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12월22일, 내일은 24절기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이다.
봄의 시작이라고 하는 입춘이지만, 아직 음력으로는 12월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곳 동해남부 지방에서는 벌써부터 매화가 피기 시작해서 봄이 왔다는 소리들을 하고 있건만
내일 부터는 또다시 강추위가 찾아온다고 하니까, 어느 것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그냥 우습기만 하다.
산속의 암자에는 언제 봄이 올런지는 모르겠지만, 매화는 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듯...
한겨울 눈속에서도 꽃이 핀다는 설중매처럼, 영하로 내려가도 매화는 여전히 화사하게 꽃이 피고
그윽한 매향을 즐길수 있는 2월의 겨울이다.
통도사 산내암자 '자장암'으로 가는 길이다.
통도사에서 산모퉁이를 몇번이나 지나면서 , 들길을 지나고, 다시 자장동천길을 걷다보니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자장암 가는 길은
통도사에서 암자로 가는 빠른 길을 막지 않았다면, 그리 어렵게 가는 길이 아닐텐데...
아쉬움을 강조해보지만, 암자의순례의 고행쯤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다녀왔다.
자장암으로 들어가는 길의 둥근원형 문이 이색적이었다.
일주문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그랬지만
그래도 자장암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이니까 일주문이라는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자장암 입구의 부도탑의 이끼가 꽤 오랜세월이 흘렀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자장암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의 산내암자이다.
자장암은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짓기 이전에 이곳의 석벽 아래에서 수도하며 창건 하였다.
그뒤 연대는 미상이나, 회봉스님이 중건하였고, 1870년 (고종7년)에 한차례의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오니 출입을 삼가해주세요" 라는 팻말이 눈에 띄었지만
인기척이 없는, 빈 댓돌이 암자의 고즈넉함을 말해주는듯 했다.
자장암 관음전 앞
영축산이 바라보이는 곳을 향한 풍경소리가 고즈넉한 암자의 정적을 깨트리는 것 같았다.
자장암 관음전 뒷곁에는 암벽에서 맑은 석간수가 흘러나오고
그 위의 석벽에는 작은 구멍이 있다.
통도사를 창건하신 자장율사께서 수도하고 있을때에 두마리의 개구리가 물을 혼탁하게 하므로
신통력으로 석벽에 구멍을 뚫고 개구리를 들어가게 하였다고 전해오는데
현재에도 한쌍의 개구리는 몸이 청색이고 입이 금색인데, 벌과 나비로 변신한다고 한다.
이 금개구리를 사람들은 '금와보살'이라고 부르면서 친견을 하려고 한다는데
그러나 암벽속의 금와보살을 보는 사람도 있고,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서 불심을 논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2011년 11월 늦가을 늦은 오후에 금와보살을 친견하기위해 자장암으로 갔었다.
구멍속을 들여다봤다가
실제로 금와보살님을 친견했었고
함께 동행했던 우리집 아저씨도 금와보살님을 친견했음을 스님들께 말씀드린적이 있었다.
금와보살님을 실제로 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박이었던 꿈같은 현실이 지금도 생생하다.
요사채에 걸려있는 금와보살님의 사진
마애아미타여래삼존상은 2014년 10월29일에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617호'로 지정되었다.
높이 약4m의 거대한 마애불이 새겨져 있는데, 통도사 산내에서는 유일한 마애불이며
1896년에 조성했다는 기록이 암벽에 새겨져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을 잘 말해주는듯한 석탑을 지나면, 지장전과 수세전이 있다.
자장암의 관음전의 법당은 4칸의 조그마한 인법당(因法堂)으로 되어 있다.
자장암 전경
취현루라는 현판이 붙은 누각의 아래층은 양식이고, 이층은 한식이라는 것이 재미있어 보였다.
자장암의 경내로 들어가는 문과 경내 밖으로 나가는 문이 멋지게 조성되어 있었다.
10여년 전부터 끊임없이 드나들던 자장암인데
최근에는 우리집 아저씨의 부재로 인해서, 자주 갈 수 없는 암자가 되었음이 아쉽기만 했다.
쉽게 갈수 있는 길도 철옹성 처럼 두터운 문으로 길을 막아놨다는 것이 불만일수밖에 없는
통도사 암자 가는 길을 암자순례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만이라도 자비심을 베풀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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