

그후 1969년에 태일화상이 다시 중수하였다고 한다.

취운암은 큰 규모의 건물로 통도사 산내암자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암자이다.

주법당을 중심으로 2층 강당과 선원, 요사채들이 있으며, 법당 뒷쪽 산위에 산신각이 있다.

 

취운선원 옆으로 좁은 길이 나있었다.

선원 앞에 있는 이 길은 조심스러워서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데, 산신각 이정표가 있어서

당당하게 걸어들어가봤다.

다행스럽게도 이 길 끝에 공양간이 있었고, 공양주보살님께서 산신각의 영험함을 설명해주셨기에

호기심과 참배 목적으로 산길을 가는데, 시간은 오후4시쯤이었다.

 

인기척이 없는 숲길의 계단을 따라서 ,산신각으로 가는 길은 약간 두려움이 있었다.

너무 심한 겁쟁이가 혼자서 숲길을 간다는 것이 긴장을 하게 만들었다.

예전의 어느 스님께서

부처님을 받드는 불자께서 어찌해서 그리 겁이 많냐는 핀잔에 마음을 비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혼자서 산신각으로 가는 숲길은 다리가 약간 휘청거렸다. 

 

여기 까지 왔으니까  이곳에서 삼배를 한후 돌아설까 망설였다.

그래도 올 한해 동안 꽤 많은 산을 오를텐데....

산신님께 올해의 산행에서 무사귀환을 빌어보는 것이, 예의 일 것 같아서 산신각으로 올라갔다.

 

현판도 없는 산신각앞에 섰을때는 또 망설임이 있었다.

인적드문 깊은 숲속의 작은 전각 '산신각'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열기 까지는 진짜 많이 긴장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데...

문을 연후 무서워서 기절을 하는 것은 아닌가?

산 밑의 취운선원 공양주보살께서 내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알았으니까,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문을 열었다.

 

취운암의 산신각은 뒷쪽 암벽의 석굴속에,

왼쪽은 독성님이 모셔져 있고, 오른쪽에는 산신님이 모셔져 있었다.

촛불을 끄고나오세요"라는 문구가있었지만, 촛불을 켤 여유조차 없었다.

촛불을 켜지 않은채 삼배하고, 잠시 기도를 한후....문도 제대로 닫지 못할 만큼 긴장은 했지만

그래도 차츰 마음이 비워져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잘하고 내려왔다.

 

계곡에서 버들강아지를 발견했다.

2월이니까, 봄이 오고 있으니까....

산신각을 들렸다가  통도사로 돌아가는 길은 그냥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버들강아지가 통통하게 살이쪘다.

 

산목련의 개화소식이 곧 있을 것 같다.

지금 자체만으로도 멋지고 예쁜데, 꽃이 화사하게 피면 어떤 모습일까?

활짝 핀 산목련을 보기위해서는 음력 2월 초하루에는 또다시 취운암을 들려보기로 했다. 

 

봄이오는 길목의 백로 한마리가 얼음이 몽땅 녹아내린 개울가에서 쉬고 있다.

저 녀석은 겨울 내내 통도사  개울가를 누비고 다녔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꽁꽁 얼어버린 얼음 위에서 서있었던 모습, 살얼음이 얼은 개울가에 발 담그고 있던 모습...

이제는 날씨가 따뜻지니까 ,바위 위에 올라 서있는 모습이라니

저 녀석은 전생에 청개구리 였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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