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에서 두번째 절기인 우수(雨水)가 지난지 하루가 되어서인지 날씨가 많이 풀린듯 했다.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고 하는 날이니, 곧 날씨가 풀린다는 뜻이라고 한다는데
걷기운동할겸 들판을 걷다보니, 벌써 부터 농사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였다.
그래서 날이 풀리면 한나절은 텃밭에서 시간을 보내야겠기에 우리 텃밭에 가서 들여다봤더니
겨울 내내 얼었다 녹았다 했던 땅이라서인지 할일이 제법 많이 생길 것 같았다.
지난해는 자연재해로 인해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던 텃밭이기에, 올해는 벌써 부터 주눅이 드는 것 같았다.
가뭄과 장마비와 태풍과 병충해, 그리고 고라니와 날짐승들의 횡포는...
꽃이피는 봄은 찾아오고, 농사짓는 봄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통도사에는 19개의 산내암자가 있다.
그 중에서 수도암은 통도사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가는 길이 먼곳도 아니고, 가는 길이 힘든곳도 아닌데, 그동안 가보지 못했음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작은 암자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통도사에 들렸다가 '복수초'를 찾으러 가는 길에 혹시 하는 마음으로 수도암까지 발걸음을 해봤다.
수도암으로 가는 길은 그냥 고즈넉 했다.
산모퉁이를 돌아서 걷는 길에는 드나드는 자동차도 없었고, 사람의 발걸음도 뜸한 곳이었는데
암자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청매화가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그 흔한 빨간 홍매화 한그루도 없이, 청매화 향기가 코 끝을 스쳤다.
청매화
청매화
청매화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낄수 없었던 암자에서 혼자 우두커니 서있다가
암자의 산길을 걸어내려오면서 또다시 청매화 앞에서 혼자 또 우두커니....
그냥 착잡할 만큼, 쓸쓸했던 암자에서의 텅 빈 마음을 청매화 앞에서 위로 받고 싶었던 심정이었다.
청매화
청매화는 매화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다.
홍매화는 그냥 예쁘고, 분홍매화는 우아하고, 백매화는 향기가 좋았고
청매화는 무언가 그리움이 들어있는듯한 아름다움이 있다.
노란 산수유 꽃망울이 더욱 고즈넉함을 말해주는듯 했다.
땅속에 묻힌 항아리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궁금했다.
통도사 산내암자 수도암은 고려 공민왕21년(1372년)에 이관대사가 처음 창건하였으며
그후 정신대사가 중창했다고 한다.
부처님을 모신 법당과 요사채, 그리고 산신각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는 수도암전경은
말그대로 산속의 작은암자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도 늦가을에 갔었더라면, 법당 앞의 커다란 은행나무에서 노랗게 떨어지는 은행잎을 운치있게 감상했을것 같았다.
수도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일주문을 대신했다.
그냥 산모퉁이를 돌아서 걷다가, 길손을 반겨주는듯한 소나무가 있다는 것이
암자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껏 다녀본 암자 중에서 가장 작고, 가장 쓸쓸해 보였던 암자였음을 메모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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