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여름철 별미 ' 노각무침'

nami2 2020. 8. 12. 22:00

 7월 한달내내 쉼없이 내렸던 비 때문에 들판의 모습은 잡초만 무성한데, 지칠줄 모르는 여름비는

 8월이 중순으로 가고 있건만  출석체크를 하듯,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조화인 것인지, 하늘 쳐다보고 중얼거려보지만 확실한 답은 들을수가 없었다. 

 그동안 내린 비가 너무 엄청나서 텃밭이 많이 망가졌기에 ,이른 아침 6시에 일을 하러 나갔다.

 하늘이 맑아지는 것 같아서 마음 놓고 일을 벌려놨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예보에도 없는 비라서 잠시잠깐이면 멈추겠지 했다가, 천둥번개 까지 동반하게 되니까 무서워서

 10분 정도 되는 길을, 비를 맞고 집으로 가다보니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다. 

 참으로 어이없게도 좍좍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걸어야 했던 어쩔수 없는 상황도 겪어보게 되었다.

 내일 부터는 진짜 비소식이 없다고 하는데, 믿어야하는 것인지.

 한손에 꼭 들고다녀야 하는 우산이라도 들고다니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 될줄이야

 세상일이 꽈배기 처럼 배배 꼬인 상황이 ,언제쯤이면 술술 풀리는 실타래가 될것인지, 마음속으로 기원해본다.

 

 텃밭의 다른 채소들은 모두 사라졌는데, 오이와 가지가 살아남았다.

 오이 넝쿨이 모두 낙엽이 되었기에 그냥 포기를 하고, 오이마져 정리를 하려고 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노란 오이꽃이 제법 예쁘게 모습을 드러냈다.

 오이의 삶에 대한 희망이 있음을 감사해 하면서

 영양제를 주고, 풀을 뜯어주고, 넝쿨을 정리 해주면서 오이를 몇개 땄다.

 거의 매일같이 고문하듯 내리는 물폭탄에 오이가 떨어지지 않고, 노각을 만들고 있었음이 고마웠다.

 일반오이를 따지않고 놔두면 늙게되는 오이가 노각이 아니라는 것을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되었다.

 조선오이, 가시오이, 노각오이가 별도로 있었음에, 노각오이를 가장 많이 심게된 이유는

 여름철에 별미로 먹는 노각오이의 맛을 제대로 알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밥상에 꼭 올라왔던, 어린시절의 '노각무침,은 지금도 잊을수 없는 여름반찬이 되었다.  

 

 노각오이가 영양덩어리라고 해서, 봄에 '노각오이' 6포기를 심었다.

 그래도 그동안 노각을 제법 따서, 이곳저곳에 나눔을 했었는데

 물폭탄을 견뎌내고, 꿋꿋하게 넝쿨에 매달린 오이가 대견해서

 이번에 따낸 것은 다른곳으로 보내지 않고, 혼자서라도 노각무침을 맛있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각오이는 껍질이 단단해서,껍질 벗겨내는 것이 약간은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향긋한 오이향기와 아삭거리는 식감을 상상하면서 껍질을 벗겨냈다.

 

  노각오이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는데

  찬 성질이 있어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여름철에 더위를 먹었을때와 소화가 잘안될때

  노각오이의 씨를 긁어낸뒤 즙을 내어 마시면 가라앉는다고 하며

  여름철에 사라진 입맛을 되찾는 역활을 톡톡히 해준다고 한다.

  그밖에, 고혈압예방, 노폐물 배출, 항암작용, 변비예방, 다이어트, 노화예방의 효능이 있다고 한다. 

 

 깔끔하게 씨를 제거하니까 오이향기가 제법 식욕을 돋구는 것 같았다.

 

 소금과 설탕, 그리고 식초를 넣고 20분동안 절여놓는다.

 수분이 절반이상 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식초까지 함께 넣고 절이면 좋다.

 

 노각무침 때문에 베보자기는 항시 대기중이다.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물기를 제거해보지만, 나중에 무침을 해놓으면 물이 또 생겨난다.

 오이는 거의 수분으로 만들어진 채소이기에 아무리 물기를 꼭 짜내도 또 물이 흥건해진다.

 

 수분이 많아서 물기를 꼭 짜냈더니, 오이의 양이 절반이상으로 줄어들었다.

 노각오이 2개를 준비했어도, 가족이 많은 집에서는 맘껏 먹을수 없다는것이 오이의 단점이다.

 

  초고추장과 고추가루 1:1, 그리고 약간의 멸치액젓과 매실액

  참기름, 통깨, 땡초1개, 마늘다진것이면 '노각무침' 완성이다.

 

                                                       노각무침

 

 비빔국수에 약간의 오이냉국을 넣은후, 노각무침과 부추김치를 얹어서 먹었더니

 여름철 내내 비빔국수만 먹었으면 할 정도로 시원하고 맛이 있었다.

 노각오이의 아삭한 식감과 부추김치의 매콤한 향기....!!

 

 텃밭에 채소들은 물폭탄에 시달려서 몽땅 딴세상으로 갔는데

 재미삼아 심어놓은 봉숭화꽃은 하루가 다르게 예쁜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지겹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만큼, 하루도 빠지지않고 내리는 비 때문에
  텃밭의 채소는 거의 녹아내리고

  지금쯤 빨갛게 익어가서 한참 따내고 있는, 늦여름의 고추는 이미 흔적없이 사라졌건만
  비가 내리거나 말거나 아랑곳 하지않고 꽃을 피우는, 부추꽃이 점점 예쁜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곧 9월이 오면, 들판은 온통 하얀 부추꽃 세상이 되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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