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사의 풍경

통도사 산내암자 서축암

nami2 2021. 2. 5. 22:58

날씨는 아직도 겨울인데, 들길에서는 매화향기가 자꾸만 봄을 재촉하고 있는듯 했다.

운동삼아 나갔던 들판은 한밤중에는 땅이 얼었다가, 한낮에는 땅이 녹아내리는 것이 반복되다보니

얼떨결에 찾아온 봄기운에 냉이와 쑥이 자꾸만 유혹을 하고 있었지만, 날씨는 아직 차거웠다.

입춘도 지나가고, 설명절은 코 앞이고...

2월에는 바람이 유난히 심한, 동해남부 해안가 지방은 해풍 때문인지 매화는 자꾸만 피어나지만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하권을 맴도는 느낌이라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은 봄이 왔다고는 할 수 없었다.

 

엊그제 통도사 산내암자 자장암을 다녀오면서, 지나는 길목에 '서축암' 표지석이 있었다.

서축암은 그다지 오래된 암자는 아닌 것 같아서인지 그동안 발길이 뜸했다.

자동차로 돌아보는 암자순례가 아니고, 발걸음 따라서 걷는 암자순례라서

언제 또 이곳에 오겠나 하는 마음에 잠시 들려보기로 했다.

 

겨울산에서 흔하게 볼수 있는 '망개열매'는 춥기만한 삭막한 들길에서는 참으로 반가운 존재였다.

메말라가는 산자락의 빨간열매는 왜그렇게 반가웠던지

 

꽁꽁 얼어붙은 개울가 풍경은 남쪽지방에서는 이때 아니면 볼수 없는 풍경이기에 또 사진을 찍어봤다.

개울가 한복판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녀석이 보였다.

세상살이가 얼마나 서글프면 저런 모습으로 서있을까?  궁금했다.

 

이녀석은 발도 시리지 않는 것인지?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는 것인지

수행정진 하시는 스님의 화신인 것인지, 다가가서 여쭙고 싶었지만...

순간의 정적을 깨고 싶지않았다.

 

통도사 산내암자 '서축암'은 자장암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길목에 자리잡고 있었기에

자장암에서 통도사로 가는 길에 잠시 잠깐 들려보았다.

통도사 산내암자 중에서 가장 낯선곳이라고 하면 안되겠지만, 10년전에 한번 들려보고는 이번이 두번째이다.

 

암자에 오랫만에 들어가봤더니 법문을 담아놓은듯한 깃대가 즐비하게 늘어섰다.

여러 암자들을 다녀보았지만, 이런 형태의 법문을 담아놓은 곳은 처음이라서 약간 주눅이 들었다.

무언가 조심을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발걸음 하는 것도 웬지 조심스러웠다.

 

영축산이 뒷 곁이 된 것 같은 서축암 풍경은 한눈에 바라봐도 멋졌다.

 

서축암 경내에는 정원처럼 잘 다듬어진 나무들이 제법 정성이 들어간듯 했다.

자연스러움 보다는 일부러 조경을 해놓은듯한 정갈함에 자꾸만 조심스럽다는 생각에

제대로 경내를 돌아보지 못했다.

 

영축산이 병풍처럼 늘어선 서축암 경내

 

서축암에는 인법당과 요사채가 있다고 했다.

인법당은 일반적인 법당 보다는 조심스러움이 있어서 서축암에서는 부처님을 뵙지 못했다.

 

조심스럽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메모하듯히 사진을 찍어봤다.

 

서축암 입구

 

서축암은 1996년 수련화보살과 승려 월하, 원행이 정성을 모아 창건한 암자라고 한다.

통도사 19개의 산내암자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창건한 암자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경내에는 인법당 형식의 대웅전과 요사채가 있다고 한다. 

인법당(因法堂)이란 법당을 따로 두지않고, 승려가 거처하는 방에 불상을 모시는 절집이다.

정원이 너무 깔끔하게 가꾸어져서인지, 고즈넉함과 정갈함이 오래 머물게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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