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여름에 먹을수 있는 '박국'

nami2 2020. 8. 7. 22:02

 며칠동안 뜸했던 비가 또다시 물폭탄을 쏟아내서 도로가 침수가 되었다고 안전문자가 하루종일 날아들었다.

 저녁쯤에는 부산역 주변의 지하차로를 비롯해서, 해운대 주변의 지하차로들을 모두 통제했다는

 긴박한 문자가 쉴새없이 날아들었다.

 세상이 어찌되려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텃밭에 나가봤자 걱정스러워 할만한 채소들은 모두 사라졌고, 고추는 탄저병이라는 병으로인해 모두 사망....

 추석쯤에 뽑아먹기 위해서는 쪽파를 빨리 심어야 한다면서, 지인이 쪽파씨를 가져왔지만

 무슨 비가 그리 많이 내리는지, 텃밭 언저리에서 비내리는 텃밭만 바라보다가 돌아왔다. 

 비에 젖어서 후줄근해진 '배롱나무'꽃은 올여름 내내 비를 맞고 서있을 것 같아서 애처롭기 까지 했다.

 

   처음으로 텃밭에 '식용박'을 심어보았다.

   박에 대해서는 조롱박을 키워서 '박공예' 하는 것을 보았지만, 식용박은 그냥 재래시장에 나온것만 보았었다.

   몇년전에 박나물을 볶아 먹어본후 맛이 괜찮아서, 올해는 식용박을 키워보는 것에 도전을 했다.

   텃밭에 박모종을 심을때는기대도 크고, 박꽃을 보는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었다.

   그러다가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들이 자라면서 느끼는 감정은 하루 하루가 즐거움이 되었다.

   예쁘게 커가고 있는 3개의 박이 소중하고, 예쁘고, 대견했었는데

   3개의 박중에서, 1개는 어느 누가 몰래 쓸쩍 따가셨고, 또 1개는 빗물에 의해 썩었으며

   겨우 1개가 내 것이 되었다.

   내가 농사를 지은 것이라서 너무 소중했기에, 그냥 장식용으로 모셔놨는데

   박도 식물인지라 그냥 두고 보다가 썩어버리면, 그또한 억울할 것 같아서 과감하게 음식을 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농사지은 식용박을 반으로 잘랐다.

 박에서 나는 향기도 괜찮았고, 박속이 이런 것인가 신기하기도 했다.

 소고기 박국을 끓여먹으면 맛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메모를 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농사를 지으면, 또다시 '소고기 박국'을 끓여먹기 위해서....

 

 스펀지 같은 하얀 속살을 파내니까 아직 씨가 덜여물었다.

 주변의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박은 이맘때 먹어야 맛있다고 한다.

 씨가 여물고  박껍질이 단단해지면, 맛이없다는 소리에 박을 따왔는데....

 박국은 여름날에 잠깐 맛을 보는 귀한것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박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뽀얀 속살을 파내고, 박 껍질을 벗겨내고....

 

 박은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원산지는 인도, 아프리카지방이라고 한다는데

 박은 중국에서 약 2천년전 부터 재배되었으며, 중국을 통해서 한국으로 들어온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박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으며, 특히 식물성 칼슘이 풍부해

 발육이 늦은 아이들이나,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좋은 영양식품으로 쓰인다고 했다.

 

 박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별로 없어서 지인들에게 자꾸 물어봤더니

 여름철에만 먹을수 있는 음식이라서

 손질을 잘해서 냉동에 넣었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면 된다는데, 추석에 탕국을 끓이는데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당장 소고기 박국을 끓여먹을 것과, 기왕이면 추석에 차례상에 탕국 끓일 것을 준비했다.

 

 참기름과 약간의 소금으로 밑간을 해서 볶다가, 멸치육수 끓여놓은 물을 넣고 국을 끓이기로 했다.

 

 어떤 맛일까, 기대를 하면서....

 간사한 내 입맛은 처음 접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선뜻 정을 주지 않는편이다.

 어떤 것이든지 느낌으로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끝내 그음식을 먹지 않는 편인데

 맛이 있을 것이라 주문을 외우면서 기대를 해보았다.

 내 선입견이 어긋나지 않게 제발 맛있으라고 정성을 들여서, 소고기 무국 끓이듯이 끓였다.

 대파를 준비했고, 두부도 준비했으며, 약간 얼큰해지라고 땡초도 1개 준비했다.

 그밖에 다진마늘과, 후추 역시....

 

 소고기 무국 끓이듯이 끓여서 먹어보았더니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소고기 박국.....생각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추석에 차례상에 탕국 올릴때는 두부가 들어가야 하므로, 두번째 먹을때는 두부를 썰어넣고 끓였다.

 두부 들어가지 않은 소고기 박국도 맛이 있었지만

 두부가 들어간 것은 두부 때문인지, 더 시원하고 먹기가 한결 부드러웠다.

 

 지겹도록 내리는 비 덕분에 처음으로 심어본 식용박 넝쿨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박넝쿨을 살려보려고 애썼지만

 몇날 며칠... 셀수없이 많은 비오는날을 인내하며 견뎌내더니 결국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통통하게 잘생긴 3개의 박을 키워냈지만, 내손에 들어온것은 오직 한개의 박이었다.

 여름철, 이때에 먹는 식용박이라서 박나물이나 박국 맛을 잘아는 그 누군가가 슬쩍 따간것과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밑둥이 썩어가는줄도 모르고, 매일 같이 들여다보기만 했던 나의 무지함에 한개를 썩게 했고

 그리고 소중한 박 한개가 내게 전해준 선물인채, 박넝쿨은 곧 못보게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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